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진보정치 어떻게 살리나'
    혁신모임, 진보정치 진로 토론회
        2012년 08월 27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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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진보정치혁신모임에서 27일 오후 “진보정치의 진로를 말한다-위기의 진보정치 어떻게 살릴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9월 초의 중앙위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토론회는 혁신모임측이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개최한 것으로 발제는 민교협 상임의장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맡았다.

    진보진영의 제3의 후보 전략으로 진보정당 재편해야

    조희연 교수는 “정당을 아우르는 생태/평화/노동 지향성을 갖는 ‘진보좌파 후보’를 상상해보자”는 내용을 통해 진보정당의 일련의 사태에 대한 평가 지점과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혁신모임 토론회 모습(사진=장여진)

    4.11 총선 이후 비례대표 부정부실선거 문제가 촉발되면서 터져나온 일련의 사태에 대해 조 교수는 “현재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혹시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없었는지” 성찰적으로 되짚어 보자”며 진상조사 결과 발표 시점, 5.12 중앙위 폭력사태, 강기갑 대표 체제의 혁신 과정,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 부결사태의 4가지 시점을 언급했다.

    이후 조 교수는 “갈등 속에서 건져 올려야 할 지적 성찰”지점으로 두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그는 “보수세력의 대척점에 서 있는 진보세력이 ‘도덕적으로’ 퇴행적인 것으로 투영되고 보수세력에 의해 도덕적 공세를 받을 수 있는 맥락에 처하게 될 때, 진보세력의 급진적 열정과 전투적 행위는 대중과 괴리된 ‘폭력적’이거나 반진보적으로 매도된다고 하는 점”을 들었다.

    즉, 특정 집단의 급진적 열정이 대중의 열정 흐름과 분리될 때 그것은 퇴행적인 것으로 비춰지며, 대중의 열정 흐름과 맞물릴 경우에는 진보적인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래서 구당권파의 행태들은 경선 부정을 옹호하는 행위로 비춰졌고 그것이 대중들의 눈높이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보수적이고 퇴행적 행위로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조 교수는 “극단주의적 프레임”임을 지적하며 “종북프레임과 같은 극단주의적 프레임에 조응하는 현실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극단주의적 프레임에 의해 단순하게 해석될 때 그것은 우연적 요인 및 우파의 공세와 결합되면서 ‘전도된 현실’을 낳고 그 전도된 현실은 이후 우리 행동을 제약한다“며 이러한 왜곡 효과가 종북 프레임으로 작동됐다고 분석했다.

    “이석기 의원 사퇴한다면 김재연 의원 인정할 수 있어”
    “유시민 대선 불출마 전제로 참여계와 함께해야”
    “정당 배제하는 노동자민중진영의 대선 독자후보 방침은 최후의 선택지”

    대선 전략과 관련해 조 교수는 민주노총의 노동자-민중 독자후보와 진보신당의 사회연대후보 등과 같은 진보진영내 일련의 흐름과 관련해 “여기서 하나의 ‘마지노선’에 해당하는 전제”를 “박근혜 당선이 우리 사회 정치발전의 거대한 후퇴라는 점에서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진보좌파의 제3후보론을 주장했다.

    조 교수는 “통합진보당이 현재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에 있고 위력적인 대선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과 “대중의 합리적 보수부터 급진적 요구까지를 포괄하기 위한 연합후보의 필요성”, “안철수나 민주당이 담지해주지 못하는 대중의 높은 수준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대의하기 위해” 진보좌파의 제3후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대선 이후 진보좌파의 제3후보를 중심으로 분열된 통합진보당 세력들과 구 진보신당, 노동정치세력이 다시 진보정당을 재건하는 중심 동력”을 갖고 진보정당 재편의 매개로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며 전략적으로 통합진보당이 갈등을 우회하며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선 “첫번째 장애물은 당권파 문제”라며 “이석기 의원 사퇴를 전제로 김재연 의원의 의원직 지속에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번째 장애물로는 “통합진보당 외부 운동세력 및 진보좌파 세력에게는 국민참여당계라고 하는 이른바 ‘진보적 자유주의’세력과의 연합에 대한 ‘이념적 거부감'”을 꼽았다.

    이에 조 교수는 “유시민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고 ‘백의종군’한다는 전제 하에 진보정당-진보운동의 연합운동이 참여계에 대해 개방적이고 연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념적 차이에 대해 “진보적 자유주의 영역은 본질주의적으로 배척되어야 할 것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헤게모니적 쟁투의 영역, 즉 그것의 내용과 성격이 규정을 둘러싼 쟁투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사고방식을 제기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정당을 배제한 대선 독자후보를 내세우자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조 교수는 “노조나 노동 중심의 의제들을 구현하는 후보를 내어 순수한 노동운동적 대선후보전략을 사고하는 것은 대선 국면에서 대중의 정치적 역동성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최후의 선택지로 남겨두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보진영의 제3후보 논의를 모아내고 책임있게 추진할 수 있는 단위 등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과 민주노총 모두 불가피하다며 “백기완, 권영길 선생 등 노동진보진영의 원로들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조희연 교수의 발제를 끝으로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 녹색교통의 민만기 공동대표, 민변의 이헌욱 민생희망본부 변호사, 한겨레신문의 김종철 기자가 토론을 진행했다.

    정해구 교수는 “진보정당 바깥에서 보면 80년대 NL-PD논쟁이 여전한 것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정당에 정파가 여럿 있을 수 있으며 정파는 서로 섞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도한 정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정파를 파괴하고 느슨한 정파로 나아가야 한다”며 “조희연 교수가 2011년 참여계와의 통합을 반대했지만 난 찬성했다. 진보정당이 이념적으로 경직됐기에 문화적으로 리버럴한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만기 공동대표는 “진보진영이 야권의 공동 플랫폼을 통해 민주당이나 안철수로 감당할 수 없는 노동자대중, 소수자 권익 문제 등의 한 축을 담당해줘야 한다며 “목적지나 타야 할 차가 달라도 진보진영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는 합의점을 찾거나 특정한 결론을 내리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비교적 진보정당 외부의 시선을 통한 의견을 듣고 소통하는 자리로서의 의미는 있었다.

    특히 조희연 교수는 호칭하는 바가 달라도 진보진영의 독자후보 흐름을 주장하면서도 진보정당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의견과는 또 다른 결을 드러냈다.

    이날 토론회는 심상정, 박원석, 서기호 의원과 유시민 전 공동대표, 이정미, 천호선 최고위원과 당원들 약 30여명이 참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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