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 ‘2등 정규직’ 운용
    심상정 "90% 여성, 여성차별 제도화"
        2017년 10월 23일 06: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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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 5대 주요은행에서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준정규직의 90%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2등 정규직’인 준정규직은 대면업무를 하던 비정규직을 기존 정규직과 합치지 않고 별도의 직급을 만들면서 생겼다. 준정규직은 고용은 안정적이지만 임금은 정규직과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승진 기회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3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입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우리·KEB하나·KB국민·기업은행 등 시중 5대 주요은행에 존재하는 ‘2등 정규직’에 해당하는 직급에서 여성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별도 직군에 대한 명칭을 각기 달리 하고 있지만 5대 은행 모두에서 ‘2등 정규직’은 존재했다. 신한은행은 ‘RS직군’, 우리은행은 ‘개인금융서비스직군’, KEB하나은행은 ‘행원B/6급’, KB국민은행 ‘L0(엘제로)’, 기업은행은 준정규직이다.

    90% 이상이 여성인 해당 직군은 사실상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주요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의 격차를 겪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에서 ‘RS(Retail Service)직군’의 여성비율은 99.3%(2398명 중 2382명)에 달했다. 반면 부행장(전무)급에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직급별 여성비율을 봐도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이 적었다. 대리/행원은 46.5%로 여성이 절반에 가까웠지만 책임자(차장/과장) 34.8%, 부지점장(부부장) 12.4%이고, 지점장(6.2%), 본부장(7.4%)직은 한 자릿수로 여성의 비율이 떨어졌다.

    신한은행에서 RS직군은 2011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된 직급이다. 이 직급은 기업대출과 기업외환을 제외하면 정규직인 대리·행원과 마찬가지로 입출금, 제신고, 신용카드, 환전, 공과금, 예적금, 외화송금, 어음교환 등 같은 업무를 한다.

    그럼에도 RS직군은 정규직과 별도의 기준을 적용받아 평균연봉이 정규직 행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대리·행원 정규직은 6,200만원을 받지만 RS직군은 절반 수준인 3,200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승진을 위해 필요한 근속연수에서도 차이가 난다. 정규직 신입 행원이 책임자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 기간은 7년~9년이지만, 신입 RS직원은 규정상 최소 13년은 근무한 이후에야 과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

    승진경로도 정규직보다 복잡하다. 신입 행원은 자동승진을 통해 대리가 되고 그 후 선발을 통해 과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반면, RS직군 주임은 무려 3단계의 선발 심사를 거쳐야 과장이 될 수 있다.

    심상정 의원은 “외견상으로는 분명 정규직임에도 실상은 새로운 계급, ‘2등 정규직’”이라며 “이러한 현실은 RS직군으로 입직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부정적 인식과 전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등 정규직의 여성화, 임금 격차, 단절된 승진 사다리, 줄어드는 업무범위 차이를 종합해보면, 민간은행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명분으로 ‘여성차별을 제도화’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은행권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명분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는데 이런 기형적인 정규직화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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