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몬트주, 20여년만에 좌파시장
    2006년 03월 10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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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무풍지대’ 미국의 한 도시에서 좌파시장이 탄생했다. 버몬트주 벌링톤시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실시된 시장선거에서 버몬트진보당의 밥 키스 후보가 시의원 출신의 공화당 후보, 주 상원의원 출신의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시장에 당선됐다.

인구 20만의 벌링턴시는 연방 하원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지난 1981년부터 6년 동안 시장으로 일했던 곳이다.

벌링턴시에서 처음으로 선호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키스 후보는 1차에서 39% 득표율을 보이며 민주당의 힌다 밀러 후보(31%)와 공화당의 케빈 컬리 후보(26%)를 제쳤다. 3위 이하 후보자들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2차 선호투표 결과를 1, 2위 후보들의 표로 합산한 결과 키스 후보가 54%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벌링턴시의 이번 선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먼저 미국에서 선호투표제가 시장선거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선호투표제는 미국 내에서 정치개혁의 방안 중 하나로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선거제도이다. 특히 버몬트 주지사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했던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이 선호투표제 도입을 강력히 주창하고 있다. 이 제도는 샌프란시스코의 몇몇 공직선거에서 사용되고 있고 미시간주와 워싱턴주의 몇몇 소도시에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미국정치의 공화-민주 양당구도가 한층 더 공고해지면서 제3당 운동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진보정당이 승리를 거뒀다는 데 있다. 버몬트진보당은 버몬트주 안에서만 활동하고 있지만 미국내 제3당 가운데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1981년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가 시장에 당선된 이후 그의 지지자들이 결성한 진보연합(Progressive Coalition)에 기원을 두고 있는 버몬트진보당은 현재 주 하원의원 6명과 시의원 4명이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버몬트진보당의 강령에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정의와 지속가능성의 증진”을 당의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인간의 노동은 부를 창출하는 열쇠”이고 “우리는 막대한 부가 소유나 신분에서 나온다는 거짓된 정의에 도전한다”거나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를 철폐하고 군비지출은 인류의 필요에 따라 재고돼야 한다”는 등의 급진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오는 4월에 시장으로 취임하게 되는 57세의 밥 키스 당선자는 대학 졸업 후 평화봉사단에서 활동을 했고 베트남전 당시 징집영장을 받자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전력을 갖고 있다. 이후 벌링턴시에서 빈민운동을 하다 지난 2000년 버몬트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시장으로 재임한 샌더스 의원은 보수언론과 우파세력들의 공세 속에서 공공지출 확대, 부동산 투기 억제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키스 당선자 역시 이번 선거에서 해안가 호화주택 건설 반대, 좋은 일자리, 충분한 의료보장, 생활임금 등을 약속했다. 20여년만에 다시 돌아온 버몬트진보당의 지방자치 실험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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