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반도체 노동자
    뇌종양, 대법원 산재 인정
    불인정 2심 판결 파기환송 돌려보내
        2017년 11월 14일 03: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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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교모세포종)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가 대법원에서 산업재해 인정판결을 받았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반도체 노동자로 일하다 퇴직한 후 뇌종양에 걸려 숨진 고 이윤정(사망 당시 32세)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약 6년 2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납, 비전리방사선 등 여러 가지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며 “발암물질의 측정수치가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여러 유해인자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 등 기타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입사 전에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뇌종양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시점인 만 30세 무렵에 뇌종양이 발병했다”며 “이 사업장과 이와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발병률이나 이 씨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 발병률과 비교해 유달리 높다면 이러한 사정 역시 망인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에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교모세포종은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종양이 빠른 속도로 성장·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뇌종양 발병에까지 이르는 속도 역시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망인이 퇴직 후 7년이 지난 다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점만으로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점, 역학조사 당시 화학물질 중 일부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진 점, 망인의 작업 여건, 발병의 원인이 될 만한 개인적 요인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다”고 원고 승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위험요인들에 대한 위험·노출 정도가 높지 않은 점, 교모세포종은 수개월 만에 급격한 성장을 하는 특징이 있다. 망인은 퇴사 후 7년이 지나서 교모세포종으로 진단받은 점 등에 비추어 업무와 발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이 씨는 1997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온양사업장에 입사해 고온·고압 등 스트레스를 가하여 불량 제품을 선별하는 일을 했다. 2003년 5월경에 퇴사한 후 2010년 5월에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같은 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에 따른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2011년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했다. 이에 2011년 4월 소송을 걸었다. 이 씨는 소송 중인 2012년 5월 사망해 유족들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이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뇌종양은 백혈병 다음으로 직업병 피해 제보가 많은 질병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렸다고 제보한 사람은 총 29명, 그 중 27명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했다. 또 이 중 8명은 이 씨와 같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온양사업장에서 일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제보자들 중 총 11명(삼성반도체 6명, 삼성LCD 3명, 기타 삼성전자 1명, LG디스플레이 1명)이 산재보상 신청을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9명에게 불승인 처분했다. 불승인 처분을 받은 피해자들 중 이 씨를 포함 3명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와 같은 공장에서 같은 업무를 했던 1명은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며, 다른 1명은 원고 패소를 확정 받았다.

    반올림은 “현재 산재 신청이나 소송을 고민하고 있는 뇌종양 피해자들도 다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반도체 뇌종양 사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인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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