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이에서 얼운 이로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얼’에서 나온 말
        2017년 11월 08일 04: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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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와 어른은 모두 ‘얼’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얼’은 두 가지의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 ‘어’, ‘언’, ‘얼’이 대충 한 ‘통속’이라면 ‘엉’, ‘얽’, ‘얼’은 비슷한 뜻을 가진 ‘동아리’이다. 귀찮게 되었지만 ‘얼’은 (1) ‘대강’의 뜻을 가진 말에도 있고 (2) ‘얼이’, ‘얼다’와 같은 뜻을 가진 말에도 있다. 어린이는 첫 번째 ‘얼’에서 어른은 두 번째 ‘얼’에서 각각 만들어진 말이다.

    앞의 ‘얼’은 이미 살펴보았고 뒤의 ‘얼’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얼이’와 ‘얼다’를 살펴보면 된다. ‘얼’과 ‘이’의 결합인 ‘어리’는 장대 셋을 나란히 놓고 한 끝을 묶고 다른 끝은 벌려서 세운 것으로 농작물을 말리기 위한 기구, 어리에 채를 엮어 막은 닭장, 문을 달기 위해 만든 네 개의 나무로 만든 문틀을 말한다. 정신적 줏대를 말하는 ‘얼’도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어리’에서 뼈대를 뜻하는 ‘얼’이 나가거나 빠지면 안정된 형태를 유지할 수가 없다. 비슷한 말로는 짜임새나 구조를 말하는 ‘얼개’가 있다. 이는 ‘얽다’에서 온 말이다. 추가하여 ‘얼굴’은 ‘얼골’의 형태도 보이는데 ‘틀의 모양’으로 짐작된다.

    다음으로 ‘얼다’는 ‘얼음’과 ‘-다’의 결합으로 보아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물이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한 굳어지는 변화를 뜻한다. 위의 ‘어리’와 종합하면 ‘-이’ 보다는 ‘-음’이나 ‘-다’를 쓸 때 의미가 더 강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른’은 15세기에 ‘얼운’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생각이나 판단이) 틀을 갖추고 단단해진’의 뜻이다. 얼운 사람과 상반되는 아직 얼우지 못해 아직 줏대가 없는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앞에서 살펴본 ‘얼우다’와 ‘어르다’가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르다’는 사람을 구슬려서 어떤 일을 하게 하거나 아이를 달래주기 위하여 놀리며 장난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기에 ‘유혹하다’, ‘달래다’ 정도로 바꿀 수 있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어르다’를 ‘성교하다’로 사용하여 ‘어른’을 결혼한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말에는 ‘어루만지다’가 있는데 16세기에 이 말은 ‘어르다’와 ‘만지다’의 결합이었다. 유사한 ‘어우르다’도 있는데 여럿을 한 덩어리가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역시 이 말도 ‘얼’이 아니라 ‘어질다’와 같은 뿌리인 ‘어’에서 유래하였다. ‘어우르다’와 유사한 ‘아우르다’는 의미의 세기에서 차이가 있다.

    형태소 ‘얼’을 포함하는 낱말을 모두 모아서 두 가지 뜻으로 갈래 짓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1) ‘어, 언, 얼’과 (2) ‘엉, 얽, 얼’로 무리 짓기를 하지 못하면 어른을 결혼한 사람이라고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즉 말의 뜻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얽혀 있는 ‘얼개’를 올바르게 구성하지 못해 ‘얼’이 빠진 결과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소개
    우리는 아직도 뜻이 서로 맞지 않는 한문이나 그리스-로마의 말을 가져다 학문을 하기에 점차 말과 삶은 동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말의 뜻을 따지고 풀어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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