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총회 ‘탈석탄 동맹’에 한국은 없다
    [에정칼럼] 독일 본에서 열린 23차 기후총회 의미
        2017년 11월 21일 09: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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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8일, 독일 본에서 열린 23차 기후총회가 막을 내렸다. 2015년에 체결되고 2016년에 발효된 파리협정은 2021년 이후의 신기후체제를 구상하는 교토의정서의 새 버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파리협정의 이행규칙 협상을 위해 2016년 모로코 마라케시에 이어 올해 독일 본에서 총회가 개최됐다.

    통상 대륙별로 개최지가 결정되는데 이번에는 피지가 의장국을 맡아 자국에서 열릴 참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개최 비용이 들어가는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 탓에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이 있는 본에서 대신 열렸다.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에서 기후총회가 열릴 수 없다는 사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불합리성을 웅변한다.

    실제로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개최지에 따라 협상장 안팎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핵심 의제가 정해졌더라도, 유럽과 북미, 아시아 선진국에서 하느냐, 아니면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이나 빈국에서 하느냐에 따라, 공식적 협상이든 비공식적 로비든 엔지오 랠리나 퍼포먼스든, 개최 도시 곳곳의 움직임은 차이를 보이곤 한다.

    의장국인 피지가 기후변화의 피해자를 상징한다면, 독일과 본은 가해자로 규정해도 무방하다. 총회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았던 연사는 2016년 사이클론으로 마을이 파괴된 12세 소년 티모치 나울루살라였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피지 소년의 “기후변화는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외침에 궁색한 답만 내놔 홈의 이점을 살릴 수 없었다. 독일은 에너지전환의 모범 사례라 불리기에 무색할 정도로 갈탄 채굴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는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탈석탄 대열에 끼지도 못했다.

    본 총회에서 주목할 만한 흐름을 꼽자면 단연코 탈석탄 동맹(Powering Past Coal Alliance)일 것이다. 지구 평균 온도을 2도 상승으로 억제하려면 2050년 전에 모든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많은 선진국들은 2030년까지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영국과 캐나다가 주도한 이 동맹에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뉴질랜드, 멕시코 등 19개 국가가 참여했고, 앨버타, 브리티시콜롬비아, 온타리오, 퀘벡, 밴쿠버, 워싱턴, 이렇게 6개 지방정부가 동참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공동 선언했다.

    기후변화 대응의 주 타깃이 화석연료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기후총회에서 탈석탄에 관한 정부 간 연합체가 구성된 것은 대단히 혁신적인 성과일 것이다. 물론 약점도 있다. 이들 국가들의 석탄 사용 비중은 전 세계의 3% 불과해 총량으로 볼 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중국, 미국, 인도, 독일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전 세계 발전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국제석탄시스템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또한 인도, 베트남 등에서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등을 장착한 비전통 석탄화력발전은 인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 등에서 석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전망을 발표하고 있으며, 많은 금융기관들도 탈석탄 방침을 밝히고 있다. 탈석탄 동맹 역시 2018년에는 참여 국가와 지방 정부가 50개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정도로 승산이 있어 보인다.

    미국 내부의 변화도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로 국제온실레짐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었지만, 다시 한 번 프랑스 등 유럽의 역할이 부상하는 등 오히려 미국 우선주의가 왕따 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이 그렇지는 않다. 본 총회에서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점은 반 트럼프 현상의 일종인 미국 책임주의이다.

    미국의 지방정부와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공언했다. 총회장 옆 별도로 마련한 미국기후행동센터(US Climate Action Centre)에서 20개 주 정부와 50개 이상의 시 정부와 60개 이상의 대기업 등은 미국의 약속(America’s pledge) 1단계를 발표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주도하는 미국의 약속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경제 규모를 더하면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크다.

    앞으로 이 약속이 어떻게 지켜질지 두고 봐야겠지만, 파리협정문에 따라 미국이 공식적으로 2020년까지 당사국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기후체제의 기틀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지, 2020년 대선에서 대통령을 바꿀 수 있을지, 새로운 관점 포인트가 생겼다.

    한국은 무엇을 했을까. 이번 기후총회에서 정부 대표단과 서울시 등 지자체의 성과 보고 및 국제 연대 활동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아쉬운 것도 많다. 탈석탄과 관련해서 크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먼저 탈석탄 동맹에 한국은 빠져 있다.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석탄 쪽은 내세울 만한 게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탈석탄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독일을 보는 듯하다. 물론 탈석탄 동맹 국가들이 주로 석탄발전 비중이 낮거나 이미 탈석탄 비전을 수립하거나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다. 탈석탄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겠지만, 내년에는 이런 국제 흐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길 바란다.

    다음으로 충청남도의 탈석탄 에너지전환이 소개되지 않아 아쉽다.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달리 충청남도는 탈석탄이라는 큰 방향을 천명한 바 있고, 그에 따라 자체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2050년 에너지전환 비전과 에너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탈석탄 친환경 에너지전환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탈석탄 동맹에 속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비해 손색이 없다.

    한국 정부는 탈핵에 비해 관심을 덜 두고 있는 탈석탄이 왜 중요한지를 기후총회를 계기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매년 발표되는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 따르면, 한국은 58위로 작년과 같이 ‘매우 부족’ 평가를 받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많은 비판을 받으며 박근혜 정부가 파리협정용으로 유엔에 제출한 국가목표와 감축방식(NDC)을 둘러싼 논란에 더해 에너지전환과 온실가스 감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해법이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23차 기후총회는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피지 모멘텀(Fiji Momentum for Implementation)을 채택하는 것으로 끝났다.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예정된 24차 기후총회까지 이행규칙 후속협상을 마무리 짓고, 동시에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탈라노아 대화(Talanoa dialogue)가 진행된다. 우리도 핵, 석탄, 재생, 온실가스, 하나씩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서로 맞물려 있는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서는 뒤죽박죽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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