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청와대브리핑의 거짓말
    By tathata
        2006년 03월 17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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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교육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상반된 논리를 전개해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교육 양극화, 그리고 게임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청와대브리핑>은 “강남구의 경우는 인문계고 고3 학생수가 7,922명인데 서울대 합격자가 201명이어서 1000명당 25.4명꼴”인데 반해, “마포구는 인문계 고3 학생수가 2,158명인데 서울대 합격자가 6명으로 1000명당 2.8명꼴”이라고 밝히면서 강남지역에 편중된 교육을 비판했다.

    이와 함께 “가계소득 최상, 하위간 수능시험 점수차이가 30점”, “소득최상위 계층과 최하위 계층 간 차이 6.7배”등의 통계를 제시하며 “가정환경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영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은 지금 아이들은 결코 시험점수로 골인지점이 표시되는 백 미터 경주에서 같은 스타트라인 위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또 “사교육비 지출은 병적인 것으로 남과의 비교 속에서 경쟁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계획되고 조절될 수가 없으며, 소모적”이라 평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교육과 같은 교육문제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옳은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문제는 분야를 뛰어넘어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벌을 획득하기 위해 온 가족이 사교육 열풍에 휩싸이고, 일단 학벌을 획득하면 계급과 계층이 세습되며, 학연과 지연의 인맥망 속에 편입되어 사회적 지위를 유지시키게 하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주소다.

    그런데 <청와대브리핑>이 내놓은 해법으로 가게 되면 고개가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은 △교육적으로 소외된 지역 계층을 지원하는 교육복지 정책 -방과후 학교, 만5세아 무상교육 확대, 농산어촌 지역 교육지원 확대 등 △지역균형선발, 농어촌 실업계 특별전형을 통한 대입제도 개선 △실업계고 특성화고 전환을 통환 직업교육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위의 정책을 실시하게 되면 교육양극화가 해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송경원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교육문제의 근본원인은 놔둔 채 현상만 건드리는 땜질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송 연구원은 그 대표적인 예로, ‘방과 후 학교’제를 들며 “정부안대로 비영리법인이 위탁관리할 수 있도록 방과 후 학교 제도를 운영하게 되면 오히려 사교육이 더욱 조장시키는 꼴이 된다”는 비판했다. ‘방과후 학교’가 학교 안에 학원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학교의 사설학원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얼마만큼 농산어촌 지역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고 질을 향상시켰으며, 실업계고의 직업교육을 강화시켜 왔는지에 대해 따지는 것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근본적으로 교육양극화를 부추기는 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대표되는, 전국의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학력평가시스템이거늘 이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나와 있지 않다. 정부가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가 연간 수 천만원의 교육비가 들어가서 부잣집 자식만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왜 말하지 않는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정작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대통령조차 “대학이 산업이다”(2005년 1월 6일), “대학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적 측면을 감안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2006년 1월 18일)고 말해 교육을 시장에 내던진 마당에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양극화 해소 정책은 ‘거짓말’에 가깝다.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또한 교육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장본인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전교조는 지난 7일 ‘교육 공공성 파괴하고 사회양극화 심화시킬 한미 FTA 협상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교육 시장화와 교육시장 개방은 특히 대학교육과 성인교육의 상품화, 교육의 종속, 등록금 인상과 기부금 모금의 증가, 자본에 대한 학문의 종속을 가져온다… 교육 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사교육 확대는 빈부의 차이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간의 기본권, 즉 교육의 평등권을 파괴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홍보가 곧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맥락이야 어떠하든, 최소한 사실에 기반한 홍보라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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