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당 분화 이어
    국민의당도 분화 조짐
    '국민-바른' 통합 관련 여론조사 결과 두고 박지원 등 자강파 반발
        2017년 10월 19일 11:3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어 대립하는 바른정당에 이어 국민의당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인위적 정계개편 현상으로 보인다.

    분열이 가시화된 것은 전날인 18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비공식 여론조사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면 정당 지지율이 20%까지 상승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했다. 특히 <조선>은 민주당-국민의당,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보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이 합당할 때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높다고 전했다.

    문제는 당내 중진 의원들도 이 여론조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과 합당을 물밑에서 추진하는 안철수계에서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바른정당과 합당을 반대하는 측은 안철수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당내 분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19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비밀 여론조사) 보도로 보고 충격적이었다”며 “(여론조사가 진행됐는지) 전혀 몰랐다. 이런 중요한 것은 중진들과 얘기를 하고 걸러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청와대와 대통령에게는 소통을 그렇게 강조하고 요구하면서 정작 당내에선 잘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물밑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시기적인 문제도 아니라고 단언했다.

    박 전 대표는 “정당에 가장 중요한 게 정체성”이라며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오늘 아침 <중앙일보> 인터뷰를 보니까 국민의당이 ‘햇볕정책을 포기하고 호남 위주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도저히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 유승민 의원은 대구를 버리고, 강경 대북정책을 버리나. (못 버리지 않나)”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은) 정체성에서 문제가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현재의 여론조사만 보면 우리당의 존재마저도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바른정당의 분열을 목전에 두고 우리당은 단결해서 선도정당의 길로 다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교적 우리당 의원들의 국정감사가 호평받는 이때 왜 불필요한 일로 당의 전열을 흐트러지게 하는가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위원장 일괄사퇴, 여론조사 결과를 흘려 내는 것은 설사 좋은 안이라도 지금은 아니다. 지도부의 신중한 접근을 한다”며 안철수 지도부를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다당제 사수를 위한 자강파와 바른정당 통합파, 더불어민주당 통합파로 나눌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다당제 안착을 강조해 자강파로 분류된다. 민주당과 바른정당 어느 쪽과도 당을 합쳐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는 “총선 민의는 다당제”라며 “국민들이 왜 총선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을 선택했겠나. 극단적인 양당제로 인해 너무 싸움만 하고 1당 독주가 나타나기 때문에 완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다. 3당제를 만들었으면 국민의당은 국민의당대로 국민의 뜻을 따라서 선도정당으로서 일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쪽에선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까지 드러내고 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이 여론조사 말고도 또 다른 여론조사도 자세히 해봐야 한다”며 “이것은 조금 의도적인, 목적을 갖고 진행한 여론조사로 보인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라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원들과 충분한 논의를 사전사후에 해야 한다. 아니면 이것은 사당이나 독재적 발상”이라며 “당의 명운이 달린 일을 충분한 논의 없이, 사전사후 간에 없이 이렇게 끌고 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체성도 맞고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사촌 정당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연대나 연합, 연정 궁극에 가서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반발한 일부 의원 등이 민주당으로 갈 가능성에 대해선 “미리부터 속단할 건 없다”면서도 “가능하다면 민주당으로 가자는 쪽이 당내에 더 많으리라고 본다”고 여지를 남겼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