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 비정규직 20만명,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
    양대노총 등 노동계 기대 못 미쳐..."비정규직 50% 시대 우려돼”
        2017년 10월 25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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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 규모의 절반 수준인 2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고용노동부는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성기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와 양대 노총,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TF 회의’를 개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전환계획에 따르면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 등 853개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는 31만6,000명 중 20만5,000명을 정규직화할 계획이다. 이중 7만4,000명은 연내 전환이 완료된다.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는 41만 6,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50% 정도만 정규직화 문이 열리는 셈이다.

    전체 비정규직 중 육아휴직 대체, 계절적 업무 등 일시·간헐적 업무 등 특성상 비정규직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전환예외자로 규정된 교·강사, 60세 이상 고령자, 의사 등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선수 등 14만1,000명도 제외됐다. 다만 상당수가 60세 이상인 청소·경비 업무는 정년을 65세로 설정·전환 권고하기로 했다.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2020년까지 3단계에 거쳐 진행된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국공립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1단계는 지난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과 함께 이번 실태조사 등을 통해 이행 중이다. 2단계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를 대상으로 오는 12월 다시 실태조사를 하고 내년에 전환기준을 마련해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민간위탁기관은 내년 상반기에 실태조사를 해 전환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해선 계약 종료 시기를 고려해 2020년 초까지 단계적으로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노동계, 기대 못 미친다는 비판이 다수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만 정규직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번 전환계획을 내놓은 것에 대해 노동계에선 기대에 못 미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한다는 기조에 비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라며 “비정규직 50% 시대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강한 유감과 우려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 실망만 안겨주는 내용”이라며 “정규직 전환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의 경우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무산은 무수한 사회적 갈등만 양산한 채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 수 밖에 없다는 절망의 시그널만 보낸 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전체 비정규직 중에 상시지속업무 대상자를 분류에 이 가운데 또 14만여 명을 전환제외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이번 전환계획엔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대책 등은 전무하다. 상시지속업무를 하면서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되고 고용도 보장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기관별 전환심의위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도 드러냈다. ▲정부가 분류한 상시지속업무가 정당한 것인지 ▲실태조사 단계에서부터 누락된 대상자가 없는지 ▲심의탈락자에 대한 판단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견·용역에 한해 계약 만료 시점에 따라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업체의 편법 행위를 막을 수 있도록 원청기관이 ‘정규직 전환 확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민주노총은 조언했다.

    한국노총 또한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편법, 불법,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며 이를 제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하 16개 기관은 기간제 노동자 215명을 계약하는가 하면, 일부 공공기관은 공공기관 채용정보시스템인 ‘잡 알리오’ 등에 버젓이 비정규직을 추가(신규) 채용한다는 공고를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현재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정규직 전환 회피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사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모든 기관에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공개하고 노조 대표자 및 이해당사자의 동등한 참여 보장도 역설했다.

    한국노총은 “공공부문에서부터 원칙적이고 과감한 정규직 전환을 해야만 민간부문까지 확산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말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피부에 와 닿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환 과정에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논평에서 “현장에서 지침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기관에서 전환 협의체 구성이 지연되거나 사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고, 그 결과 전환 여부가 사측 임의로 판단되고 있다”며 “많은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회사, 무기계약직 형태를 고집하고 있다. 사측이 ‘통일적 지침’을 마련한다는 미명 아래 일부 노조만 협의를 거치며 비정규직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전환 과정이 당사자인 비정규직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에 대한 사측의 자의적 해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제1호 국정과제’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와 행정력”이라며 “각 부처와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 사용자들에 대한 재대로 된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가이드라인 실행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들을 살피고, 범정부적으로 행정력을 집중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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