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
    “임신중절 실태조사 재개”
    이정미 "여성 일방적 고통 끝내야"
        2017년 11월 27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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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가 지난 9월 30일 청원 이후 한 달 만에 23만여 명의 추천을 받은 ‘낙태죄 폐지’ 국민 청원과 관련해 26일 “임신중절 음성화 야기, 불법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원정 수술, 위험 시술 등 부작용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조국 민정수석은 “태아 대 여성, 전면금지 대 전면허용 이런 식의 대립구도를 넘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단계”라며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심중절 실태조사부터 2018년에 재개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임신중절 실태 조사가 2010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가 8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2010년 조사를 보면, 임신 중절 추정 건수는 한해 16만 9천여 건에 달하지만 합법 시술은 6%에 불과하다. 임신중절로 실제 기소되는 규모는 한해 10여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임신중절 줄이려는 당초 입법 목적과 달리 불법적 임신중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현행법의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특히 현행 법이 오히려 불법적 임신중절을 양산하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물론 여성의 건강권, 생명권 등의 침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수석은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의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 수석은 교제한 남성과 최종적으로 헤어진 후 임신을 발견한 경우, 별거 또는 이혼소송 상태에서 법적인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발견한 경우. 실직이나 투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 양육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에 하에서 임신했을 경우 등 3가지 사례를 소개하며 “이 3가지 경우 임신중절을 하게 되면 그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해당 사례들의 경우 임신중절을 했을 때 범죄화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근래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청원을 계기로 새로운 균형점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한 번 낙태죄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이 진행 중”이라며 “실제 법 개정을 담당하는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입법 방안 마련을 위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정당으로는 정의당이 유일하다.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27일 오전 상무위 회의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임신중절 처벌조항으로 인해 매우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거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며 “그런 점에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한 청와대의 낙태죄 폐지 검토를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노 원내대표는 “태아의 권리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으나 이는 태아를 임신하고, 출산하는데 사실상 모든 책임을 짊어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음에도 무조건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면 이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대표 또한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음성적 인공 임신중절 수술로 인한 건강 위협, 죄를 저질렀다는 사회적 낙인과 같은 여성의 일방적 고통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미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 임신중절과 관련한 제도적 합의를 이뤘다”면서 “정의당은 대한민국도 그런 합의가 가능하다고 믿으며 이미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서 합리적 입법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가 임신중절 범죄화 자체나 비롯해 현행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공감하고 있음에도 법 개정 문제에 있어선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인 26일 국회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인 권리’로 보고 있으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1년 낙태가 처벌 가능한 범죄라는 사실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추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익’ 수준으로 치부한 2012년 헌재의 낙태죄 합헌 판결을 기준으로 삼아 많은 여성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제도를 고수해왔다기에 실태 조사를 거쳐 사회적·법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는 일견 아쉽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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