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논란
    ‘완전공영제’의 걸림돌 등 비판 제기
    “졸음운전 사고 대안” vs “5% 버스·노동자만 해당”
        2017년 11월 01일 08: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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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놓고 정치권 안팎은 물론 노동계까지 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준공영제는 광역버스에 한정한다. 최근 연달아 벌어진 버스기사 졸음운전 사고 등에 대한 대안으로 나왔다. 버스업체가 사유화하고 있는 광역버스 노선을 경기도가 매입해 공영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버스 가동률을 높여 입석률을 낮추고 운전기사의 노동여건 등을 개선해서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준공영제 도입 시 버스업체 지원에 대한 예산은 44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남경필 지사가 최근 여러 논란을 의식해 내놓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확대안이 시행되면 연간 1000억~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논란
    “완전공영제로 가는 길에 걸림돌” vs “도민 안전정책 정치화”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에 제동을 건 쪽은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성남시 측은 준공영제가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 과정 없이 경기도가 졸속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버스기사 노동조건 개선을 통한 버스 안전성 문제는 물론, 교통 약자와 교통 취약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 실현 등을 위한 공공성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남시는 지난달 20일 준공영제 동참 의사를 밝힌 도내 15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군수에게 ‘추진에 반대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어 23일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 민선6기 제13차 정기회의’에선 경기도의 준공영제 시행을 반대하는 내용의 정책의제를 긴급 제안하고 경기도의회에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 체결 동의안’ 상정 보류를 요청하자고 건의했다.

    이 시장은 준공영제가 ‘가짜 준공영제’, ‘업자 배불리기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제점으로는 ▲향후 재정부담 폭증 ▲버스회사마다 다른 근로조건 ▲특정업체 퍼주기 논란 등을 꼽고 있다.

    성남시는 준공영제가 결국 ‘완전 공영제’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완전 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이 시장의 입장이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이전 방식대로 지원하다보면 소위 영업이익이 발생하기에 버스 노선에 대한 권리금이 엄청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버스공영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졸속 준공영제에 대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검토할 수 있도록 여타 시군에 부탁을 드린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경기도의 일방적인 결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준공영제에 필요한 재원 부담은 도와 시군이 나눠지면서도 시군과 논의 없이 일방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원 부담 비율마저도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도 논란이다.

    시군협의회는 이날 도와 도의회, 시장군수협의회, 시군의장협의회 4개 단위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보다 앞서 경기도의회는 지난 달 임시회에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 협약 체결 동의안’에 대해 시내버스에 대한 대책 전무 등을 이유로 동의안 상정을 보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준공영제 연내 시행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경기도는 현실적으로 완전 공영제는 어렵기 때문에 준공영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군협의회와 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역버스뿐 아니라 시내버스 준공영제도 시행하겠다”면서 “조만간 기획단을 구성, 참여를 원하는 시군과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충분한 의견 수렴 후 완전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재원 마련이나 방향성에 대한 현실적인 제안을 한다면 논의해보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해 시군과 협의하며 충분히 논의해나가겠다”며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가 요구한 4차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남 지사는 이 시장이 준공영제 시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놓고 정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남 지사는 전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도민들 안전을 위한 생활 정책을 정치화하는 것”이라며 “버스 준공영제를 늦춰서 지난번과 같은 참사(버스기사 졸음운전 사고)가 또 일어난다면 책임질 건가. 정치싸움으로 준공영제 무산시킨다면 거기에 동조한 모든 분들이 큰 책임을 져야 하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공영제 반대, 정쟁으로 치부할 일일까
    경기도 전체 노선버스의 5%만 해당돼 버스 안전과 거리 멀어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실패 답습할 가능성도

    준공영제는 공공성 확보를 통해 버스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교통 약자의 복지 실현에 근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경기도가 추진하는 준공영제에 해당하는 버스는 불과 644대로 경기도 내 전체 버스의 5%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경우 광역버스 포함 일반버스까지 모두 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어 일부 교통복지 증진에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광역버스에 한정하고 있고, 준공영제 대상이 되는 버스도 매우 적다. 버스 안전성을 위한 노동자 처우 개선은 물론 교통 약자와 교통 취약지역 주민들의 교통복지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완전 공영제로 가는 중간단계로 인식되는 준공영제가 오히려 대중교통의 공공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민관협약(MOU) 체결 방식의 준공영제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업체한테 노선버스의 면허를 회수하지 않고 손실을 보존해주는 방식이라 향후 버스노선을 매입해서 공영화해야 할 때 노선에 대한 권리금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서울시의 준공영제 실패라는 평가 속에서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이미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시민의 세금이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입해 버스업체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 그 금액도 매해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민간 버스사업주에 운영권은 보장하다보니 인력 부풀리기와 업체 임원들의 임금 나눠먹기 행태 등 보조금 사용 비리와 전횡이 속속 드러났다. 서울시도 이런 비판을 수용해 과도한 재정 부담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도개선에 나섰다.

    서울시뿐 아니다. 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과도한 지방예산 부담과 업체의 방만 경영, 채용 비리, 행정기관의 유착 등의 문제는 부산, 대구 등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서울시 다음으로 준공영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부산시는 2007년 313억 원이던 재정지원금이 2016년 1270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 부산의 모 버스업체 전 대표와 일가족이 수십억 대를 횡령한 의혹이 드러나 준공영제에 대한 비판이 치솟았다.

    이재명 시장은 지난달 23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서울시도 장기적으로 공영제를 가려고 했고 당초 800억 정도 지원을 하면 될 거라고 봤다. 하지만 작년에 약 3천억 가까이 지원금이 늘어났다. 3천억 가까이를 지원하면서도 민간업체에 맡겨놓은 꼴이 된 것이고, 공영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준공영제의 본질인 공공성도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시·군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단순히 정쟁으로 몰아세우거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기싸움’이라는 식의 정치적 해석만 쏟아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시민사회도 준공영제 반대
    “불과 1천여 명의 노동시간 단축으로 안전 얘기할 수 있나”
    버스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법제화·완전공영제 필요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준공영제 문제는 논란거리다. 버스기사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안전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의 전체 버스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버스의 5%만 준공영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얼마만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과로 없는 안전한 버스, 교통복지 확대 완전공영제 시행 경기공동행동(준)은 지난 9월 22일 성명에서 “이번 준공영제 도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버스사고 위험 제거가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경기도 버스운전자가 2만 1천여 명이고, 이중 1만 9천여 명이 버스사고를 냈던 운전자와 같이 하루 16시간을 운행하는 격일제, 복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다”며 “그런데 불과 1200명의 노동자의 운전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안전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이라면 경기도 전체 버스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법제화를 비롯해 완전 공영제 도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버스공영제 시행은 첫 단추를 잘 꿰어야만 하는 사업”이라며 “도민의 안전과 보편적인 교통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충실한 계획 속에서 버스공영제는 추진돼야 한다. 도민과 버스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경기도의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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