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 산재 자금으로
    비자금 조성, 뇌물 사용“
    위법 무마하려 공무원 등 제공 증언
        2017년 10월 30일 12: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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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써야 할 산업안전보건관리비(안전관리비)로 비자금을 조성해 공무원과 경찰 등에 대한 뇌물 공여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전체 공사비의 1.88%를 안전관리비로 책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어기고 안전장비 구입 대금 부풀리기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고용노동부 공무원 등에게 건네졌고 공무원들은 안전사고가 나면 그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등 건설사가 사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 10일 의정부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이 추락하면서 노동자 5명이 사상자가 발생했고, 5월엔 남양주 사고 등 올해만 벌써 12명의 크레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5월엔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로 3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보다 앞서 2014년 5월 경기도 광교 신도시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전복돼 노동자 1명이 죽고, 1명이 다쳤다.

    이처럼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잦은 안전사고의 배후엔 사고 책임 무마를 목적으로 뇌물을 주고받는 건설사 직원들과 공무원들이 있었다.

    2014년 경기도 광교 신도시 건설 현장의 부러진 타워크레인(사진=건설노조)

    전 대우건설의 광교 건설 현장 관리책임자였던 윤모 씨는 3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안전, 품질, 환경 쪽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위법적인 부분을 무마하기 위해서 뇌물공여라든지 접대 등이 필요한데 그럴 때 사용할 돈을 (안전관리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서 집행했다”며 “물론 100%는 아니지만 안전관리비에서 많은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씨는 지난 26일 울산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증언을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 씨는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때 회사와 현장소장의 사법 처벌을 무마하기 위해 사고 관련 유관기관 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접대를 하는 데 썼다”며 “당시에는 어리석게도 그런 행동이 근로자 안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이어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2014년 5월 타워크레인 사고가 있었던 광교 현장에서 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안전점검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용노동부 감독관 접대나 뇌물을 주는 데 사용했다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한 후엔 건설사와 현장소장 사법 처벌을 무마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경찰 쪽에 뇌물을 주기도 했다. 윤 씨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사고가 난 이후 타워크레인 임대사로부터 1000만원을 받은 후, 별도로 400만원을 얹어서 총 14000만원을 고용노동부 감독관에게 전달했다.

    실제로 당시 사고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원은 브레이크 장치의 결함이 타워크레인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경찰의 사고조사 보고서는 노동자 과실로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사업주는 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공사도 재개됐다.

    올해 4월 모 언론사의 보도로 특정 건설사의 비자금 조성 문제가 알려졌고, 해당 건설사는 개인의 비리 문제라고 주장하며 윤 씨를 해고했다. 이후 윤 씨는 검찰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윤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제가 근무했던 현장에서는 안전관리비 예산에서 1억 원 정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안전시설물이나 안전용품에서 수량이나 단가를 부풀리고 세금계산서 등을 조작을 해서 대금 결제를 과다하게 하고 실제 발생 금액과의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조성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고용노동부) 점검팀이 나와서 보게 되는 것은 안전시설물 설치 사진과 그에 부속되는 거래명세서, 세금계산서만 주로 점검을 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소장이 지시를 하고 안전팀과 협조가 되면 얼마든지 안전관리비로 비자금 조성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며 “만약에 걸리더라도 현장소장이 어떠어떠한 명목으로 사용했다고 소명이 되면 회사에서는 또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비자금은) 평소에 노동부 안전담당 감독관에게 접대를 하거나 명절, 휴가 때 교통비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를 했다”며 “사고가 났을 때 그 사고의 형사처벌을 회피하기 위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공여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인다. (광교)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때는 (노동부 공무원에게) 14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사법기관에 소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안전관리비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이 특정 건설사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부분 건설현장 대부분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윤 씨는 “대형 건설사 같은 경우에는 150에서 200개 정도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가 근무했던 현장 중에 안전관리비로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던 현장은 없었다”며 “만약 제가 근무했던 현장하고 동일하게 기준을 적용한다면 회사별로 1년에 100억 이상 정도 안전관리비를 (비자금으로) 조성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했다.

    특히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관리 책임자들(각 건설현장 담당자)과 교육, 모임을 하는데 그런 자리에서 주로 나누는 대화가 현장 비자금 문제”라며 “통상적인 업무 집행은 룰대로 하면 되지만 비자금 조성은 법 위반이고 룰도 없다 보니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 ‘어떤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처리하냐’ 등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애로사항을 얘기한다”며 “관리책임자 교육에서도 비자금에 대해서 문제가 안 생기도록 관리를 하는 법. 예를 들면 ‘기록을 남기지 말라’ 회사에서도 이런 교육을 한다. 그런 것들을 봤을 때는 이런 비자금 없이 진행을 하고 있는 현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금 조성, 유용 등의) 노하우를 나눌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어느 관청이 가장 (뇌물을) 밝힌다. ‘그쪽은 조심해야 한다’는 정보까지도 공유를 한다”며 “또 술자리에서 흔히 하는 얘기로 진상을 부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하고는 웬만하면 술자리는 가지 말라’, ‘돈만 주고 말아라’ 이런 얘기까지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뇌물 공여는 주로 공무원이 건설사에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윤 씨는 “주로 (공무원에게) 연락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라든지 ‘어떤 점검 건이 있는데 의논하자’ 이런 명목으로 연락이 오고 그러면 찾아가서 술자리를 갖는 경우도 있고 단순하게 뇌물만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가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소장 같은 경우에는 골프 접대도 몇 번씩 했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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