• "책 만원어치만 충전해주세요?"
        2006년 03월 22일 07: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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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만원어치만 충전해 주세요”

    문화 산업의 디지털화가 빨라지면서 이미 음악시장은 음반단위의 구매 행태가 의미를 잃고 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마치 주유소처럼 금액에 맞춰 노래를 사고파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휴대용통신기기의 기능이 확장되고 널리 보급되면 책과 같은 지식상품도 음악처럼 파일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전 단계가 책이 종이와 작별하고 디지털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는 과정이다.

    다음, 온라인에 책 푼다

    포탈사이트 다음은 22일 교보문고와 제휴를 맺고 오는 6월부터 도서본문검색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우선 5만권이 제공되고 이후 매년 2만권 이상이 추가될 예정이다.

    다음의 도서검색은 해당 검색어를 기준으로 앞뒤 4쪽 정도를 제공한다. 책에 포함된 그림과 이미지도 그대로 볼 수 있다.

    다음은 이번 제휴를 위해 교보문고의 지분 15%(총 53억원)를 인수하고 대신 315만종의 도서데이터베이스 사용권을 확보했다.

    긴장하는 네이버

    현재 온라인에서 도서본문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탈은 네이버와 엠파스다.

    네이버는 지난 2004년 7월 북토피아와 손잡고 도서본문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토피아는 현재 500만권의 도서정보(DB)와 6만여권의 도서본문을 네이버에 제공하고 있다.

    북토피아는 120여개 단행본 출판사가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대 전자책 업체다. 당시 네이버는 북토피아와의 제휴를 위해 지분 9.5%를 액면가의 3매인 총 1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네이버는 22일 다음의 시장 진출을 의식해 “본문 검색 서비스를 올해 안에 10만권으로 확대하고 추가로 매년 5만권씩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네이버의 도서검색서비스는 표나 이미지를 제외한 본문만이 제공된다. 다음이 국내최대 도서유통업체인 교보문고와 제휴해 유통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점도 네이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엠파스도 지난 해 10월 도서본문검색을 시작했지만 아직 1만5천여권의 검색만 가능하다.

    지식검색은 가라

    포탈들이 도서검색 서비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지식검색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 때문이다. 포탈 성장의 동력이 됐던 지식검색은 시간이 지나면서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가 누적돼 정보제공이라는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 반면 책에 담긴 내용은 오류가 적고 검증된 지식이라는 점에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포탈들이 거액을 쏟아 부으면서 도서본문검색에 힘을 쏟는 진짜 이유는 보다 장기적인 전망 때문이다. 교보문고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 국내 종이책 시장의 규모는 전체대비 97%(2004년 기준)지만 2010년에는 88%로 떨어진다.

    종이 책의 소비가 줄어드는 만큼 기존 도서의 디지털 버전을 많이 확보한 업체가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포탈들은 이를 위해 한권이라도 더 많은 책을 온라인화 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종이책의 디지털화 가속될까

    네이버는 이해진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급)가 직접 나서서 도서 관련 사업을 챙기고 있다. 네이버는 본문검색 서비스를 넘어 “온라인으로 책읽기”를 목표로 2005년 관련 사업팀을 대폭 강화했다.

    네이버는 특히 오프라인 판매수익이 낮은 반면 인용빈도는 높은 학술서적의 디지털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네이버가 독점하던 도서검색시장에 교보문고와 다음 연합군이 진출하면서 오는 여름부터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된다. 이 과정에서 종이 책의 디지털화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2004년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가 미국출판협회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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