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근로자법 개정”
    건설노조, 28일 총파업
    10년째 오르지 않는 퇴직공제부금
        2017년 11월 13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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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노조가 13일 ‘건설근로자법 개정’과 ‘노동기본권 쟁취’ 요구를 내걸고 오는 28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설노조 3만 조합원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들이 국회가 내려다보이는 광고탑에 올라갔다. 국회에서 건설근로자법과 노동기본권을 도외시하고 외면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1월 28일 국회 앞, 3만 총파업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은 (퇴직공제부금 인상 등을 포함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해) 10년 동안 투쟁해왔다”며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28일 전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기자회견(사진=유하라)

    10년째 오르지 않는 퇴직공제부금
    건설노조 “단 하루만 건설노동자로 살아보라”

    건설노동자들이 받는 퇴직금의 일종인 퇴직공제부금은 1일 4천원이다. 2008년 3천원에서 1천원이 오른 이후 10년 동안 동결상태다.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선 ‘건설근로자법(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가 있었다. 이 개정안은 건설노동자의 사회보장 차원에서 제기된 퇴직공제제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퇴직공제제도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사업자가 지급하는 퇴직금의 일종이다. 사업주는 공제회에 근무일수를 신고하고 공제부금을 납부해 해당 노동자는 퇴직 시 공제회에서 퇴직공제부금을 받을 수 있다.

    건설노조는 현행 건설근로자법 내 퇴직공제부금의 ‘5천원 상한제’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퇴직공제부금 인상안까지는 공식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태지만 노조 내엔 1만원 요구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당시 고용노동소위에서 바른정당 하태경·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등 일부 의원이 강하게 반발해 문턱을 넘지 못하고 11월로 미뤄졌다.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차량을 갖고 있는 건설기계 조종사들에게 퇴직공제부금을 줘야 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인가’하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한다. 오는 24일과 28일 양일간 소위는 이 개정안을 다시 논의한다.

    이에 대해 건설노조는 “단 하루만 건설노동자로 살아보라. 하루에 2명씩 죽어가는 게 건설현장이다. 반년이면 국회의원 숫자만큼 건설노동자들은 목숨을 잃는다”며 “사고라도 나면 개인사업주라도 그 책임을 다 노동자가 져야 해서 패가망신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임차진 경기도건설지부장은 “1998년부터 20년이 넘었는데 이제 4천원이다. 같은 해 경기도 아파트 분양가가 500만원이 안됐는데 지금은 1500만원이 넘어간다. 분양가는 2~3배 올랐는데 퇴직공제부금은 2천원에서 고작 4천원”이라며 “1년 꼬박 모아도 100만원이 안 되고, 그 조차도 사업주는 잘 안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 지부장은 “이런 것만 봐도 정치권이나 건설회사 사업주가 건설노동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극명히 드러난다. 한마디로 부려 먹을 때 실컷 부려먹고 다 쓰면 버리는 일회용 젓가락보다 못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이번 총파업에 사생결단을 하려고 한다”며 “국회에서 이번에도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다시 국회에 오겠다”고 경고했다.

    건설노동자들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틀에 묶어 노동3권을 박탈당하는 현실을 개선하라고도 요구했다. 덤프, 굴삭기, 레미콘 등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변문수 수도권남부지역본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죽으면 보상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저희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이렇게 목숨을 걸고 노조 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탑 위의 고공농성(사진=노동과세계)

    “대한민국의 가장 큰 적폐는 건설현장”

    지난 11일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회의 의장인 이영철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과 정양욱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장은 ‘건설근로자법 개정’, ‘노동기본권 쟁취’를 요구하며 국회 인근 영등포방향 여의2교 광고탑에 올라 무기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이영철 수석부위원장은 전화통화를 통해 “20년 동안 노조 할 권리를 위해 싸웠고, 12년 동안 건설근로자법 개정을 위해 싸웠지만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제 새 정부와 새로운 국회는 우리가 10년 넘게 싸워온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고탑에 오른 정양욱 지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전화통화를 통해 “국회와 정부는 철저하게 건설노동자들을 기만했다.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건설노동자들을 다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지부장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적폐는 건설현장”이라며 “수십 년 동안 정치 비자금은 건설현장에서 나왔다. 그래서 정치꾼들은 건설사업주를 옹호하고 비호했다. 건설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건설사와 결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번 기회에 건설현장의 적폐를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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