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O 결사의 자유 원칙,
    비준과 별개로 존중돼야
    윤애림 “입법적 조치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즉각 시행해야”
        2017년 11월 07일 05:57 오후

    Print Friendly

    “헌법이 노동3권 보장을 밝히고 있기에 현행 노조법이 노동3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더라도 헌법의 정신에 따라 노동3권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ILO 회원국이자 결사의 자유를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로 보는 ‘세계인권선언’ 등에 따라 노조 할 권리, 즉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윤애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대외협력부위원장)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등 5개 노동법률가단체가 주최한 ‘노동법률단체 우선입법요구 토론회’가 7일 서울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렸다.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법 개정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라는 슬로건 하에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을 주요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26년 미룬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
    법조계 90% “‘노조 할 권리’, ‘파업권’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응답

    노동계는 현 정부 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국제 노동인권기준과 비교해 한국 사회에서 ‘노조 할 권리’가 온전하게 보장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국내 법조계의 평가는 노동계가 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정부의 우선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난 4월 18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5개 노동법률가단체 회원 총 128명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조를 결성․가입할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가 적절히 규정되고 있는가?”에 대해 87%가, “노조 설립신고제도가 노조 설립 자유의 원칙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대해선 8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업권과 관련해선 90% 이상이 노동자들이 파업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근로자의 범위가 적절히 규정되고 있는가?”에 대해 90%, “쟁의행위의 정당한 목적에 관한 판례․행정해석이 노동3권 보장에 부합하는가?”에 대해선 96%, “필수유지업무의 범위가 적절히 규정되고 있는가?”에 대해 94%, “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법리가 노동3권 보장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98%,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법리가 노동3권 보장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94%가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지난 20년 이상 ILO 이사국을 해온 한국 정부의 성적표는 낯 뜨거울 정도로 초라하다. 1991년 ILO 가입국이 된 한국 정부는 ILO의 189개 협약 중 29개만 비준한 상태다. ILO가 ‘핵심 협약’이라고 꼽은 8개 중 한국 정부는 4개의 비준을 미루고 있다. ▲결사의 자유(87, 98호) ▲강제노동 철폐(29, 105호) 등이다.

    특히 ‘결사의 자유 협약’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에 대한 핵심적 내용을 담고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선 한국의 결사의 자유 침해로 진정된 15개 사건에 대해 수십 차례 권고한 바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최장기간 수용하지 않는 대표적 국가 중 하나다. 국제노동기준과 충동하는 노동관계법에 관한 사안으로 노조활동에 대한 형사처벌, 공무원·교원 결사의 자유 침해, 지역건설노조 공안탄압 등의 문제다.

    윤애림 부위원장은 “이는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 역사상 두 번째로 장기간 다뤄지고 있는 결사의 자유 침해 사건”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권고를 낼 때마다 긴급을 요하며 피해의 정도가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보다 오랫동안 같은 문제로 권고를 받고 있는 국가는 콜롬비아로, 노조 활동가들을 납치하고 살인하는 등 의문사 사건이다.

    ILO 결사의 자유 원칙, 협약 비준과 상관없이 존중돼야
    윤애림 “입법적 조치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즉각 시행해야”

    1998년 ILO 선언은 “모든 회원국은 설령 관련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더라도 국제노동기구의 회원이라는 바로 그 사실로부터 기본적 권리에 관한 원칙들을 신의에 따라 헌장에 부합하도록 존중하고 촉진하고 실현할 의무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다.

    윤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ILO 핵심협약을 ‘빠르게 비준하겠다’고 하면서 (26년간) 사회적 논의, 법제도 개선 논의 등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물론 법 개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정부는 ILO 권고사항 중 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특수고용노동자인 대리운전기사들로 구성된 노조에 대한 설립신고를 반려한 것과 관련해 “좁은 의미의 사용자종속성 여부를 두고 노조 할 권리가 있는 노동자의 범위를 정부가 재단하고 설립신고를 반려하고 노조 아님을 통보한 것”이라며 “이미 ILO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한 부분이다. 이는 정부가 위법한 행정적 행위만 하지 않으면 결사의 자유위의 권고를 따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단체교섭 요구 등 정당한 노조활동에 경찰과 검찰이 ‘공갈, 협박’ 혐의를 씌워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간부 조합원을 구속시킨 사례도 문제로 제기됐다.

    윤 부위원장은 “ILO는 단체교섭 촉진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어렵게 형성되고 있는 단체교섭마저 공갈과 협박 등 파렴치한 죄목을 씌워 구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이러한 노조활동가에 대한 구속 수사라는 것이 노조활동 전반에 대한 공포적인 분위기 조성하고 취약한 노동자에 더 강력하다며 정부가 해선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여기에 대해 정부가 얼마든지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피해노동자의 원직·복직 등의 피해보상의 원칙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 부위원장은 “정부는 부당노동행위 예방적 조치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용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솜방망이 처벌 등이 이어지면서 제재 효과가 나지 않는다. 이 또한 즉각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 부위원장은 “한국이 ILO에 가입하면서 지속적으로 약속했던 결사의 자유 협약 비준이 26년간 지체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2019년에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결사의 자유위에서 한국 정부와 법원에 권고한, 현재 당장 해야 할 과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