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 확산
    ‘낙태죄, 임신중절 못 줄여’ VS ‘페지하면 임신중절 만연’
        2017년 11월 29일 01: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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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낙태죄 폐지 여부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태아의 생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낙태죄 폐지가 임신중절 수술이 만연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낙태죄에 대해 “단지 출산율이라는 숫자 등 추상적인 개념으로 접근해 이후 당사자들의 삶의 질에 대해서 여성의 헌신에 기대서 나 몰라라 했던 과거 국가의 유산”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태아와 여성 모두의 생명, 당사들의 삶을 고려한다면 처벌 위주의 현 낙태죄가 아닌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선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29일 오전 MBC 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결혼을 했던 안 했던 경제상황이 어떻든 누구나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삶을 뒷받침해주지도 못하고, 피임실천율도 10%밖에 안 되는데 임신하면 무조건 다 낳으라는 법은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낙태죄는 임신중절을 줄이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임신중절 수술의 90% 이상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처벌된 사례도 매우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낙태죄가 “현실과 괴리된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불법 임신중절 수술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임신중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다른 보다 합리적이고 여성의 생명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신중절수술이 한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는 낙태죄 폐지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해선 “임신중절을 태아와 여성이 대립하는 구도로 보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왜곡된 인식”이라고 반박했다.

    김 팀장은 “여성들이 임신중절을 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해서가 아니다. 단지 자기 몸이나 태아의 생명만이 아니라 그 생명을 넘어서 이어지는 총체적 삶까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가 바로 여성”이라며 “여성은 그 무게와 책임을 알기 때문에 무조건 낳는 것이 더 윤리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진정으로 태아의 생명, 여성의 생명, 또 구성원들의 삶을 위한다면 누구나 아이를 낳고 싶으면 낳을 수 있게, 낳지 않고 싶으면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임신중절수술이 만연해질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처벌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기 몸에 상해를 가할 사람은 없다”며 “처벌법과 임신중절률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 통계로도 입증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작년과 올해 WHO 연구결과에서도 임신중절을 금지한 지역이 합법화한 지역보다 더 중절률이 높았다고 나왔다. UN이나 WHO에서는 몇 년째 ‘각 국가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신중절의 더 결정적 요인은 피임 접근성이랑 양육 인프라”라며 “출산과 양육은 장기적 삶과 결부된 일이다. 때문에 (임신중절을) 법적으로 금지했을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은 출산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위험한 수술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정보소외계층은 더 힘든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생명이 소중한 것은 너무 당연하고 임신중절을 줄여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점은 모두가 전제하고 있다” 이제 추상적인 논쟁을 넘어서서 사회구성원들이 구체적인 경험에 기반한 현실적인 대안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태아와 여성을 포함한 모두를 위해서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과 임신중절을 줄이는 것, 곧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것은 함께 이뤄야 하는 과제이지 양자택일이 아니다”라며 “임신중절을 줄이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낙태죄로 여성의 몸과 삶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피임실천율을 높이되 원치 않는 임신하게 됐을 경우 보육 관련 인프라를 개선해서 선택범위를 넓히고 필요한 경우 안전한 의료적 조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측은 현 낙태죄의 실효성이 없다며 국가가 보다 강하게 집행해 통제할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배정순 프로라이프여성회 회장은 이날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낙태죄 존속 청원에는 ‘미혼모가 낙태죄가 있었기 때문에 그 소중한 아기를 지킬 수 있었다’고 증언을 하고 있다”며 “99명이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낙태권을 주장하더라도 단 한 명의 모성이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법의 원칙은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죄가 사문화된 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법이 있는데 국가가 왜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지, 또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법을 없애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 회장은 임신중절수술 문제를 교통법규나 흡연구역 위반에 비유하면서 “하루에 수없이도 교통법규, 흡연 위반이 있지만 (다 제재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규제를 다 없애진 않지 않나”라며 “오히려 더 강화하거나 그 제도를 지킬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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