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정치자금 스캔들, 퇴진 위기
    2006년 03월 22일 11: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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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최근 터져나온 정치자금 스캔들로 총리직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인들로부터 비밀리에 사채를 빌려 쓰고 그 대가로 이들에게 귀족작위를 수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블레어 총리는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번 사태는 한 기업인이 노동당에 10만 파운드를 기부하고 150만 파운드를 비밀리에 빌려준 이후 블레어 총리로부터 귀족 작위를 받은 사실이 올 연초에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그 후 몰래 대출을 해준 두 명의 다른 부호들도 귀족 작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지난 주말에는 추가로 기업인 4명의 이름이 거명됐다. 결국 노동당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모두 12명의 백만장자로부터 총 1천290만 파운드를 비밀리에 대출받았다고 시인했다.

물론 노동당은 이들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과 귀족작위 수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또 대출이 시중금리 수준이고 올해부터 상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국의 선거관련 규정에 따르면 1천 파운드 이상의 기부금은 반드시 내역을 밝혀야 하지만 시중금리 수준의 대출에 대해서는 내역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받은 대가로 상원의원의 자격이 평생동안 부여되는 귀족작위를 수여한 것에 대한 의혹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한 정부 발주사업을 따낸 기업인이 명단에 포함돼 있어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극우 영국국민당이 블레어 총리를 경찰에 고발하고 우익 신문들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우파진영을 중심으로 공세가 시작됐고 좌파 일간지 <가디언>마저 돌아섰다. 

노동당내 좌파의원들도 “카메론(보수당 당수) 정부의 재앙이 닥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총리가 지금 하야해야 한다”며 블레어 총리의 사임을 압박하고 있다.

노동당이 기업인들로부터 이처럼 비밀리에 돈을 대출 받았던 것은 노조로부터 들어오는 정치자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블레어의 신노동당이 집권 이후 노조의 블록투표제도를 제한하고, 주요 노조가 신자유주의 개혁과 이라크전 참전 등에 대한 반발로 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철회하면서 노동당은 자금난에 시달시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노동당의 후원금 2천172만 파운드 가운데 노조에서 나온 돈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1990년 초반까지 노조의 후원금이 노동당 재정의 90%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며 개인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의 비율은 보수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1일(현지 시간) 긴급하게 열린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NEC)는 그동안 블레어 총리와 그의 측근들이 편법적으로 관리해온 당 재정의 운영권이 전국집행위원회에 있음을 재확인하고 앞으로 당의 재정 출납을 철저히 감독하기로 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 사임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론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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