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한쟁의' 청와대 주장은 '거짓'
        2006년 03월 20일 10: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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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오늘(20일) 오후 2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 지난 98년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로 소속의원 150명 명의로 청구한 일은 있었지만 개별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노회찬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국회비준동의 사항임을 잘 아고서도 이를 무시한 채 강행했다”면서 “이는 헌법 60조에 규정돼 있는 국회의원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과 국회법 제93조, 제109조와 112조에 규정돼 있는 표결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 판단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월 19일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대화 출범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노 의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 준 공동성명”이라며 “한국 정부는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한 국회비준동의를 피하기 위해 양국간 권한과 의무를 발생시키는 ‘외교문서’ 형식 대신 ‘정치적 성명’ 형식을 택하는 얄팍한 술수를 펼쳤다”고 비난했다.

    노 의원은 구체적인 권한침해사례로 ▲주한미군 재배치가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임을 알고서도 이를 숨기고 국회비준동의를 받은 점 ▲수천억원의 예산을 수반하는 ‘군사임무 전환’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임을 알고서도 국회비준동의 없이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이행계획(Implementation Plan)에 서명한 점 ▲수천~수조원의 예산을 수반하는 전력증강계획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임을 알고서도 미국과 서신교환한 점 ▲국회비준동의를 피하기 위해 애초 추진하던 ‘비공개 외교각서’ 방식을 ‘정치적 성명(공동성명) 방식으로 바꾼 점 등을 제시했다.

    노 의원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용산 미군기지 이전 및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추적했다”면서 “권한침해 사례를 입증할 만큼의 충분한 정부 문서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동의권은 국회의 권한으로 개별국회의원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면서 “당사자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노 의원은 “거짓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2000년 한국과 일본간의 어업협정비준동의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비준·동의권은 국회의 다수파 의원에게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파의원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모두 보장되는 것 또한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한 사례를 제시했다.

    노 의원은 “정부는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동북아 신속 기동군으로 미군이 재배치되고 무기가 도입되고 미국 의회에 이와 관련한 100억불 예산이 통과됐다”면서 “일본이 오랜 논란 끝에 국회 동의를 거쳐 오늘까지도 미군 재배치를 하고 있는 현실을 의미 있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날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출하겠다”며 “정부가 정말 합의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와 여당은 이 법안에 적극 찬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접수된 때로부터 180일 이내에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를 판단하게 돼 9월 이전에는 이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노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외교문서가 아닌 공동성명 형식의 전략적 유연성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고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 군사임무전환, 전력증강계획을 전부 재논의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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