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 총리 유임시키려했다"
        2006년 03월 15일 10: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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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오후까지도 이해찬 국무총리를 유임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 안팎의 총리 사퇴 여론을 강하게 제기하자 결국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5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어제 오후 2시간여 대화하는 중에도 대통령은 이 총리를 유임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정 의장이)당원과 의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했고, 결국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이 총리 사의 수용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압박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이 총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당과 청와대가 보였던 엇갈린 행보와도 맥락이 닿는다. ‘3.1절 골프 파문’이 불거진 후 비등하던 총리 사퇴 압력은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 보였다. 그러나 파문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당원과 국민 여론을 전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총리 사퇴 당론을 청와대와 총리실에 전하면서 유임론은 급속히 힘을 잃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대단히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정 의장이 전면에 나설 경우 여권 내 힘겨루기로 비칠 것을 우려한 듯 민감한 발언이나 문제제기는 김한길 원내대표가 ‘총대’를 매는 일종의 역할분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2주일간 계속된 야당의 총공세와 여론의 비난 속에서도 단일대오를 유지해준 의원과 당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특히 의원들이 "개인의 의견 표현을 자제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어려울 때일수록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도 "당의 뜻을 수용해준 대통령"과 "지도부를 믿고 따라와준 당원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 총리실과의 힘겨루기 끝에 결국 총리 사퇴 당론을 관철시켜냄에 따라 정동영 지도부의 당내 장악력은 한층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청와대 우위의 당청관계를 여당 우위의 당청관계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청관계에서 여당의 목소리가 급속히 힘을 얻을 경우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노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그냥 방치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사퇴하는 이 총리의 거취도 관심거리로 떠오른다.

    이번 ‘3.1절 골프 파문’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한 노 대통령과 정 의장의 미묘한 대립 양상이 향후 여권 내 역학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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