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설과 갑질 선동 티브로드,
    이젠 필터 조작해 비싼 상품 변경 유도
    추혜선 ”방송플랫폼 사업자 가장 기본적 책무 망각“
        2017년 10월 30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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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직 의원에 대한 욕설로 파문이 일었던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태광그룹의 유료방송 업체 티브로드가 이번엔 고객들에게 비싼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시청자 가입 상품의 채널을 고의로 차단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티브로드가 최근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불법적 필터 교체 작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비정상 필터를 연결해 시청자가 가입한 방송 상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채널을 차단한 후 시청자가 AS 신청을 하면 AS기사 대신 영업전문점의 인력이 방문해 “기존의 상품으로는 더 이상 채널 시청이 불가능하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더 비싼 상품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했다.

    ‘필터’는 케이블 회선을 통해 전송되는 주파수 대역을 걸러내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채널의 수와 종류를 선별해주는 장치다. 가입 상품에 따라 다른 종류의 필터를 회선에 연결해 시청 가능한 채널을 결정한다.

    이하 사진 등 추혜선 의원실 제공

    티브로드가 불법적으로 비정상 필터를 연결한 사실은 티브로드 상품에 대한 AS․설치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인 기술센터 소속 현장기사들에 의해 발견됐다.

    협력업체 기사들은 최근 ‘채널 시청 불가’라는 AS 신청이 폭증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지상파 외의 채널을 거의 볼 수 없도록 차단하는 ‘비정상 필터’가 연결된 것을 다수 확인했다.

    개별 가입자 집으로 연결되는 회선은 물론 다세대 건물이나 아파트 라인 전체를 한꺼번에 차단할 수 있는 지점에 비정상 필터가 연결되기도 했다. 이런 경우 건물이나 아파트 라인의 모든 세대가 기존에 시청하던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추 의원은 “티브로드는 본사 차원에서 이런 비정상 필터작업을 통한 영업 계획을 수립하고, 노동조합이 구성돼 있는 기술센터의 경우 직원 반발을 예상해 영업전문점 등 별도의 외주인력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기사들이 비정상적인 영업 행태를 알게 될 경우 반발할 것을 예상해 노조가 없는 영업전문점 등 외주인력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시청자가 신청한 AS 업무는 기술센터 소속 현장기사들(협력업체)에게 할당되지만, 최근 티브로드가 AS업무를 영업전문점으로 이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기술센터에 보낸 것이 그 근거다.

    추 의원은 “시청자가 방송을 안정적으로 수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티브로드 스스로 존재 이유를 져버린 것”이라며 “실태 점검 및 수사 의뢰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티브로드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추 의원에 대해 막말과 욕설을 하는가 하면, 협력업체한테 ‘갑질을 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티브로드 소속 한 직원은 내부 업무회의에서 “이 더위만큼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마세요. 다 표출하세요. 누구한테? 협력사 사장들한테. 고객사 사장들. 정당하게 갑질 하세요. 정당하게 갑질”이라고 지시했다.

    해당 관리자는 추 의원을 겨냥해 “정의당 그 미친 X 하나 있죠. 이름이 뭐야 그거… 국회의원 그 미친 X… 이름 뭐야. 그때 그 청문회에서”라며 “확 그냥 가가지고 입을 찢어 죽여 버릴까 진짜… 중복할당을 내린다는 둥, 업무가 많다는 둥”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티브로드의 업무 중복할당 문제를 개선하라는 추 의원의 요구에 대한 비난이다.

    중복할당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AS기사의 수가 부족할 경우, 한 AS기사에게 복수의 중복된 업무를 부과한 것을 뜻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AS기사를 늘리지 않아도 돼 더 큰 이윤을 볼 수 있지만, 기존 AS기사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감당해야 한다. 특히 중복할당 문제는 과로로 인한 AS기사들의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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