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 어린 양은 안돼" 신학대 맞아?
        2006년 03월 14일 12: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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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리교신학대학교가 특정 장애를 가진 수험생을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합격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대)는 지난 97년부터 매해 4명 정원의 특수교육대상자(장애인) 특별전형을 시행해왔고 2005년까지 이 전형에 응시해 합격한 20여명의 장애인 학생이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초, 2006년도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응시한 한 장애인의 합격 여부를 놓고 시작됐다.

    신학과에 응시한 김모씨(31세·뇌병변 1급)는 면접 당시 2명의 교수에게 “어떻게 학교를 다닐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아 “교실까지만 도와주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면접 점수는 ‘F’였다.

    학교측이 김씨에게 면접점수 낙제점을 준 까닭은 특수교육대상자 특별 전형에 명시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으므로 학업이 가능한가를 확인한 후에 신중히 지원하기 바란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이었다.

    불합격 통보나 다름없는 면접점수를 받은 김씨는 결국 낙방했다. 김씨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 2월 말 감신대 총학생회와 장애인 학생지원 네트워크에 알렸고, 이 사실은 알게 된 두 단체는 사실 확인을 거친 후 공동대응에 나섰다.

    “여학생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여학생 안뽑나?”

    감신대 총학생회와 장애인 학생 지원네트워크는 학교당국이 김씨의 불합격 결정을 철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13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이 사실을 알리는 대대적인 선전전과 함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김씨로부터 제보를 받은 후 두 단체는 약 3주간 학교측에 김씨의 불합격 사유를 놓고 여러번 해명을 요구했지만 입학관리처와 교무처는 이에 ‘수학능력이 떨어진다’,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 사무국장은 “사실확인 단계에서 김씨와 비슷한 수능점수인 비장애인 수험생의 합격여부를 알아본 결과 비장애인 수험생은 합격통보를 받았다”면서 “면접점수가 합격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학교측이 주장하고 있는 ‘수학능력이 떨어진다’와 ‘편의시설이 없다’는 이유는 각각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어장애를 안고 있는 김씨가 면접과정에서 비장애인과 똑같은 언어구사를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도 이를 단순히 수학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은 면접관이 장애인에 대한 사전지식, 즉 전문성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말하고 “또, ‘편의시설이 부족하므로 신중하게 지원하기 바란다’는 입학규정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장애인 복지법 12조 4항과 특수교육진흥법 제18조에 따르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 등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차별금지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지난 97년부터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시행한 감신대는 지난 10년동안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셈”이라며 “편의시설이 부족하다고 장애학생을 뽑지 않는 것은 여학생 화장실이 부족하다고 여학생을 뽑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한탄했다.

    감신대 총학생회에서는 김씨의 불합격 방침이 철회된다면 김씨의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한 편의사항을 학교측과 협조해 최대한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학교측에서는 이를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신대 교무처장인 왕모씨는 레디앙과의 전화통화에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권리는 전적으로 학교에게 있는 것”이라면서 “해당 학생의 면접을 본 면접관은 그 학생이 신학말고 다른 학문을 배우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내려 그 점수(F점)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 때문에 입학거부, 억울하고 비참하다”

    “학교에서 부당하게 입학거부를 해서 저는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못 받았어요. 신학을 하기 위해 검정고시와 수능공부를 했고 대학교에 지원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목표를 잃은 화살 같아요.”

    이번 사건의 피해당사자인 김모씨가 기자에게 보내온 글의 일부이다.

    현재 전국 각 대학교의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의 입학규정에는 감신대와 같이 편의시설 부족을 이유로 ‘신중하게 지원하라’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는 곳이 많은 실정이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에 따르면 김씨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1년, 서울교대와 한성신학대에서 휠체어 장애인 수험생에 대한 입학거부가 있었고 그 당시 거센 비판여론으로 인해 입학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이른바 ‘독소규정’인 위의 조항을 삭제했다.

    김형수 사무국장은 “장애인 학생에 대한 차별조항을 없애는 학교들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매해 지방소재 대학에서는 몇 건씩 이런 사건들이 벌어지곤 한다”며 답답해했다.

    김 사무국장은 “일부 좋은 사례들로 서강대, 나사렛대, 대구대 등에서는 200~300명의 장애인 학생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장애인의 선택의 기회가 줄어드는 또 다른 차별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학가고 싶으면 공부 열심히 해서 장애인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으로 가면되지 않느냐’는 일반 학교의 인식이 생기게 되고, 200~300명의 장애인 학생이 한 학교에 몰림에 따라 ‘장애인 전용학교’처럼 비춰진다는 것이 김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감신대는 김씨의 입학거부 최종 철회시점인 13일 자정까지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아 김씨의 입학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지만 총학생회측은 행정시한과 관계없이 김씨의 복권이 이뤄지기 위해 총장면담과 장애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감담회, 장애인 교육과 관련된 집회성격의 문화제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한국 장애인단체 총연맹 등 장애인 단체들은 김씨의 입학거부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 학교측과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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