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아리야인이라면서
    유럽인과 생긴 게 다른가
    [인도 100문-23] 인종 우월주의
        2017년 11월 30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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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아리야인이라면서 왜 유럽 사람들은 피부가 하얗고 인도 사람들은 피부가 더 까맣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선 그 어휘부터 뜯어보자. 아리야인(Aryans)이라는 어휘는 ‘아리야’라는 어휘에 영어에서 ‘사람들’을 뜻하는 ‘n’과 복수의 의미인 ‘s’를 섞어 만든 조어다. 그래서 음역을 하자면 아리야인 혹은 아리야족 혹은 아리야 사람들이라고 하는 게 맞다. ‘아리안’족이라고 번역한 것은 잘못된 거다. Koreans를 번역하면 코리아인이지 코리안인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 이 ‘아리야’는 뭔가? ‘아리야’는 그 사람들이 인도 땅으로 들어온 기원전 1,500년 이후부터 남긴 베다의 여러 경전에 자신들을 가리켜 부른 말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자기들이 아닌 정착 생활을 하는 자기들의 적에 비교해 자기들을 ‘고상하고 품위 있는’ 사람들로 부르면서 사용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그것으로 자기들을 하나의 종족 집단으로 분류했다는 게 아니고 자기들을 형용할 때 그렇게 규정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18세기말 막스 뮐러(Max Müller)라는 동양학자가 산스끄리뜨, 그리스어, 라틴 그리고 다른 유럽의 여러 언어들 사이에 존재하는 친연성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 조어(祖語)를 상정하면서 그 어휘를 가장 오래된 텍스트에 남아 있는 베다의 ‘아리야’를 사용하여 규정한 것이다. 지금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인도-유럽어인’이라고 쓰면 가치 중립적이었을 텐데, 당시 인도 고대 문화에 꽂혀 있는 막스 뮐러가 좀 오바를 한 것이다.

    그 후 나찌의 히틀러가 ‘아리야인’에 대해 심하게 왜곡하면서 인류사에 커다란 불행을 야기해 학계에서는 ‘아리야인’이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않고 언어를 가리킬 때는 ‘인도-유럽어’라고 쓴다. 이를 혹자는 ‘아리야족’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는데, 한국어로 ‘인’보다 ‘족’의 뜻이 너무나 종족 혹은 인종의 의미가 많이 들어가서 나는 ‘아리야인’이라 쓴다.

    이들이 기원전 1,800년 경 이전에 중앙아시아 부근 어딘가에 살고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지금은 유럽 북부에서 남부 그리고 서아시아와 이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북부 인도에 걸쳐 흩어져 살고 있다. 그들을 단순히 하나의 공통 조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아리야인’이라고 사용하였는데, 마치 그것이 하나의 동일한 형질적 인종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일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소위 아리야인은 유럽인과는 다른 인종이다. 같은 어족일 뿐이다@이광수

    인종으로서의 아리야인 개념은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그 동안 유지해 온 기독교의 성서에 의한 인류 연대기의 권위를 흔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생물학적 인종 우월주의로 발전하였다.

    인종 우월주의는 유럽의 인종은 아리야인과 셈족으로 나뉘는데 아리야인이 노아의 후손이며 백인종이고 더 우월한 인종인데 그들의 순수 혈통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으로 발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막스 뮐러는 유럽으로 건너 간 북방 아리야인은 활동적이고 전투적이며 이란을 거쳐 인도로 들어 간 남방 아리야인은 소극적이고 명상적으로 성격을 규정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오리엔탈리즘으로 연결되고, 결국에는 인도는 유럽의 아리야인이 어쩔 수 없이 식민 지배를 해 줘야 하는 소의 ‘백인의 짐’의 대상으로 되었다. 잃어버린 형제를 위해 기도하고, 지배한다는 것이다.

    인도는 다민족, 다종족, 다문화의 나라다. 그런데 한국은 비록 혈통이 여럿 섞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단일적인 성격이 강하다. 게다가 피부가 하얀 서구 사람들을 숭모하고 그 사람들에게 비굴하기까지 한 현상들이 많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인도에 와서 괜히 쓸데없는 데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너는 왜 피부가 하얀데 너는 왜 더 까맣냐, 라든가 피부가 하얀 사람들은 존대하고 피부가 까만 사람들은 괜히 무시하는 그런 일들이 종종 생긴다.

    심한 사람들은 북부 인도의 피부가 하얀 사람들은 남부 인도의 까만 사람들과는 같은 민족이 아니다, 차라리 그 사람들은 이란 사람들과 같은 민족이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르는 말을 혼자 생각하고 혼잣말로 하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자꾸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들 때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겪어 본 인도에서의 아주 사소한 개인적 경험들이 섞이게 되면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작고 사소한 생각들이 모여 오리엔탈리즘과 식민주의를 거쳐 나찌의 인종 학살까지 갔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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