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국제질서와 미·중(G2)의 성격①
    '신 국제질서 수립'을 둘러싼 두 세력 간의 투쟁
        2017년 11월 06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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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국제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G2)의 성격과 의미에 대한 뚜렷한 기조를 담고 있는 글이다. 이 G2의 갈등과 협력 구조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하기에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반론이나 추가 의견 등이 있으면 언제든지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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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제관계의 핵심인 ‘G2′(미국과 중국)가 갖는 의미는 다층적이다. 그중 중요한 것은 다음 두 가지 측면인데, 즉 하나는 신 국제질서 수립을 둘러싼 두 집단인 서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투쟁이며, 다른 하나는 세계적 차원에서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체제 간의 투쟁이다. 먼저 G2의 첫 번째 측면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일각에서는 중미 간의 대립을 두 초강대국 간의 패권다툼, 좀더 정확히는 기존 패권국가와 차기 잠재적 패권국가 간의 패권다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시각은 정확하지 않다. 우선 양자의 대립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기존의 패권국가가 새롭게 평화적 궐기를 수행하고 있는 경쟁국가의 정당한 권리를 억누르는 것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는 다음 사항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이 현존하는 지구상의 유일 패권국가라는 사실은 모두가 주지하는 바이다. 미국은 이러한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키 위해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 하에서 잠재적인 전략적 경쟁상대국을 조기에 압살하는 정책을 수립하였다.(클린턴 정부의 ‘참여와 확장’ 전략)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WTO 가입 이후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경쟁상대국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점차 미국의 제일의 정책순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오바마정권이 들어선 후인 2011년부터 기존전략을 공식 수정하여 본격적인 ‘아시아 회귀정책’을 실시하기로 하였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군 해군전력의 60%를 동아시아에 집결시켜 대 중국 봉쇄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은 일찍이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대 중국 봉쇄 정책을 실시하여 왔으며, 그것은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에 더욱 발전하였다. 원래 소련을 겨냥했던 ‘제1선 봉쇄(일본-대만-필리핀)’와 ‘제2선 봉쇄(괌도를 중심)’ 개념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바뀌어 졌다. 2012년 일본이 그간 중일관계의 영토분쟁 대상이던 조어도(钓鱼岛)에 대한 국유화를 선포하면서 중일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었으며, 이후 극우 성향의 아베 정권이 등장하여 일본이 본격적인 재무장화를 추진함으로써 중일관계는 대립일변도를 치닫게 되었다. 또 2014년부터 남중국해의 일부 영토와 영해문제를 둘러싼 주변국들 간의 분쟁이 불거지기 시작하였는데, 그중 필리핀의 친미적인 아키노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함에 따라 2016년 하반기에는 그 긴장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였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 배후에는 모두 미국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둘째, 이와 비교할 때 중국은 지금까지 딱히 다른 나라를 침범하거나 패권적인 행위를 한 적이 없다. 위의 최근의 분쟁들도 사실관계를 놓고 보면 모두 상대국가가 ‘현상타파’를 통해 도발한 셈이며, 중국은 단지 이에 대한 방어적이고 자위적인 조치를 취했을 뿐이다. 한국의 사드문제로 인한 양국관계의 악화 역시 그러하며, 여기서 한국은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하였다. 만약 여기서 우리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도발자와 방어자를 모두 싸잡아 비난한다면, 이것은 흑백의 진의를 왜곡하는 셈이 된다. 요즘 일부에서는 역사를 재평가 한다면서 연합국을 독일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전쟁 당사국으로 치부하거나, 일본이 스스로 제2차 세계대전의 원폭 피해자로 자처하는 것처럼 국제관계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만약 이 같은 시각에 동조하게 되면 이는 역사관에 있어 ‘허무주의’나 ‘수정주의’를 조장하게 되며 사실을 정확히 판단하는데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대외개방과 대내적 개혁을 추진한 이래 ‘평화와 공존에 기초한 부흥(和平蹶起)’을 누차 천명해 왔으며, 지금까지 행동으로써 그것을 보여주어 왔다. 14억 시장이라는 중국 자체의 내부적 동력과 또 현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합법적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중국의 발전전략은, 최근 ‘일대일로’라 불리는 21세기 비단길 사업을 통해 한층 승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은 분명 상호 호혜적인 경제협력에 기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장래에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여 초강대국의 지위에 올라서게 되면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이 같은 가정 또한 매우 우스운 논리이다. 지금까지 현실관계가 아닌 미래의 불확실한 가정에 기초해 국제관계를 재단하는 예는 일찍이 보지 못하였다.

    미국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유일패권국 지위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것으로써, 그것은 특정한 역사적이고 공간적 조건에 의해 주어졌다. 즉, 시기적으로는 우선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의 특수한 상황이 작용하였다. 당시 미국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전혀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쟁 때문에 부와 군사력을 더욱 갖추게 되었다. 또 1990년대 초반 경쟁상대국인 소련이 스스로 붕괴함으로써 냉전체제가 갑작스럽게 해체되었던 시기적 조건 또한 미국이 유일패권국이 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다.

    다음, 공간적으로는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두 개의 대양에 의해 다른 대륙으로부터 격리됨으로써 공격과 방어에 모두 유리한 천연적인 지리조건이 존재하였음을 간과하여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공간적 조건은 유일무이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 의해 쉽게 재현되기가 힘들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제국주의는 대부분 그 도약단계부터 이미 제국주의적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일본과 독일을 들 수 있으며, 미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을 선언한 이래 그 대서양 연안의 동부 13개 주에서 시작하여 나중에는 태평양 연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팽창주의의 역사를 기록하였다. 그 과정에서 4년간의 자체 내전뿐만 아니라 멕시코, 스페인과의 대외적 전쟁도 주동적으로 수행하였다. 그 같은 침략정책은 모두 이들 국가들이 도약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자본주의국가들의 발전에 있어 침략정책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은 그들 사회의 자본주의적 본성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매 단계 발전과정마다 자본의 과잉축적이 가져오는 ‘주기적 공황’에 부딪쳐야 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찍부터 주변국가에 대한 침략과 제국주의적 정책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비교할 때 이미 근 40년에 가까운 평화적 궐기의 길을 걸어 온 중국은 그와는 다른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은 기존 패권 국가들이 보여주었던 대외팽창 정책 없이도 자체의 거대한 내부시장과 동력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협력 속에서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줘 왔다고 할 수 있다.

    보다 본질적으로 중미간의 대립은 두 강대국이라는 개별적 차원 보다는, 지구화시대의 신 국제질서 수립을 둘러싼 두 개 노선 및 두 세력 간의 투쟁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다. 이 경우 미국은 냉전시기 성립된 기득권을 그대로 계승하고 유지하면서 더 나아가 이에 기초하여 단일한 패권주의적 지구질서를 구축하려는 세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이 같은 패권적 질서에 반대하면서, 대신 평등과 공정을 지향하는 신 민주적 국제질서 수립을 추구하는 세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자에 속하는 것은 현 패권국가인 미국과 그 추종세력인 서구 동맹국들이며, 후자에 속하는 것은 브릭스 등 신흥공업국을 대표주자로 하는 광범위한 개발도상국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투쟁은 ‘단극세력’과 ‘다극세력’ 간의 대립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이 같은 대립의 성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1990년대 초 냉전체제가 붕괴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 국제질서의 과도적 성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 국제질서의 과도적 성격

    냉전이 종식된 지 이미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건만, 지금의 국제질서는 아직 안정된 확고한 자기구조를 갖추었다고는 볼 수 없다. 냉전시기를 통해 성립하고 발전해온 UN과 IMF-GATT 등 ‘국제규범체계’는 비록 그간 나름의 자기발전에도 불구하고 냉전 종식 후 신 국제질서의 중심에 서기에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예컨대 유엔은 일종의 범지구적 다자간 협의기구로서 국제 정치와 안보 관련한 사항에 대해 그 전문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이 기구는 그간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중심으로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응능력이 달라지는 한계를 보여 주었는데, 특히 패권국가인 미국은 자신의 이해에 맞지 않을 경우 동맹국들을 따로 모아 유엔의 테두리 밖에서 군사행동을 자행하는 일도 종종 감행하였으며, 유엔의 회비분담금 납부를 고의로 지체함으로써 기구의 원활한 운행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또 IMF와 WTO(GATT의 후신) 역시 사정은 비슷하며, IMF는 비록 국제통화질서의 수립을 통해 종전 후 국제무역의 발전과 국제금융의 활성화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달러패권에 기여하는 기구로서의 역할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또 WTO는 자유무역의 실현이라는 자신의 이념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서구 선진국들의 이해에 따라 많은 예외규정들을 허용하였으며, 다자간 협상의 곤란함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미흡함으로 인해 지구화시대의 급속한 경제일체화 속도에 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때문에 이러한 상태로써 이들 기구들을 중심으로 냉전 종식과 지구화시대의 국제질서를 이끌기에는 아직도 많은 부족함이 있다.

    그런데 현재 국제질서에 있어 더 큰 문제는 이상의 몇 가지 기술적인 비효율성 측면보다도 ‘불공정이며, 이것이야말로 현재 국제질서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현 국제기구 중에는 과거 냉전 시기에 형성된 것이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 많이 있는데, 이들 기구가 설립되던 초기 무렵 그것을 주도하였던 미국과 동맹국들이 장차 자신들의 세계 주도 전략에 발맞추어 제도를 설계하고 그 수립과 운영과정을 주도함으로써 제도의 기형성과 특권주의를 낳게 되었다. 이리하여 이들 기구는 현재까지도 당시 주도국인 미국과 서구 선진국들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 반면, 그 후 발생한 변화된 상황은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실제 현실에서는 기구 설립 후 광범한 개발도상국들과 과거 사회주의 진영에 속했던 국가들의 대거 신규 참여가 발생하였으며, 또 그들 중에서 신흥공업국들의 출현이 속속 이어짐에 따라 역관계의 큰 변화가 발생하였다. 예컨대 1950~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제에서 개도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불과하였지만, 2000년대 들어선 이후 특히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서구 선진국과의 격차는 급속히 좁혀져서 지난해(2016년)에는 이들의 GDP 총합이 G7의 그것을 마침내 앞지르기에 이르렀다. 개발도상국 진영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10대 신흥공업국(NICs)의 세계경제 비중만 하더라도 24.2%(2012년)로 미국의 22.4%(2013년)를 초과하였다. 이 같은 전반적인 개도국 진영의 성장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남아공화국 5개국으로 구성된 소위 ‘브릭스’의 출현이다. 이들은 모두 개도국 진영에 속하는 신흥공업국들인데, 현재는 이들의 GDP를 합친 것만으로도 미국과 거의 맞먹는다.

    현존하는 국제기구가 국제 역량관계의 이 같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 국제질서의 커다란 약점이자 그 불안정성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실례가 바로 국제통화기구인 IMF에서의 의사결정권 문제이다. 미국은 자신의 세계경제에서의 비중이 2차 대전 종전 직후에 비해 현저하게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기구 내에서는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줄곧 18%의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사실상의 ‘거부권’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도상국 진영의 확대 발전과 그 속에서 신흥공업국들의 속속 출현으로 인해, 냉전 종식 후 기존의 국제질서를 중심으로 그것을 단순히 확대 재편하려던 현대 패권국가와 그 동맹국의 기도는 이들 신생역량의 저항에 부딪쳐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됨으로써 이후 국제질서의 수립을 둘러싼 두 세력 간의 투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 투쟁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데, 이들 대립하는 두 세력이 추구하는 국제질서는 각각 ‘패권적 국제질서’ ‘민주적 신 국제질서’라 불려 질 수 있다.

    ➀ ‘패권적 국제질서’ 수립의 길. 이 노선은 겉으로는 ‘범지구적 다자간협의체제’와 국제규범질서의 발전을 지지하지만, 그 내면에 있어선 제반 가치규범 간의 상호충돌과 혼선을 이용하여 사실상 힘의 논리에 기초한 패권적 국제질서를 세우려 한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원리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예컨대 한편에선 국가주권의 존중과 주권국가 간의 평등을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으로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소위 ‘보편적 인권이론’을 내세워 다른 주권국가들을 침범하는 행위를 합리화한다. 만약 이 같은 노선에 입각하여 국제질서가 수립된다면, 이는 미국과 같은 ‘단일패권국가’로 상징되는 지구화시대의 제국주의가 세계체제로서의 자신을 실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➁ ‘민주적 신 국제질서’ 수립의 길. 이 노선은 국제규범이 준수해야 할 기본이념에 있어 그간의 역사적 성과인 민족자결 원칙과 국가주권 원칙의 의의를 충분히 인정한 기초 위에서, ‘평등’과 ‘공정’의 규범적 가치를 더욱 확대 발전시키는 국제질서의 수립을 목표로 한다. 이 노선은 개발도상국 진영이 대체로 지지하는 것으로써, 이들의 ‘민주적 신 국제질서’의 내용은 관련국가 주요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관련 국제기구의 공식성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예컨대 2009년 6월 16일 브릭스 4개국 제1차 정상회담 후 발표한 <브릭스정상 에카테리나회의 공동성명>은 국제금융기구의 개혁 추진, 개발도상국의 발언권 제고, 국제무역과 투자환경의 개선 등을 주장하면서 이것들을 향후 브릭스의 주요한 사업방향으로 설정하였다.

    물론 개발도상국 내부 심지어는 브릭스 국가들 상호간에도 대립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인도 간의 국경분쟁 및 지역정치를 둘러싼 상호견제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들 간의 공통이익에 비하면 부차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그간 ‘동서관계’로 불리어졌던 냉전시기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종식된 오늘날에 있어, 국제관계의 초점은 당연히 ‘남북관계’ 즉 경제관계에 놓여진다. 그 경우 과거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립을 대신해서, 미국과 서구 선진제국을 한편으로 하고 광범위한 개발도상국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립은 국제관계의 기본지형을 형성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브릭스’를 구성하는 국가들에 대해 그 개별적 측면보다도 집단적 측면을 중시하는 근거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위 브릭스의 공동성명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이 하나의 조직형식 틀을 갖추고 앞으로 구축될 신 국제질서 건설을 위한 보조를 함께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동전선의 형성은 기본적으로 브릭스 내부 성원 간의 공통성 때문에 가능한데, 지금까지 그들은 모두 서구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주로 원료와 값싼 노동력의 공급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또한 그들 중 상당부분은 IMF-세계은행으로 대변되는 현 국제통화체제 속에서 주기적인 외환위기와 채무위기 등의 금융 불안을 겪은 적이 있으며 지금도 그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평소에 충분한 외환비축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위해 본의 아니게 수출주도형 경제를 유지하면서 자국의 환경파괴와 자원낭비를 대가로 선진국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불리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냉전체제 하에서 형성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낡은 국제질서와 국제 분업으로부터 불공정한 대우와 억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앞으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지금과 같은 불리한 국제질서를 필히 개혁하여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이처럼 이들 브릭스 국가들은 개발도상국 진영에 속한 대부분 국가들의 보편적 상황을 공유하며, 그들 스스로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을 ‘공개적’으로 개발도상국으로 규정하면서 또 그 이익을 대변하고자 한다.

    비록 이들 내부에는 얼마간의 이질성 또한 존재하지만, 그러나 이들이 무엇보다도 현 국제통화체제의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에 동의하는 것만으로도 ‘브릭스’의 역사적 의의와 역할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달러패권이 미국 패권에 있어 핵심요소인데서 알 수 있듯이, 국제통화체제는 현 국제 불평등관계의 핵심에 위치한다. 그것의 개혁으로 인해 미국의 유일패권이 무너지고 서구 선진공업국들의 주도력은 약화되며, 이로부터 필연적으로 국제질서의 새로운 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사안에 있어서의 공동보조는 브릭스 내지 개발도상국 상호간의 그 어떤 지역적 대립과 모순보다도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의미를 갖는다.

    필자소개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법학박사 , 노동교육가,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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