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투쟁 이동권에서 교육권으로 확대
        2006년 03월 15일 09: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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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이하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약 40일간의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장애인 학부모, 특수교사, 예비 특수교사, 장애인 당사자 등 30여명으로 꾸려진 단식단은 장애인 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단식을 시작, 16일 현재 4일째에 이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250여명의 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단체 관계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기단식농성을 시작하면서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법적 강제력과 실효성이 부족한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체법안인 ‘장애인교육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해 특수교사와 장애인 학부모, 장애인 당사자 등 장애인 교육주체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등은 지난해 7월부터 공동으로 성안작업에 들어갔고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확정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장애 영·유아부터 장애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평생교육 시스템 마련 도입이 주 골자인 장애인교육지원법은 장애인이 최소한의 제한된 환경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 법안에서는 장애유아(만 0세~만2세)를 대상으로 경중 장애 아동에 대한 선별 검사·판정·서비스 제공의 단일체계가 이뤄져야 하며, 장애 유아(만3세~학령전)에게는 무상·의무 교육 도입, 초·중·고등교육 과정에서는 통합 교육과정 마련으로 지역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교육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 성인에게도 학습권과 생활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교육 지원을 보장토록 해, 현재 25%에 그치고 있는 장애인 교육수혜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수교육진흥법은 장애 학생의 교육과정 보장을 초·중등 과정에 한하고 있어 초기 발견 및 교육이 필수적인 영아나, 고등교육을 원하고 있는 장애 성인이 제외되어 있는 상태다.

    또 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학생이더라도 개별 장애에 따른 적절한 교육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어서 장애아들이 교육현장에서 방치되거나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 장애인 단체의 설명이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현재 성안작업 마무리단계에 있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제정을 위해 오는 4월까지 인권위에서 단식을 진행함과 동시에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역간담회를 개최하고 학생·부모·교사 등 교육주체들이 마련하는 각종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터뷰>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위해 단식농성 중인 김형중씨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이죠. 바로 집 앞에 학교가 있는데도 못간다는 거에요.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학가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죠. 어떤 애 엄마는 각서 비슷한 것까지 쓰고 학교를 보내야 했을 정도에요.”

    16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만난 김형중씨. 지난 13일부터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단식농성을 시작해 이날로 3일째인 김씨는 정신지체 장애를 안고 있는 15살난 아들이 있다.

    장애가 있어 학교를 늦게 1년 들어가 아이가 이제 중학교 1학년이라는 김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휴가계를 내고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의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학교도 들어가기 힘들지만 학교에서 적응하는 것도 큰 문제에요. 초등학교까지는 특수학급도 많이 배정되어 있어 수월한 편이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특수학급 수가 줄어들거든요.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특수학급도 없는 중·고등학교에 올라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제대로 다닐 수 있나.”

    작년 초 아들이 입학할 중학교에 특수학급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를 상대로 1년간 싸운 끝에 특수학급을 만들어냈다는 김형중씨는 ‘(학교와 싸우던)그때만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며 손사래를 친다.

    “(특수학급이 생기면)이미지 나빠진다고 선생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교감, 교장, 이사장 할 것없이 모두 이런 말을 하더군요. 왜 특수학교에 안보내고 일반학교로 보내려고 기를 쓰느냐고. 그런 말을 들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정말 착잡했죠…”

    일반학교에 비해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적절한 프로그램과 편의시설. 이런 것들을 마다하고 굳이 일반학교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10년 뒤 때문에”라고 대답했다.

    언제까지 특수학교라는 테두리에서 아이가 살 수있겠냐는 것. 특수학교에서 모든 정규과정을 마치게 되면 아이는 비장애인들로 구성된 사회로 들어가야 하는데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노출되어 아이가 받게 될 충격은 상상이상일 것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아이와 아이의 등하교를 돕는 엄마 때문에 일부러 집을 학교 앞으로 옮겼다는 김씨. “우리 애 등하교 때문에 애엄마가 일부러 면허도 땄다니까요. 차가 두 대 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김형중씨는 아들의 교육비로 한달에 50만원을 지출한다. 언어교육, 미술치료, ‘일상생활학교’, 산오름학교, 태권도 등 장애인 아들의 방과후 활동을 줄줄이 나열한다.

    “그나마 여유있는 사람이나 애들한테 이렇게 교육시키죠. 어렵고 힘든 사람은 정말 교육시키기 힘들어요. 차라리 맞벌이라도 하면 좋은데 아이 등하교 책임질 사람이 없으면 맞벌이는 꿈도 못꿔요.”

    일년에 약 600만원의 추가 교육비를 지출하는 김씨에게 돌아오는 국가 보조금은 그의 10%에 불과한 60만원. 이마저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만 나오는 것이라서 중학교 과정을 밟고 있는 올해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아이를 버리기도 해요. 시설에 맡겨놓고 몇 년째 돈만 보내고 얼굴도 안보는 경우도 허다하죠. 솔직히 이해가 갑니다. 저도 장애가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니까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가진 아이들 키우는 거 보통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내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 굶는거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배도 안고프고.”

    다음날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며 서둘러 짐을 싸서 농성장을 나서던 김형중씨. 3일 꼬박 끼니를 거른 채 집이 있는 포항까지 가는 기차에 올라탄 김씨는 내일도, 모레도 아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밥대신 물을 들이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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