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국적 '물장사'들의 위험한 주장
        2006년 03월 17일 0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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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초 유엔이 발표한 ‘세계 물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11억 명이 식수마저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 놓여있으며 26억명은 위생적이지 못한 물로 인해 각종 질병에 노출돼 있다.

    16일(현지 시간)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일주일 간의 일정으로 개막된 제4차 세계물포럼은 이처럼 심각한 지경에 놓여있는 물 부족 현상의 타개방안에 대해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포럼에 참가하고 있는 회의장 안의 각료, 학자, 물 관련 기업인들과 회의장 밖에서 대항회의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물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라는 점에서는 입장이 같았지만 ‘물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 정반대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물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들은 물공급 시스템을 여전히 국가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포럼을 주최하고 있는 세계물회의(World Water Council)는 민영화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물회의의 루악 포숑 위원장은 포럼에 앞서 배포된 성명서에서 “물 접근권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으로 보아야 한다”며 “각국 정부가 물에 대한 권리를 헌법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는 또 개막연설에서 개발도상국이 거액의 투자기금을 마련해 세계 50대 빈국과 가난한 20대 거대도시의 물 시스템 개선을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국적 물 기업 압력단체인 세계물회의

    얼핏 시민사회 진영의 요구와 다를 바 없이 보이지만 세계물회의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동안 어떤 논의를 해왔는지를 살펴보면 이 회의의 숨겨진 의도가 드러난다.

    1996년에 만들어진 세계물회의는 정부간 회의체도, 유엔과 관련있는 기구도 아니다. 국제적민간기구의 하나인 이 회의는 초국적인 물 공급 기업체들이 만든 압력단체에 불과하다. 물 관련 초국적 기업인 수에즈 그룹, 비벤디 워터, 벡텔 등이 이 회의 결성을 추진했다. 포숑 위원장 역시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수도공급 그룹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수도공급 서비스의 민영화를 내심 바라고 있는 세계물회의는 물 공급 부족이라는 국제적인 현상을 이용해 로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1997년 모로코에서 첫 세계물포럼을 연 이 기구는 네덜란드, 일본에서 3년마다 회의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자기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세계물회의는 3년 전 일본에서 열린 제3차 포럼에서는 수도 서비스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각료선언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부패, 수도요금 폭등, 서비스 저하 야기

    미국의 벡텔사를 비롯해 수에즈 그룹, 비벤디 워터 등 초국적인 물 공급기업들은 지난 1990년대부터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물시장에 뛰어들었다. 물 민영화가 이뤄진 곳에서는 항상 부패와 수도요금 폭등, 서비스 질 저하가 뒤따랐다.

    볼리비아의 코차밤바에서는 지난 2000년 물 민영화로 인한 수도요금 폭등에 저항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적이 있었다. 물 민영화의 심각한 폐해를 겪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우루과이의 좌파정부들은 최근 들어 물 민영화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는 등 수도공급에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세계물포럼은 이러한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초국적 수도공급 업체들이 각국 정부와 관련 학자, 국제금융기구, 유엔 관련기관 등에 물 민영화에 대한 일정한 합의를 요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교토에서 열린 3차 포럼이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합의 없이 끝난 것처럼 이번 회의도 물 민영화를 둘러싼 격론을 벌이다 결론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국제적인 물 관련 인권단체들은 포럼이 열리는 멕시코시티에서 세계물포럼의 실상을 폭로하고 민영화에 반대하는 각종 대항포럼과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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