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에겐 모든 기업이 한샘”
    한샘 성폭력 사건, 여성단체들 "사회시스템 바꿔야"
        2017년 11월 10일 06: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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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업체 한샘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으로 기업 내 여성혐오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10일 여성단체들은 “사회 시스템 전체가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의 환경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여성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에겐 모든 기업이 한샘”이라며 “더 이상 성희롱과 성차별에 혼자 대응할 수 없어서 포기하거나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최근 굴지의 기업 한샘과 현대카드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기업에서 여성노동자가 어떻게 성적으로 대상화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기업 안에서 고용 여부 결정권을 쥔 상사에 의해서 자행되었고, 함께 이를 책임져야 하는 기업의 사후 조치가 무책임하며,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과 사회가 합당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 피해 책임을 피해 당사자에게 되묻는 악랄한 여론몰이에 분노한다”고 질타했다.

    용감한 여성들과 악랄한 기업, 고장 난 시스템
    성희롱 피해자, 불이익 처우 등 노동권 침해로 이어져

    직장 내 성희롱 등이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권의 침해라고 규정했다. 성희롱 피해가 여성노동자 개인의 인격훼손은 물론, 불이익 처우나 퇴직 등 고용상 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 사건이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에건 성희롱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거나 업무배제, 저성과 유도 등 불이익을 받았다.

    이는 ‘남녀고용평등과일·가정양립지원에관한법률(고평법)’ 14조2항을 위반한 경우이지만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한 판결을 4년째 미루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직무 유기이며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에 맞선 용기 있는 성희롱 피해 고발자에 대한 조직적 가해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국의 고용평등상담실에는 해마다 성희롱 피해에 따른 상담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피해 대상은 직급이 낮거나, 비정규직이거나, 저연령의 여성에게 주로 벌어지고 있지만, 이 외에도 사내 권력 관계가 형성되는 모든 직장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52일째 파업 중인 LG생활건강 여성 노동자들은 53% 이상이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으며, 72%가 피해 상황에 순응했다고 답했다. 특히 성희롱에 대한 기업의 대응 시스템에 대해 절반 이상이 신뢰하지 않았고, 고용상 불이익을 겪었다고도 진술했다.

    “용기 있는 여성들이 고장난 시스템을 바꾼다”

    국회에선 지난 9일 고평법이 개정됐다. 직장 내 성희롱의 기업주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를 금지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여성단체들은 그간 직장 등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발이 만들어낸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방식 아니라면 성희롱 피해와 2차 피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적녹보라의제행동센터장은 “가해자와 피해자 개인에 대해 조처를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여성노동자를 대하는 노동구조와 기업의 노동통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더 이상 성희롱과 성차별에 혼자 대응할 수 없어서 포기하거나 일터를 떠나는 여성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는 용기 있는 증언자들과 함께함으로써 기업, 사회 시스템 전체가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의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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