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국회 연설,
    여·야 정당 대다수 극찬
    정의당 “30분 내내 반공교육...대책 없고 압박·제재만 되풀이” 비판
        2017년 11월 08일 03: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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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자 한다”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북한을 겨냥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25분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통해 “북한 체제는 과거 미국의 자제를 유약함으로 해석했다. 이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행정부와 다른 행정부”라면서 “오늘 나는 우리 양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가를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또한 우리를 시험하지도 말라. 우리는 공동의 안보, 우리가 공유하는 번영, 신성한 자유를 방어할 것”이라고 북한을 향해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 한국과의 굳건한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한국의 비약적 성장을 찬사하는 데에 집중했다. “양국의 동맹은 전쟁의 시련 속에서 싹텄고 역사의 시험을 통해 강해졌다”며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했을 당시 3만 6000여 미국인이 한국전에서 전사했으며 15만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국민들 또한 자유를 위해 치렀던 엄청난 대가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의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거듭 한미동맹의 확고함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타워, 63빌딩 등 고층건물과 골프 강국인 점과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늘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는 후에, 북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기근으로 인한 사망 등 북한 주민들의 실태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음에도 동상 건립 등 지도자 우상화 작업만 하는 것을 자세하게 언급하며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연설 초반부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북한을 비판하는 데에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이것은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다. 한쪽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국가와 삶을 꾸려나가고 자유와 정의, 문명과 성취의 미래를 선택했다. 다른 한쪽 한국은 부패한 지도자들이 압제와 파시즘, 탄압으로 주민들을 감옥에 가뒀다”고 했다.

    또 “한국의 기적은 자유국가의 병력이 진격했었던 곳, 즉 이곳으로부터 24마일 북쪽까지 미쳤다. 번영은 거기서 끝나고 북한이라는 교도국가가 시작된다”면서 “북한은 종교집단처럼 통치되고 있다. 이 군사적 이단 국가의 중심에는 정복된 한반도와 노예가 되어버린 한국인들을 보호자로서 통치하는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잘못된 희망을 갖고 협박으로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목표는 바로 한국을 밑에 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체제는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동맹국이 했던 모든 보장과 합의 약속을 어겼다”며 1994년 플루토늄 동결, 2005년 핵 비확산조약 복귀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북한은 계속해서 미국 측과 일본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 자체를 위협하려고 한다”며 “역사에는 버림받은 체제가 많다. 그들은 어리석게 미국의 결의를 시험했던 체제들”이라고 북한을 향해 강도 높은 경고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이나 동맹국이 협박, 혹은 공격받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 도시들이 파괴 위협을 받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협박받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잔혹이 이곳(한국)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은 우리의 생명을 걸었던 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책임 있는 국가들은 힘을 합쳐 북한의 잔혹한 체제를 고립시켜야 한다”며 “어떤 형태의 지원이나 공급, 용인을 규정해야 한다. 모든 국가들 중국, 러시아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체제와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키고 모든 무역 관계를 단절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지목하며 “이곳 한반도에 온 것은 북한 독재체제의 지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어서”라며 “당신이 획득하고 있는 무기는 당신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심각한 위험에 빠뜨린다. 북한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다.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것의 출발은 공격을 중단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안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말했다.

    연설 말미엔 “우리는 항상 준비돼 있다. 북한의 잔인한 야심으로부터 국민들 보호하겠다. 자유로운 하나의 한국, 안전한 한반도, 이산가족의 재회를 꿈꾼다. 우리는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에서 이산가족들 만남, 핵 악몽은 가고 아름다운 평화의 약속이 오는 나라를 꿈꾼다”고 마무리했다.

    민주당 “한미동맹의 면모 보여준 연설”

    집권여당은 한미동맹 강화를 확인한 연설이었다며 긍정 평가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연설이 끝난 후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회 방문 연설은 강화된 한미동맹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백 대변인은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설의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할 만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면서 “어제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회 연설로 대북 정책 기조와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해법, 한미 양국의 공동번영을 위한 방안 등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해석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트럼프 연설 극찬
    국민의당 “한미 간 대북정책 확연히 차이 있어”

    보수야당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를 천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연설 전반에 대해 극찬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과 북한의 객관적 현실에 대한 분명한 인식, 한미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에 대한 현명한 대안을 내놓았다”면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수석 대변인은 “대한민국을 사랑해야 할 이유를 일깨워줬다”면서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헬조선이라 저주하며 동맹국 정상의 국빈 방문을 반대하며 성조기를 불태우는 세력이 넘쳐나고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고 폄훼하며 북한을 찬양하는 친북좌파세력은 어둠의 세계에 머물 것이 아니라 밝은 빛의 세계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 국회사에 기록될 의미 있는 연설”이라며 “특히 대한민국의 성공을 강조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임을 재확인한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한미 간 대북정책에 간극이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한미동맹 재확인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북한 정권에 대한 비난과 강력한 경고, ‘포용정책은 실패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모든 국가가 북한에 대한 지원이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지 역시 정부의 인식과 달랐다. 어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과연 대북정책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의당, 트럼프 국회 연설 강도 높게 비판
    “대책은 없고 압박·제재만 되풀이, 유감…대북 관여정책 전면부정도 경악”

    반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동맹의 호혜로운 발전을 표방한 것에는 환영하는 바”라면서도 “그러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실제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규탄과 적의를 표현하며, 상당히 도덕주의로 일관한 데에 대해선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원내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30분 내내 반공교육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특히 “북한이 악당, 악마의 국가라는 도덕주의적이고 종교적 접근으로는 우리를 스스로 성찰할 수 없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혹평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과 해법을 제시하지 않고 북한을 악마화하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는 지적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당면한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북한과 미국 양자 간 대화, 한미동맹의 역할,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가의 역할과 다자간 협력에 대해서는 어떠한 필요성과 방향,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힘의 시대’라 이야기하며 강압과 군사력에 의한 북한의 고립, 위기를 불사하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만을 되풀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대한 희망의 가능성을 일깨우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그간의 약속이 위반된 원인을 검증하고, 북과 미국 간의 적대관계를 해소해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보다 담대하고 희망찬 약속을 말할 법도 했지만 제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변인은 “결국 북한은 악당체제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화나 협상이 필요 없고, 더욱 고립시키고 지원·공급·용인 등 일체의 대북 관여정책을 부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이렇게 된다면 북한 핵문제 해결 5원칙을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도 상당한 간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듯 한미 간 조율되지 않은, 합의되지 않은 대북정책이 평행선을 긋는다면 이후 동맹의 미래에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중당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 해법도, 평화 체제구축의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탈북자 증언 수준의 북한 소식과 체제 비판, 힘의 과시를 걷어내면 생산적인 내용이 없다. 수십 년 간 실패해온 ‘제재와 압박에 의한 북한 붕괴’만이 남을 뿐”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국회 앞에서는 ‘트럼프 찬반 시위’

    한편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있기 직전 각계 단체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트럼프 찬반 시위’가 일어났다.

    ‘NO 트럼프 공동행동’(공동행동) 등 1,000여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모여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 반대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 집회를 개최한 보수단체와 충돌하는 일도 벌어졌지만 경찰이 양측을 분리하면서 5분만에 마무리됐다.

    공동행동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 행사가 첨예한 상황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경찰은 이를 사전에 제지하지 않았고, 폭력사태를 방치 유도했다”며 “이를 엄중히 규탄하며, 재발 방지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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