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민주노총 비판 날세우는 까닭
    By tathata
        2006년 03월 15일 05: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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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이 최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노동운동은 양분돼 있다. 합리적 노동운동과 과거에 집착한 폭력적 노동운동이다. 가장 편한 운동방식은 투쟁이다. 반대하면 그뿐이다”며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위원장은 또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언제 수정안이나 타협안을 내는 것 봤나. 무조건 반대만 한다. 그렇게 하면 얻을 것도 못 얻는다…그런 행동은 노동운동의 말살을 가져온다”는 말까지 했다. 

    이 위원장은 또 “비정규법 처리 과정을 보니 (공조에) 회의가 든다. 양 노총의 공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독자적으로 교섭해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민주노총과 ‘선’을 긋고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장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의 노사표자회의 참석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길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작년에는 민주노총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민주노총이 들어오든 개의치 않겠다. 또 민주노총의 요구대로 비정규법 재논의를 우리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들은 “직접 찾아가 진의를 확인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또한 “한국노총의 진의를 명백하게 파악해 대응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의 이같은 비판은 국회 환노위에서 비정규법안이 날치기 통과된 직후 더욱 표면화되었다.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이 ‘수정안’을 제시한 이후, 한국노총은 뚜렷한 입장 표명을 미뤄왔으나, 비정규법안이 한나라당안으로 환노위를 통과하자 한국노총 내에서는 민주노총과의 공조로 “잃기만 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한국노총으로서는 양대 노총 위원장 단식농성을 정점으로 비정규법안을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유리한 교섭국면을 조성하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민주노총이 원칙만 고집하며 “판을 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판을 깬 것은 한국노총”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협의해 비정규법안을 협의해오다가 갑자기 ‘수정안’을 내 공조를 파기한 것은 한국노총 아니냐”며 반박했다.

    양 노총의 공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이 이처럼 노골적인 언사까지 동원하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을 비판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을 겨냥해 비판하면서 정부, 자본과 로드맵 협상에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민주노총이 제외된 교섭 자리에 참여하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의 다른 관계자는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해 기존의 수세적 태도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그리고 민주노동당 사이의 ‘갈등’은 산적한 노동현안을 풀어나갈 핵심 주체들의 연대 전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양대노총과 당이 비정규직 법안에 이견이 노출된 측면이 있지만 서로 적대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노동진영 전체의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며 “로드맵 협상 등 쉽지 않은 길에 노동연대를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구동존이(求同存異-같은 것은 구하고, 다른 것은 존중한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오는 17일 오전에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의 연대와 차별,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한국노총의 입장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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