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리실 "이총리, 이미 사퇴의사 밝혔다"
        2006년 03월 10일 12: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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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퇴와 유임을 놓고 여야가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총리실에서 공식적으로 "사퇴의사을 밝히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총리가 노대통령 출국 직전에 만난 자리에서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이총리가 사퇴의사를 거둬들인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퇴의사를 밝힌 총리를 대통령이 붙잡고 있는 모양새가 되면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자신은 여론의 압박을 외면하며 유임을 고집하는 걸로 비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총리실 관계자의 설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지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3.1절 골프 파문’ 관련 ‘도박 골프’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도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어 이 총리의 거취는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다음주에야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 총리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가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 총리 문제에 대해) 지도부에 맡겨달라고 해놓은 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당의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당이 더 이상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당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핵심 당직자는 이와 관련해 "총리가 사퇴하면 사퇴하는 대로, 사퇴하지 않으면 사퇴하지 않는 대로 대통령에게 부담이 된다"며 "이 총리의 유임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총리실에서는 유임론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명분은 총리 사퇴에 따른 대통령의 부담이다. 분권형 대통령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실세 총리가 물러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느끼는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론의 향배. 이 총리 유임론이 흘러나온 것도 한 여론조사에서 총리 사퇴에 대한 반대 여론이 40%를 상회한다는 결과치가 발표된 다음부터다. 그런데 이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3.1절 골프 파문’이 이기우 교육부차관과 동양제분의 커넥션 등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자꾸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의 의혹 제기와 야당의 공세로 여론이 험악하게 돌아가면 여당과 대통령도 당할 도리가 없다.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여론의 ‘부담’을 감내하느니 총리를 털어내는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공방이 여당으로서는 대통령에게 시간 여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정치권 일부의 관측은 부정적 여론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당분간 총리실과 열린우리당은 내심으로는 ‘유임’을 전제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사퇴’와 ‘유임’을 확정하지 않은 채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는 14일까지 이 여론전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총리의 진퇴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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