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력가속도 0.2배 견디는 내진설계
    “흥해 0.58배, 작은 규모도 안심 못해”
    양이원영 “진앙지 가장 가까운 월성1호기 조기폐쇄”
        2017년 11월 17일 11:4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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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 지진으로 탈원전 요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포항이 위치한 영남권에는 양산단층을 포함해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이 자인, 밀양, 모량, 동래, 일광, 울산 등지에 다수 분포해 있다. 문제는 이처럼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활성단층 밀집 지역들에 국내 원전 18기가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간 적극적인 탈원전 운동을 해온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17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한 60여 개의 활성단층들이 동남부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데,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지질학자들이 ‘활성단층이 활동시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했다”며 “1년 2개월 만에 포항 지진이 발생하면서 활성단층이 활동시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지진은 경주지진보다 규모는 작지만 지진의 진원지가 얕아 그 피해가 더 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에 대해서도 양 처장은 “작은 규모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경고”라고 우려했다.

    활성단층 밀집 지역에 지어진 원전에 대해선 “활성단층에 대한 논란은 일본에서 몇 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 경고를 해왔던 것이고 (그 위험이)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활성단층이 발견되고 있으니 (활성단층이 밀집한) 동남부 일대엔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를 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당국와 원전 산업계는 ‘내진설계가 있으니까 끄떡없다’는 입장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산업계 등 친원전 측은 국내 원전이 규모 6.5에서 7.0의 지진에 견디도록 내진설계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 처장은 “지진 규모로 내진설계를 얘기하긴 어렵다. 정확하게는 내진설계는 중력가속도의 몇 배로 옆으로 흔들리는 걸 견디냐 하는 것이다. 중력가속도가 g이면 이것의 0.2배 만큼 옆으로 흔들리는 걸 견디는 게 원전의 기본적인 내진설계”라며 “지금 한반도 동남부 일대의 18기 중 17기는 중력가속도의 0.2배, 신규 원전 신고리 3호기부터는 0.3배 만큼 흔들릴 때 견딘다고 돼있다. 그런데 흥해, 포항 북쪽 특히 피해가 컸던 흥해는 0.58배로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지진의 규모가 같더라도 지역의 땅의 조건 등에 매우 다양한 조건에 따라 흔들림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땅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지진규모만 가지고 내진설계된 원전의 안전성은 완벽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양 처장은 “0.2g 정도 흔들리는 건 6.5 규모 정도 견디는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번에 보니까 규모 5.4가 발생한 것도 0.58g로 흔들렸다. 그러니까 ‘0.2g 정도의 내진설계가 지진규모 6.5까지 견딘다’는 말은 맞지가 않다. 그렇게 단순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포항 지진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월성 1호기의 수명은 2012년 11월로 끝났지만 정부는 10년 수명연장을 해 가동 중이다.

    양 처장은 “월성 1호기는 포항 지진 나기 전에 수명연장 과정이 위법이라고 판결이 났다. 당연히 조기 폐쇄해야 한다”며 “문제는 월성 1, 2, 3, 4호기가 도입될 당시에는 활성단층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경수로 원전인 나머지 국내 원전들과 달리 중수로 원전이라는 데에 있다. 중수로 원전은 0.2g 이상으로 내진설계가 근본적으로 보강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포항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붕괴되거나 균열이 일어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일반 건축물의 내진설계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전국 내진대상 건축물 273만 동 중에 내진설계가 확보된 건축물은 56만 동 정도로 20.6%에 불과하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 개인 자비를 들여 내진보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시설물보다도 민간건축물의 경우가 내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민간건축물에 대해서도 내진 보강을 강제할 방안에 대해선 “민간건물 같은 경우는 자비로 부담해야 하고, 공공시설물들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여력이 좋지 않아 내진 보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문제는 국민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자체에 맡길 게 아니라,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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