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물질 피해,
    원인인 사업장 관리 중요
    [기고] 법원의 삼성전자 안전진단보고서 공개 결정을 환영한다
        2017년 10월 30일 09:38 오전

    Print Friendly

    지난 2013년 삼성 반도체 화성 공장에서의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노동부는 안전진단을 실시해서 보고서를 만들었는데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이 산업재해 소송과정에서 이 자료의 공개를 요청해왔는데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영업비밀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의 생명, 건강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알권리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 우선한다” 이유에서다.

    그동안 법원도 14차례나 제출을 요청하거나 명령했으나 삼성전자는 거부했고 고용노동부도 방관해왔던 상황에서 환영할만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향후 산재 소송에서 작업자 이름이나 흐름도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내용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도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삼성반도체 피해자들(반올림)의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여 진정한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일과건강은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업장 안전보건활동을 중심으로 해오다 2012년 구미불산 누출사고와 2016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거치며 노동자와 주민, 소비자의 화학물질 알권리 운동을 하고 있다. 2013년 27개 노동·환경·여성·소비자·지역단체 등으로 구성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는 각 부분별 법제도 개선운동을 펼쳐왔다.

    주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2015년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95%의 사업장별 물질별 년간 취급량과 유해성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 측면에서 2015년 6월 어린이제품안전관리특별법이 제정되어 2016년부터 안전한 제품이 생산·판매되고 있고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 안전관리법은 지난해 환경부에 의해 입법예고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2019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유해화학물질에 가장 노출 위험이 높은 노동자의 알권리 측면에서는 바뀐 게 없다. 특히나 4년간의 노동자, 주민, 소비자 알권리 운동을 통해 모든 위험이 시작되는 곳인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관건임을 알게 되었다.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작업환경관리 안되면 노동자가 피해를 보고, 안전관리가 안되면 화재, 폭발, 누출 사고로 주민이 피해를 보고, 제품성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생산품이 유통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2017년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법제도 개선운동의 방향을 사업장 화학물질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잡은 이유이다. 이러한 법개정 내용은 크게 2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노동자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1988년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집단직업병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부천 삼성전자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시력손상을 가져온 메틸알콜 중독사건은 화학물질에 대한 노동자 알권리가 보장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정보를 사전에 교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장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많은 사고의 원인은 취급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부재로 인한 것이 주된 것이다. 특히, 노동자에게 제공되는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의 기재내용 중 영업비밀이 많아(67%) 알권리 보장에 제도적 한계가 있는 현실이다.

    MSDS상 영업비밀에 대한 노동부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하고 노동자가 해당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 자료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쉽게 정보에 접근할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시급하다. MSDS를 작성하는 자가 영업비밀로 기재하지 않으려할 때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의결를 통해 인정될 때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로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사업장 고독성물질을 사용을 줄여야 한다.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중 발암성, 변이원성, 생식독성 물질로 대표되는 고독성물질의 사용 및 배출을 줄이려는 사업장의 움직임이 전무한 상황이다. 고독성물질을 사업장에서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온다면 화학물질로부터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독성물질저감법과 같은 법안을 통해 고독성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은 배출저감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해가고 있다.

    고독성물질 취급사업장은 매년 2년마다 배출저감 계획서를 작성하여 환경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환경부장관은 관할 지자체에게 이를 제공하여 사업장 자료의 제출을 명하거나 공무원의 출입 및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용 및 배출 저감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지역사회가 논의하고 견제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현재 각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조례제정이 마무리되면 더욱 효과적인 집행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9월 30일 현재 조례 제정 지역은 광역 8개(경기,충북,인천,전북,부산,광주,전남,울산),기초 11개(군산,양산,수원,평택,여수,영주,청주,나주,성남,파주,구미) 지역이다.

    필자소개
    일과건강 기획국장. 화섬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