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총리실에 이미 의사 전달"
        2006년 03월 13일 0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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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 이후 유임이냐 사퇴냐를 놓고 갈짓자 행보를 보이던 여권의 움직임이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지난주 금요일 ‘총리 문제’에 대한 당 안팎의 여론을 청와대와 총리실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총리의 거취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난주 목요일 최고위원 만찬에서 수렴한 당심과 민심을 금요일 청와대와 총리실에 가감없이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또 이 총리 문제와 관련한 당 안팎의 여론을 오늘까지 최종 수렴해 대통령이 귀국하면 당의장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당의장도 이날 회의에서 현재의 시기를 "전당대회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소속의원과 당원, 민심을 깊이 있게 수렴해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가 끝난 후 우상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한길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이 적극적으로 당심과 민심을 수렴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금요일 총리실에 전달된 내용에 대해 우 대변인은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그(거취) 문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당원과 여론의 이름을 빌려 총리 사퇴에 대한 당론을 청와대와 총리실에 간접적으로 전달했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총리 사퇴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던 김근태 의원 측도 입장이 선회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김근태 계보측 의원들은 12일 저녁 회동을 갖고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최고위원의 대변인을 맡았던 우원식 의원은 "최근의 상황이 매우 안 좋고 총리도 이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말은 이 총리가 깊게 고심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읽히기도 한다. ‘고심’의 내용에는 물론 ‘거취’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13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근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귀국하면 잘 수습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한편 총리실은 아직까지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총리실 이강진 공보수석은 "대통령 귀국 후 거취 문제를 포함해 상의드리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 공보수석은 또 대통령 귀국 전에 총리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공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총리가 내심 사퇴 의사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부재한 지금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칫 정국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여당으로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 주도로 총리 문제를 깨끗이 털어내는 ‘조직적 퇴각’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문제를 수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상황이라면 대통령이 귀국한 후 총리의 사임이 공식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총리 사임의 시점이나 차기 총리 인선 문제 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하튼 여론의 관심은 ‘총리 사퇴냐 유임이냐’에서 ‘사퇴의 시점과 차기 인선 시점’ 문제로 조금씩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처럼 시중 여론이 이 총리의 사임을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일종의 ‘역선택’으로 시중 여론의 의표를 찔렀던 노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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