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포털, 대항마가 뜬다
        2006년 03월 13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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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규모 인터넷 업체들이 대형 포털의 횡포에 맞서기 위한 연합체 구성을 선언했다. 디시인사이드, 웃긴대학, 미디어몹을 비롯한 30여개 인터넷 콘텐츠 사이트들은 13일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가칭)’를 결성한다. 협회는 ‘대형 포털의 횡포 때문에 중소인터넷 업체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빠른 시일 안에 회원사의 콘텐츠에 기반한 연합 포털 설립 계획을 밝혔다.

    협회에 주간사로 참여한 웃긴대학의 이정민 사장은 “이대로 가면 중소 업체들은 포털의 하도급업체로 남거나 망하거나 두가지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업체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절박하다는 대형 포털의 횡포는 어떤 것일까.

    업체들이 가장 먼저 꼽는 횡포는 대형 포털들이 콘텐츠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콘텐츠 제공업체와 포털의 공식적인 거래가격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지만 콘텐츠 생산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격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최근 특정 포털의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확장된 후에는 아예 공짜로 콘텐츠를 넘기라는 요구도 증가하고 있다. 역시 협회에 주간사로 참여한 미디어몹은 1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2곳의 포털로부터 콘텐츠를 그냥 달라고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포털의 횡포

    이러한 횡포는 국내 포털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확대된다. 컨텐츠를 검색하면 검색결과를 통해 해당 사이트와 사용자를 중개하는 역할에 그치는 해외의 포털과 달리 국내의 포털은 대부분의 콘텐츠를 해당 포털 안에서 제공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낮은 콘텐츠 제공료에 대해서 대형 포털 측은 ‘제공된 콘텐츠로 해당업체도 접속자가 늘어나는 만큼 상호이익관계’라고 반박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이미 포털 안에서 내용이 다 제공되기 때문에 실제 자신들의 사이트로 이동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업체가 느끼는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디지털카메라 정보제공 사이트로 유명한 디시인사이드는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은 거의 대부분 대형 포털에서도 볼 수 있다. 네티즌들이 개인블로그나 지식검색 등을 통해 ‘퍼나르기’ 때문이다. 포털 측은 네티즌들의 자발적 행동이며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소업체들은 포털 측이 이런 정보들을 편집해 메인화면에 공개하고 순위를 매기는 등 네티즌들의 콘텐츠 퍼오기를 권장하고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고 본다.

    협회는 이런 횡포에 맞서 내부에 콘텐츠를 쌓아놓는 폐쇄적인 방식이 아닌 사용자가 콘텐츠를 선택하면 해당 사이트로 직접 연결해주는 ‘열린 포털’을 설립하기로 했다. 협회는 ‘열린 포털’에 400여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바라봤다.

    열린 포탈 가능할까

    대형 포털의 횡포에 맞서 열린 포털을 구축하겠다는 협회의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대형 포털의 성장기반이 됐던 ‘검색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제공하는 콘텐츠가 아무리 다양해도 기본적인 검색능력에서 한계가 있으면 이용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국내 인터넷 검색 시장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지난 2월 웹 접속기록 분석 업체 에이스카운터의 조사에 따르면 검색시장의 경우 네이버의 점유율이 61%(지난해 12월 현재)에 이른 것으로 나왔다. 중소업체의 경우 네이버의 검색에 잡히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포털을 콘텐츠 중개지로 만든다는 방향은 옳지만, 검색부터 메일, 뉴스, 카페까지 모든 서비스를 한곳에서 해결하는 한국형 포털에 익숙해진 네티즌들의 이용습관을 바꾸지 않는 이상 콘텐츠만으로 승부하는 열린 포털의 실험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과 손잡을 경우 지각변동 가능

    한편 인터넷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고심 중인 구글이 열린 포털과 손잡을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중소업체의 열린 포털이 아직 계획 단계고 구글은 지난 해 말부터 독자적인 한국시장 진출 계획을 마련해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네이버라는 공통의 적을 뛰어넘지 못하면 시장에 안착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IT칼럼니스트 김중태씨는 "중소업체 쪽은 검색능력을 개발할 자금력과 기술력이 없고, 구글은 검색기능 외에는 네이버의 콘텐츠에 맞설 무기가 없다는 점에서 양자의 결합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바라봤다.

    한편 최근 몇몇 인터넷 신문들이 내부적으로 포털 뉴스제공을 중단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지난 8일 온라인신문협회 관계자의 말을 빌어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제 발등 찍기’이므로 이를 중단하자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포털이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구글과 손을 잡고, 여기에 포털로부터 이탈하려는 인터넷 매체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철옹성처럼 보이던 국내 대형 포털 시장도 큰 지각변동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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