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론과 자강론 대립
    자유·국민·바른정당 내외의 논란 심화
    3당 내부 불협화음에 민주당·정의당은 비켜나 있어
        2017년 10월 23일 0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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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이 통합 문제를 놓고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바른정당은 자강파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파가 사실상 분당 수순을 밟고 있는 한편,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내분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청원·최경환 출당 논란 일면서 보수통합 주춤
    하태경 “박근혜 출당 하나론 자유한국당에 아무도 안 갈 수 있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를 의결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열흘 내에 이의제기가 없으면 자동 제명조치가 이뤄지는 반면 처·최 의원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윤리위 결정에 대한 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만 출당이 가능하다. 당 내에 여전히 친박계 의원이 다수 포진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두 의원의 출당이 불가능할 수 있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유일한 통합 명분인 박 전 대통령과 서·최 의원의 탈당까지 좌절된다면 사실상 ‘보수통합’이라는 이름이 요원할 정도의 소수의 의원들만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자강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23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의원 규모는) 자유한국당이 친박 청산을 어디까지 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며 “지금 현실 가능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하나 정도인 것 같다. 그랬을 때는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아무도 안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못갈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만 해도 합당이 가능하다는 분이 5명 이하”라며 “그건 합당이 안 되는 것 아닌가. 5명이 개별 탈당을 할 경우 상당히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고, 이건 분당 수준도 아니고 일부 탈당이기 때문에 모양도 너무 빠지기 때문에 결행을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합당은) 바른정당 교섭단체 붕괴가 1차 목표”라며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통합파를 다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들려온다. 지금은 통합파를 다 받는 척 하는데 ‘통합파인 일부 의원이 당에 들어오면 또 시끄럽게 할 거다’라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일단 통합파도 다 안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최 의원이 ‘탈당권유’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홍준표 대표가 자기 직을 걸고 ‘서청원·최경환 출당이 안 되면 나라도 당을 떠나겠다’는 정도의 결기를 보여준다면 국민들한테는 박수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바른정당 자강파 의원들은) 자유한국당과 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청원·최경환 의원 둘 나가는 정도로는 합당은 어렵다”며 “지금은 탄핵 전과 상황이 다르다. 자유한국이 바른정당과 색깔이 완전 구분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상당히 극우가 되고 있고 바른정당은 상대적으로 중도보수화 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은 ‘한미동맹 해체 각오하고서라도 핵 무장을 하자’는 여론이 강하고, 여전히 ‘청와대에는 주사파 정권’이라며 빨갱이 장사를 거당적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당색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가치와 비전이 다른 상태에서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최경환·서청원 의원 출당도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과 통합 논란에 모호한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까진 통합 논의 금지할 것…11월 중순부터 논의 가능”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에 호남지역주의와 햇볕정책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출당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 자강파 측은 자유한국당보단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에 있어서 비교적 긍정적인 분위기다. ‘보수개혁’ 가치를 최우선으로 했던 자강파 측이 당장에 국민의당과의 당장 통합을 가시화할 명분이 없어 한 걸음 물러난 모양새지만 국정감사와 전당대회 등을 거친 후 본격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금은 만날 생각이 없다’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하 의원은 “유승민 의원은 당 지도부가 아니다. 이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할 성격”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하 의원은 “바른정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내부의 이견을 좁히고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전당대회 전까지는 당대당 통합논의는 금지시키겠다는 것이 지도부들 생각이고 전당대회에서 노선싸움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당도 그렇고 자유한국당도 그렇고 이번 기회에 어느 한쪽하고만 얘기할 게 아니라 당의 정체성, 개인의 정체성에 따라서 한 번 크게 정계개편을 해보자는 마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지향하는 가치·원칙을 함께 내놓고 의원들끼리 토론하는 자리를 많이 가질 것 같다. 그 시점은 11월 중순은 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바른정당과 통합, 터무니없어…이미 물 건너가”

    국민의당은 안철수 지도부 측의 바른정당 통합 강행에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 반대파들은 안보와 정치적 이념 등에 있어 정체성 차이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애당초 (바른정당과 통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통합 주장이) 터무니없어서 반대한다”며 “통합은 이미 물 건너간 걸로 보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모 언론이 ‘전수조사 결과 통합 찬성파가 많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상당수 의원들이 통합에 조건을 달았는데 그런 식으로 말한 분들이 찬성으로 (분류)됐다. 지금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벌써 5~6명 정도 의원들이 (해당 보도가) ‘잘못 알려졌다’고 말하고 있다. 통합 찬성파는 10명밖에 안 된다”며 “신문에서 의도적으로 부풀려 쓴 거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비밀리에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에 대해선 “국민 세금으로 쓸데없는 것을 했다”며 “그런 여론조사를 하면 질문이 (조사 의뢰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어 있지 않겠나. 그래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 의미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 의원은 “국민의당 의원 40명이 그대로 있고 바른정당에서 10명이 오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생각하는데 같이 공멸할 것”이라며 “정당은 스펙트럼이 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치면 이건 정당이 아니다. 철학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지난번 대선에서 나왔던 반문연대를 연상시킨다. 대단히 잘못됐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유승민이 안철수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아…통합할 만큼 아둔한 사람 아냐”

    통합 반대파 측은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햇볕정책, 호남주의 등 당 정체성 문제도 있지만, 바른정당 내에서 안철수 대표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한 것도 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우리 당과 합칠 사람이 아니다. 원래 생각도 없었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과 통합을) 얘기하니까 마지못해 (국민의당과 통합도) ‘하나의 방법이겠다’고 해서 얘기한 게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이 중도보수통합 의지를 밝힌 것이 자유한국당 통합파를 붙잡기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런 면도 있다”며 “유승민 의원 입장에서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이고 소신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의원과 그 주변 사람들이 안철수 대표를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도 제가 대충 안다”며 “(안철수 대표는) 무엇보다 오락가락 생각이 없지 않나. 사드 반대 앞장섰다가 대선이 다가오니 별안간 사드 찬성하고 대북 제재해야 한다고 해서 대선 TV토론 때 유승민 당시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작살을 내지 않았나. 유승민 의원은 지식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며 안 대표를 맹비판했다.

    이 의원은 “(안철수, 유승민은)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이 정치적인 판단과 방향성에 안철수 의원을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유승민 의원이 지향하는 개혁보수가 지금 굉장히 어렵지만 좀 참으면 다음 총선에서는 상당한 세력을 구축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히려 유승민 의원이 그냥 섞어찌개 하는 식으로 국민의당과 합치면 본인의 정치생명은 희망이 없다. 유승민 의원이 그렇게 아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감 이후 안철수 책임론 나올 것…비대위 체제로 갈 수도”

    대표적인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는 통합이 계속 추진될 경우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통합 반대파를 중심으로 당내에선 ‘안철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상돈 의원은 “국감이 끝나게 되면 상당한 의원들이 ‘안철수 체제로 더 이상 갈 수가 없다’는 목소리가 분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 체제를 청산하고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안 대표 측에 대해서 반대를 분명히 하는 의원들이 다들 무게감이 있다. 통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던 의원들도 20명을 훌쩍 넘는다고 보기 때문에 멀쩡한 당에 풍문만 일으킨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 등이 안철수 지도부에서 계속해서 통합 강행할 경우에 한해 탈당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다수가 당을 지키자고 하는데 무슨 탈당을 얘기하나”라며 “국민의당 주류가 ‘지방선거는 어차피 야3당이 다 어려운 것이니 총선까지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원래 당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왜 탈당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통합 반대파가 민주당으로 입당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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