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호선 노동자 파업 돌입
    "시민·노동자 모두 지옥"
    ‘인력 충원’ 통한 시민 안전 확보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핵심요구
        2017년 11월 30일 03:4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서울시가 말하는 효율적 민영화는 9호선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착취, 납품비리, 외화유출만이 판치는 치외법권적인 사기업의 모순만이 존재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9호선노조)이 30일 오전 4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노조를 설립하고 첫 파업으로,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하고 9호선노조 조합원 전원이 파업에 참여했다. 9호선운영노조는 9호선 구간 중 ‘개화’에서 ‘신논현’까지의 구간을 담당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서울9호선운영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의 투쟁결의문을 통해 “‘효율’을 앞세워 민영으로 출발한 9호선은 시민에게 ‘지옥철’이 됐다”며 “민간기업, 금융투자자들의 이윤을 위해 장시간 중노동에 허덕여 온 노동자들에게도 9호선이 ‘지옥’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은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선언했다”며 “시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9호선, 인간답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9호선을 만들기 위해 회사는 안전한 지하철을 위해 적정 인원을 충원하고, 서울시는 민영 9호선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9호선노조 파업 출정식 모습

    박기범 9호선노조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은 출근을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졸면서 열차를 운전하고 식사시간에도 밥을 먹다 말고 민원을 해결하러 뛰어나간다. 그날 밤샘근무를 하고 아침 9시에 퇴근해서 당일 저녁 6시에 다시 출근해 이틀 연속 밤샘 근무한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회사는 9호선으로 돈놀이를 해서 매년 수십억 원을 챙기고 있다. 그 돈은 청년 일꾼 100명 이상 채용하고, 9호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으로 사용돼야 할 소중한 시민의 혈세”라며 “이제 우리 손으로 ‘지옥철’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자. 지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이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파업의 노사 간 가장 큰 쟁점은 ‘인력 충원’을 통한 시민 안전 확보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이다.

    노사는 파업 직전인 29일 밤까지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승무·역무·기술·관제 등 49명의 인력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충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 안을 수용한다 해도 1~8호선 인력에 80%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회사는 이 안을 거부했다. 노조는 다시 ‘2020년까지 21명 충원’으로 양보안을 냈다. 그러나 사측은 교섭 내내 15명 이상은 충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파업 돌입 전날인 29일 밤까지도 “당기순이익의 배당을 줄이고 조직합리화를 통해 순차적 충원을 위한 수정안을 기다리겠다”고 제안했고, 사측은 이날 새벽까지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인력충원을 통한 ‘야간지원 전면 폐지’ 요구는 노조의 가장 절실한 요구이기도 하다. 야간지원이란, 주·야간 근무 외에 비번인 노동자들이 야간 근무를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오전 9시에 퇴근한 노동자가 당일 밤 10시에 다시 출근을 해서 야간 업무를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이틀을 연속으로 밤샘근무를 하게 되는 것인데, 9호선 노동자들은 1년 36번씩 이틀 밤샘 근무를 한다. 사측은 야간지원근무를 24번으로 줄여줄 순 있지만 그 이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용객이 많은 출근 시간엔 100% 운행률을 준수하며 시민 불편 최소화에 나서는 한편, 회사 측이 노조 파업에 맞서 무리하게 투입한 대체인력의 미숙으로 열차가 지연되는 등 혼란이 거듭됐다.

    파업 시에도 정상 운행 및 9호선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던 사측의 주장과 달리, 이날 오전 7시에 열차가 20분 이상 지연됐고, 일부 역에선 승강장 안전문 장애로 열차 2대가 운휴했다.

    사측은 이날 퇴직기관사 21명과 3개월 단기계약직인 대학교 재학생인 인턴기관사 10명 등을 외부 대체인력으로 채용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의 혼란은 회사가 투입한 외부대체인력의 운전 기량 미숙 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승주 교육선전부장은 이날 파업 출정식 후 기자브리핑에서 “모두 대체인력 기관사분들이 열차 운행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9호선은 다른 호선에 비해 신형이라 열차 시스템 제어 관리나 신호체계 등이 많이 다르다. 상당한 교육을 통해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 회사가 무리하게 인력을 투입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혼선은 예고됐던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 선전부장은 “(회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열차지연의 원인은) 차량 고장이 아니라 외부 대체인력의 운전 미숙”이라며 “출입문 오취급 등을 차량 고장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본선에 투입됐던 기관사라면 충분히 조치가 가능한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철도·지하철 노조들, 9호선과 연대투쟁할 것
    “파업에 공권력 투입하면 모든 지하철 한 번에 멈출 것” 강력 경고

    첫 파업에 나선 9호선 노조에 전국의 지하철, 철도 노동자들도 연대의 힘을 보탰다.

    권오훈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신입직원이 9호선에 다니다가 이직을 했는데 그 이유가 ‘힘들어서 견딜 수 없어서’였다. 입사 동기가 대중교통도 다니지 않는 새벽 4시에 출근하다가 사고가 나서 죽고 난 후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서 9호선을 탈출했다고 했다”고 전하며 “시민 뿐 아니라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9호선은 지옥철”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그 지옥 같은 곳에서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사람은 존재해왔다. 이번 파업은 9호선 노동자도 한 명의 인간임을 선언하는 인간선언이기에 어떤 이유로도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약 9호선 총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거나 불법이 들어온다면, 서울시는 1호선부터 8호선까지 모든 지하철이 한 번에 멈추는 최악의 순간을 보게 될 것”이라며 “9호선 노동자들은 마음 놓고 힘차게 싸우시라. 여러분들의 뒤엔 1~8호선 노동자들이 있다”고 외쳤다.

    김시문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장 또한 “회사가 효율이란 단어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시도 알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연대단위까지 합치면 99%이고 그쪽은 겨우 1%”라며 “우리 노조는 서울시로부터 연장 운행 등 어떤 요구도 거부하며 9호선 노조와 연대하겠다. 서울시는 9호선을 바로잡는 정책을 시행하라”고 말했다.

    “지옥철 9호선 노동자들의 물음에 박원순 시장이 답해야”

    박해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이명박, 오세훈이 9호선을 민자로 운영하게끔 추진한 것부터 잘못됐다”며 “단계 단계마다 자본이 빨대를 꽂아가며 국민의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됐고, 일하는 노동자는 지옥 같은 노동을 강요받고 시민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고 불안한 지옥철을 타야했다”고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기 위해 다시 첫 단추를 꿰는 것이 오늘의 파업”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답해야 한다. 계속해서 방기하고 침묵한다면 박원순 시장은 투기자본의 동조자이고 이명박, 오세훈 적폐의 연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동환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장은 “현재 9호선은 수익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시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9호선을 공공성이 보장되는 공공지하철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