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당 10개월 안 돼
    보수개혁 ‘바른정당’ 분당
    의원 9명, 탈당과 자유당 복당 선언
        2017년 11월 06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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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정당 통합파가 6일 탈당 및 자유한국당 복당을 공식 선언했다. 보수혁신을 기치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지 9개월여 만이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9명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오늘 바른정당을 떠나 보수대통합의 길로 먼저 가겠다”며 “오늘날 보수세력이 직면한 안타까운 현실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헌정 중단이 우려되는 엄중한 국가 위기 상황에서 보수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그 결과 우리에게는 보수 분열의 책임만 남았고,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폭주와 안보위기 조장을 막지 못하는 참담한 아픔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은 생각의 차이나 과거의 허물을 묻고 따지기에는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위중하다. 이 땅에서 보수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치라’고 말씀하시는데 그러한 목소리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갈 수 없다”며 탈당과 복당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이날 바른정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을 한 의원은 김무성·강길부·주호영·김영우·김용태·이종구·황영철·정양석·홍철호 의원 등 모두 9명이다.

    9명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방송화면)

    앞서 바른정당은 전날 오후 8시부터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안한 ‘전당대회 연기 및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전당대회’ 중재안을 놓고 3시간 40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의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는 ‘통합전대론’을 받아들였으나 유승민 의원 등 자강파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탈당파도 자유한국당 복당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파 쪽에선 남 지사의 통합전대론이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적으로 보인다.

    자강파인 진수희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통합파 회견 전인 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통합전대론 제안 나오자마자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가 일언지하에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모든 국민들이 상식으로 생각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하나 결정하는 데 저렇게 시끄러웠는데 하물며 당 해산에 가까운 통합전대를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힘들겠나. 현실적으로 자유한국당에서 받지 못할 카드를 던져놓고 우리 당의 정치일정인 전당대회까지 멈추는 것은 너무 구차스럽다”고 말했다.

    자강파 의원들은 예상 가능했던 상황임에도 분당이 현실화된 것에 대해 충격이 큰 분위기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개혁보수의 깃발을 쉽게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하 최고위원은 “(탈당을 결행한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기호 4번보다는 기호 2번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현실적 고려와 바른정당 개혁보수는 자력으로 성공하기가 힘들다, 한국당 안으로 들어가서 개혁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복합적으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때 의석수가 33석에 달했던 바른정당(현재 11석)은 지난 5월, 13명 의원 탈당 이후 이번 9명까지 당을 떠나면서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현실적으로 정당보조금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와 그간 원내 정당 회동 등에 비교섭단체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만큼 국회 내 목소리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진수희 최고위원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각오를 하고 있다”며 “일단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는 건 너무나 뻔히 보인다. 교섭단체 지위를 잃어버리면 언론의 시야에서도 많이 사라지면 존재감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라는 현실적인 두려움이 사실 제일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른정당 창당해서 나올 때부터 쉽고 순탄한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초심 붙잡고 가다 보면 또 국민들이 돌파구를 열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원내 총 116명을 확보하면서 집권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을 5석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바른정당 내에서 추가탈당의 조짐까지 보이며 자유한국당은 원내1당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바른정당은 오는 13일 예정된 일정대로 전당대회를 진행하기로 한 가운데, 당권 후보들이 집단으로 당권 사퇴를 선언했다.

    박인숙·정운천 의원과 박유근 당 재정위원장은 6일 오전, 탈당파 9명이 탈당을 선언하기 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사퇴로 바른정당이 쪼개지지 않고 단합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며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충정의 마음으로 저희 3인은 후보를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로 당이 쪼개질 것이 예상된다.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전당대회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후보 사퇴 이유를 전했다.

    이들은 또 “바른정당은 창당정신에 따라 개혁보수의 길을 가야 한다. 한국당과 당 대 당 통합을 원한다”면서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발표한 7개 법안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전대에 출마한 6명의 후보 중 절반이 후보를 사퇴하면서 후보군은 유승민·하태경 의원과 정문헌 전 사무총장이 경쟁하게 된다.

    다만 친박 성향이 강한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파 9명의 복당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친박은 대선을 앞두고 탈당한 의원들의 복당에도 반발한 적이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탈당파가) 순조롭게 복당을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또 (복당에) 반대한다,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흐름이 있다. 지난 대선 때 13명이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을 때도 정우택 원내대표는 ‘복당 못 받겠다’고 해서 3주 동안 복당이 이뤄지지 않은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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