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가난한 나라인가?
    [인도 100문-25] 선입견과 범주화
        2017년 12월 08일 1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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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그렇다. 굳이 이런저런 말대꾸를 할 필요 없이, 인도는 가난한 나라다. 인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 분명히 가난한 나라는 맞다. 그런데 인도를 그냥 가난한 나라라고만 말하기에는 담겨져 있는, 그래서 말하고 알아야 하는 의미들이 몇 가지 있다.

    그들이 가난한 것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우선, 200년 가량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콜럼버스가 가고자 했던 나라가 바로 인도였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그는 왜 인도에 가려고 했는가? 인도의 부가 탐나서였다.

    콜럼버스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수많은 나라들이 인도를 침략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모두 인도의 부를 빼앗아 가려는 목적에서 침략한 것이다. 중국과 더불어 인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둘밖에 없는 거대 농경 지대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근대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인도의 국력은 유럽의 이런저런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고 사람들은 잘 살았다. 영국 동인도회사가 벵갈, 지금의 인도 서벵갈 주와 방글라데시 땅에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벵갈은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었다. 그러나 2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후 벵갈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곳이 되었다.

    제국주의자들은 메뚜기 떼와 같아서 그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밖에 남는 것이 없다. 오죽했으면 영국인들 스스로가 인도에 대한 그들의 착취를 두고 ‘갠지스 강물을 스펀지에 빨아들여 템즈강에 짜 놓을 만큼’이라 했을까? 그렇다고 가난의 모든 원인을 제국주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독립한 지 벌써 70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가난과 부유가 공존하는 것을 가난으로만 보지 마라 @이광수

    네루 이후 인도의 여러 정부가 정치를 잘못 한 것도 주요한 이유가 된다. 네루부터 인디라 간디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제국주의의 유산을 뿌리 뽑기 위하여 상당히 강력한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민간 기업 위주가 아닌 관 주도의 경제 정책을 실시했다. 인허가의 권력을 가진 공무원들의 부패는 엄청났고, 경제 성장은 힌두 성장률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인 2% 대로 묶여 있어 나라 경제는 수십 년간 거의 빈사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즈음에서 인도의 인구가 13억이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자. 그리고 소위 중산층이 10% 쯤 되니 인구가 1억 3천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도 한 번 고려해보자. 선풍기, TV, 냉장고, 오토바이를 보유하는 인구가 그만큼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요즘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그보다 훨씬 더 웃도는 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15세에서 45세에 이르는 노동력이 충분한 나라라는 사실도 한 번 생각해보자. 그들이 대부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그 가운데 상당수는 이공계 출신이라면 이 나라를 마냥 가난한 나라라고 할 필요가 있을까,?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생산 기지가 되고, 중산층의 소비가 폭발하면서 중국 다음 가는 소비 시장으로 성장한다면 그것이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끼칠 영향이라는 것은 엄청날 것이다.

    꼭 인도라는 거대 시장을 주목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도에 뭘 팔아먹을까만을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도라는 나라를 꼭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미화 2,000 달러의 나라라는 범주에 집어넣을 필요가 뭐 있냐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인도와 이런저런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대부분은 인도를 보거나 인도를 아는 것이 아니고 인도인 도시인을 보거나 아는 것일 뿐이다. 그가 자기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보는 풍경은 대부분의 제3세계의 대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겉으로만 보는 것일 뿐이다.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들의 전통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들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잘 모르면서 고작 겉으로 보이는 꾀죄죄한 모습들과 통계 숫자로만 파악하는 인도일뿐이다.

    그 상태에서 가난한 나라가 까탈스럽기는 되게 까탈스럽다, 라거나, 저러니까 못 사는 거야, 라거나 하는 식으로 인도의 모든 것을 가난과 연계시키는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심지어는 한 술 더 떠 인도는 자원이 풍부한 나라고 우리는 기술력이 풍부한 나라이니 합력 투자하면 윈윈 할 것이다, 따위의 망발도 서슴지 않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인도는 자체적으로 핵을 개발해서 보유하고, 달나라 가는 로켓을 발사하고 화성 탐사에 나서는 나라다. 그들이 이런 소리 들으면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1인당 국민소득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 나라를 가난하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막말로 중국이 이제 포화 상태라면 한국 기업이 돈 벌 데가 인도밖에 더 있는가? 오로지 경제 부문만 갖고 이야기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요컨대, 인도를 경제적 측면 그것 하나로만 보더라도, ‘가난’이라는 개념으로 혹은 어떤 범주화 하는 개념으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하는 의미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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