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끝없는 불안과
    자기기만의 근원의 탐구
    [책소개] 『사피엔스의 마음』 (안희경/ 위즈덤하우스)
        2017년 11월 11일 0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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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여에 걸쳐 세계 지성들과 만나 우리 시대와 문명을 진단하고 공존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모색해온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사피엔스의 마음』이 출간됐다. 이 인터뷰집은 개인의 ‘마음’에 집중한다. 한 개인의 선택은 세상에 별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지만 무수한 개인의 선택이 충분히 모이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고, 개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마음’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치닫는 동안 점점 삶의 토대가 허물어지는데도 다수의 약자들은 왜 강자를 위한 선택을 할까? 왜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나의 뜻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스스로 선택을 하고 나서도 끝없이 불안에 시달릴까? 저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선택할 수 없도록 개인의 마음을 흔드는 힘의 실체를 우리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힘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자꾸만 휘둘리고 기만당하게 되는 우리 마음의 작동법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과학, 문학, 예술, 사회학, 철학, 종교 등 각 분야에서 ‘마음’을 다루는 세계 지성들―스티븐 핑커, 게리 스나이더, 마이클 가자니가, 로버트 트리버스, 이해인, 지그문트 바우만,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 이사벨 아옌데, 마루야마 겐지, 장쉰,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종림, 셸리 케이건―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보통의 마음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개인의 마음이 어떻게 시대의 마음으로 이어지는지, 그 마음들을 통해 어떻게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모색한다.

    왜 우리는 이 문명사회에서 이토록 마음의 고통에 휩싸여야 하는가?

    유례없는 문명의 이기와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지 않고 고통스러우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왜일까?

    이에 대해 로버트 트리버스(진화생물학자)는 타인을 속이는 ‘기만’과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을 내놓는다. 기만과 자기기만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온갖 곳에서 벌어지는지, 사회구조적으로 기만과 자기기만의 덫이 얼마나 교묘하게 설치되어 있는지 말하면서, 특히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편견에 조정되어 자신을 비하하도록 만드는 ‘강요된 자기기만’을 사회가 구성원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마루야마 겐지(작가)는 국가가 “국가의 편의에 부합하는 지식”과 “국가의 편의에 부합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교양”을 국민에게 강요하여 지배계급과 자본가를 위한 국가를 어떻게 자신을 위한 조국으로 착각하도록 조장하는지 열변을 토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현대미술가)는 “매우 선한 일을 할 수도 있고 아주 악한 일을 할 수도 있는 인간 내면의 선악 단추를 누르는 것”은 집단적 권력을 행사하는 “종교, 정치, 자본, 언론” 등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국가와 사회구조, 집단 이데올로기에 휘둘리며 기만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을 “뇌의 활동, 뇌의 서로 다른 부분들이 항상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하는 스티븐 핑커(진화심리학자)는 오랜 진화의 시간 속에서 자리 잡은 사피엔스의 심리를 드러내면서 인간이 동물로서의 본능을 제어하여 이뤄낸 협력의 힘, 이성적 조절력을 강조한다.

    “온몸의 작용”으로 ‘마음’을 바라보는 게리 스나이더(시인, 환경운동가)는 우리의 온몸에 작용하는 감각에 집중하면서 과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인지하고 세상에서 홀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나’의 조건을 확인하도록 돕는다.

    마이클 가자니가(뇌과학자)는 “모든 정보가 뇌로 들어와 우리가 마음이라고 여기는 감각을 생산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해 결정해온 모든 과정이 바로 뇌의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한다. 사피엔스의 “사회적인 마음”을 강조하는 그는 타인의 결정과 선택에도 나의 책임이 있음을 일깨운다.

    내 마음이 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일

    개개인은 약자로서 “작은 사람”에 불과하지만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어떤 변화도 허용치 않을 것 같은 사회에서조차 결정적인 변화가 반드시 일어난다.

    이사벨 아옌데(작가)는 “충분한 숫자”가 발휘할 수 있는 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역설하면서, 자원 쟁탈과 경제 성장의 역사에서 여성의 마음이 부차적인 가치였던 ‘돌봄’을 담당하면서 어떻게 공존과 평화를 일궈왔는지 이야기해준다.

    더 행복한 삶과 더 건강한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해인 수녀는 “우리 안의 순한 마음”과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를 들었고, 지그문트 바우만과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사회학자)는 현대의 사랑이 지닌 치명적인 모순에 대해 통찰하면서도 사랑의 가치를 역설한다.

    장쉰(작가)은 우리를 옭아매는 주류 사회의 질서는 과거의 타성적인 습관에 불과하고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고독’ 속에서 현재를 온전히 느끼며 바라보는 감각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이라는 틀 안의 내용을 비우자고 이야기한 종림 스님(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은 욕망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서로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공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셸리 케이건은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것들이 때때로 우리 마음을 조종하려는 힘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리더라도 마음의 진정한 주인으로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며 ‘사려 깊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를 단념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시대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나 자신의 힘을 의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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