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산호를 보면 새만금 미래가 보인다
        2006년 03월 14일 0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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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 전에 영산강 하구를 막아 만들었던 영산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금속이 포함된 퇴적물이 매년 10~20cm씩 쌓이고 호수 수질은 5등급 밖으로 밀려 썩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경강과 동진강을 막아 조성하는 새만금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광주과학기술원 김준하(환경공학과) 교수는 14일 지난해 4월과 8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영산호의 수체 오염도 및 퇴적물 유해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는 정부가 그동안 얘기해왔던 것과도 전혀 달랐다.

    수질상태 최악…퇴적물엔 중금속

    김준하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영산호의 수질상태는 최악이었다. 대부분의 수질 측정치가 가장 낮은 등급 아래로 밀려났고 매년 중금속을 포함한 퇴적물이 쌓여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영산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11.6ppm으로 농업용수 기준치를 훌쩍 넘어섰다. 총인(T-P) 역시 0.41ppm으로 농업용수 기준치보다 네배 높았다. 유일하게 용존산소량(DO)이 4.6ppm으로 4등급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쓸 수 없는 물로 바뀐 셈이다.

    특히 하구를 둑으로 막은 뒤 매년 10~20cm씩 쌓인다는 퇴적물은 심각하다. 김교수팀이 ‘생태환경 위해성 평가방법’을 이용해 미국 환경청 퇴적물 기준 중금속과 영산호의 상태를 비교했는데 망간(Mn)과 철(Fe) 때문에 호수 안의 동물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납(Pb)의 영향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결론을 냈다. 조사팀은 “영산호 내부 생물 다양성을 연구한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영산호 내부에는 한 가지 종류의 어종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산호 내부의 악화된 수질과 유해한 퇴적물이 다양한 어종을 단일 어종으로 바꿨다”고 분석했다.

    정부, 영산호 수질조사 엉망

    문제는 이런 조사 결과는 정부가 그동안 발표했던 영산호의 수질측정 결과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농림부 등 정부기관이 측정했을 때 결과는 3~4급수였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 정부의 수질측정 지점이 가장 수질이 좋은 지점으로 선정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측정 지점을 세 개로 국한시켜 통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김교수팀은 호수의 상중하 지점을 포함해 150여 지점으로 측정지점을 분산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 정기적으로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 만경강, 동진강 수질측정치도 같은 오류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질이 좋은 지점을 표본으로 수질을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환경단체가 꾸준히 제기해왔다.

    영산호 준설로만 2640억원…새만금은?

    환경부,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질개선 대책으로 호수 준설과 해수유통을 논의하고 있다고 김교수는 밝혔다. 영산호 전구간을 준설할 때 2640억원, 부분구간 준설에 1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해 관계부처와 환경단체가 심각하게 토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근본적인 수질개선 방법으로 하구언을 영구 개방할 것인지도 심각하게 논의중이라는 게 김교수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교수는 새만금 사업이 영산호의 25년 전 역사적·정책적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물부족국가라는 시각으로 수자원을 확보해야한다는 논리는 생활용수 내지는 음용수의 수자원을 확보할 때에나 통하는 논리”라며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앞으로 새만금호는 지금의 영산호와 같이 되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이 완성되면 여의도 면적의 140배의 땅이 생기고 물부족 시대에 10억톤의 물을 저장하는 호수가 만들어진다"는 농림부의 비전이 재앙이 되어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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