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제한, 타협할 수 없는 원칙"
By tathata
    2006년 03월 13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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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비정규법안에 대해 노동연구원 박태주 교수가 “민주노동당의 ‘최대강령주의’도 민주노총의 그것에 비해 못지않게 심각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난 10일 <매일노동뉴스>에 “비정규직은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민주노동당이 비정규법안 처리과정에서 사유제한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불법파견 고용의무’안도 관철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한나라당의 ‘불법파견 적발 시 2년 후 고용의무’안으로 통과하게 된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 "타협의 미학으로서 정치가 중요하다"

박 교수는 “주지하다시피 불법파견은… 비정규직 보호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이슈에 속한다. 행정부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하여도 늘구장창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고 법원의 판결이 나더라도 고용의무만 질 뿐 그것이 반드시 직접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조차 없는 실정이다…  민주노동당이 정치파업까지 선언하며 보호하려던 비정규직이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단체교섭도 그것이 파업으로 치닫더라도 결국은 타협의 과정이고 정치 역시 타협의 미학”이라며 “비정규직을 저들이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해서 덩달아 정략화시키거나 자신의 ‘계급성’을 내세우기 위한 선전도구로 이용함으로써 게도 구럭도 잃는 일은 피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요약하면, 비정규법안 처리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사유제한 원칙에 매달리다 불법파견 고용의무도 얻지 못해 구체적 실익을 챙기지 못하고 내주고 마는 ‘타협 없는 교섭’을 하는 ‘최대강령주의’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일부에서도 민주노동당의 교섭전략에 대해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이 제기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용범 한국노총 기획본부장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의 주장만 고수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법적 근거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됐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며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비록 사유제한이 관철되지 못한다할 지라도, 집행부가 불법파견 고용의제안(한국노총안)이라도 받아 조합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설득시켜 나가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대강령주의’ 비판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부정확"

하지만 비정규법안 처리과정에 관여했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최대강령주의라는 비판은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김명호 기획실장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애초 2004년 7월에 파견법 철폐를 법안으로 제출했지만, 비정규법안 협의과정에서 몇 개 조항을 제외하고 열린우리당과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최대강령주의라고 한다면 아직도 우리는 파견법 철폐를 외치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김 실장은 “차별시정기구 설치, 사용자 입증 책임 등에 합의했고, 단병호 의원이 10가지 사유제한안을 제출한 것 또한 민주노총과 당이 현실적 접근을 통해 타협한 안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사유제한을 풀자’라는 주장은 우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사유제한을 하는 것이 비정규법안의 궁극적 목적인데 그것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고 말했다.

강문대 전 단병호 의원 보좌관 또한 같은 생각이다. “기간제 사유제한, 불법파견 두 가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이다. 주변부는 동의할 수 있지만,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98%를 차지한다고 하는 기간제를 어떻게 다른 법안과 교환할 수 있는가”라며 반박했다.

비정규법안은 현재 처리과정 중에 있으며 여전히 뜨거운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안이 최소 요구 또는 마지막 수정안인지, 최대강령 수준의 요구인지에 대한 논쟁은 입장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 시점은 논쟁보다는 단결된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이같은 이견이 존재하고, 이것이 노동계의 대응을 다소 어렵게 만든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동계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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