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장관의 선택
        2006년 03월 07일 05: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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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장관처럼 호오가 분명히 갈리는 정치인도 없다. 사람들은 그를 혐오하거나 추종한다. 그는 타고난 파이터다. 상대를 제압하는 논쟁기술은 현란할 정도다. 비아냥과 조롱, 경멸도 예사로 날린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거기서 일종의 오르가즘을 느끼는 듯하다. 그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그 독선적 모습에 몸서리를 친다.

    어느 여당 정치인 말대로 유 장관은 ‘싸가지가 없다’. 그러나 그 ‘싸가지 없음’이 오늘의 유시민을 만들었다. ‘싸가지 없음’은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그의 정치적 한계이기도 하다. 정치적 성장이란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지자로 돌려세우는 것이다. 당분간 유 장관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지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유 장관의 논쟁적 태도는 자주 소모적인 결과를 낳는다. ‘태도’와 ‘자세’를 둘러싸고 ‘전선’이 형성되는 탓에 정작 중요한 ‘내용’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이번 청문회도 그렇다. 유 장관의 ‘화살(話殺)’에 번번이 저격당했던 한나라당은 이번 청문회를 공개적 분풀이장으로 만들었다. 보건복지에 대한 내정자의 신념이나 철학을 따질 여유는 없었다.

    장관으로 임명되고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앞으로 정치부 기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간의 99% 이상을 보건복지 행정에만 쓰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 행정에만 전념하겠다는 유 장관을 보는 시민 사회 단체의 마음은 그리 편치가 않다.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산업화 등 복지 관련 주요 현안을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일까 염려하는 것이다. "개혁적인 장관인데 그렇게 하겠느냐"는 기대보다는 "개혁적인 장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개혁이라는 것이 결국 시장의 독재를 확립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산업화의 병행을 말하지만 둘은 서로 상충하는 가치"라며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선택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가늠 짓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 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지지와 혐오는 재편되거나 좀 더 극단화될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스타일’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은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유 장관은 이제 막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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