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는 한국인이
    영어 배우기 딱 좋은 나라
    [인도 100문-22] 배우려는 목적
        2017년 11월 18일 0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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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책이 한 권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름하여, ‘영어는 인도식으로 배워라’이다. 인도를 공부하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인도와 관계없이 단순히 영어를 배우려고 해외 연수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잘 배우고 싶으면 미국이나 호주 그런 데 가지 말고 인도로 가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인도에서 영어는 헌법에 두 개의 공용어로 인정된 언어다. 그 가운데 힌디는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사용하는 언어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외교를 하기 위한 사람들에겐 별 필요 없는 언어다. 물론 알아서 나쁠 거야 없겠지만. 반면 영어는 전체 15% 정도가 제2외국어로 사용하지만 실질적인 비즈니스 언어고 유일한 법원 사용 언어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사람들이다. 인도에서 뭔가를 하려면 그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는데 영어는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그런 차원 아니고서도 영어를 인도에서 배우는 게 좋은 점들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우선 인도 사람들은 그 자체로서 말이 많고, 외국인에게도 말을 잘 걸고 친절하다. 한국 사람은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외국인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그 사람들하고 영어 실습practice할 좋은 기회가 많다.

    미국은 쉽게 갈 수도 없는데다가 영국이나 호주나 캐나다나 가보면 잘 안다. 누구 하나 친절하게 말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교실에서 배우는 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다. 인도는 매우 안전한 나라다. 필리핀이나 남아공 같이 불안해서 사람들을 마음 놓고 만나거나 바깥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나라와는 전적으로 다르다.

    인도 대학의 대부분은 영어로 교육하고 대학생들이 캠퍼스잔디에 앉아 담소를 즐기는 게 일상이다.@이광수

    이유는 또 있다. 인도 영어는 표준화 되어 있어 배우기도 쉽고 쓰기도 쉽다. 언어의 속성상 원어민이 구성하는 언어는 어떤 문법이나 표준에 많이 벗어나고 망가져버리는 게 보통인데, 제2외국어로 구사하는 사람들의 영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슬랭이나 이디엄 같은 데 몰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도인이 쓰는 영어는 매우 격식 있고 고급스러운 정통 영국식 영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영어를 배우려는 한국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사실 영어는 기본 패턴 100개 하고 단어 500개만 알면 웬만한 표현은 다 할 수 있다. 그러니 굳이 네이티브들이 현지에서 쓰는 이상한 말에 몰두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게 뭔가 있어 보여서 자꾸 그런 데로 눈길이 간다. 물론 영어를 아주 잘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현지어를 배우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기본에 충실하면 충분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있다. 현재 세계의 공용어는 실질적으로 영어다. 그러다 보니 영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그 나라 사람들이 내뱉는 영어 발음은 대부분 미국식이 아니다. 네덜란드 사람이든 프랑스 사람이든 멕시코 사람이든 인도네시아 사람이든 너나 할 것 없이 그 사람들이 하는 발음은 미국 사람들이 하는 것만큼이나 심한 연음이나 액센트 같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발음한다. 그런 발음의 대표적인 것이 인도식 영어다. 그러니 대부분의 외국인들과 만나서는 인도식 발음의 영어를 쓰는 게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답은 비교적 간명하게 나온다. 외국인과 의사 소통을 글로나 말로 하고자 하는 것인가? 아니면 멋있게 발음을 하고 희한한 슬랭을 구사하는 것인가? 후자를 목표로 두는 사람은 미국으로 가면 될 것이지만, 우선 전자를 목표로 두는 사람은 인도에 가서 배우는 게 가장 좋다. 문제는 폼을 재는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도에서 영어 하나만큼이라도 제대로 익혀야 한다.

    세계 어디를 가나 영어는 오로지 미국 네이티브 같이 발음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은 너무나 미국 중심이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다. 그러니 한국 사람들 눈에는 오로지 미국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실질적인 것을 놓치고 폼만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인도는 비단 인도와의 관련을 갖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나라는 아니다. 적어도 인도와 관계없이 단순히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좋은 나라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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