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한 꼬마의 하루
    [그림책] 『돼지꿈』(김성미/ 북극곰)
        2017년 10월 18일 0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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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이른 아침, 꼬마와 아빠는 집을 나섭니다. 엄마는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들지만 두 사람은 돌아보지 않습니다. 꼬마와 아빠는 그저 한숨만 몰아쉽니다. 아빠는 잠이 덜 깼는지 크게 하품을 합니다. 꼬마는 한 번 더 한숨을 내쉬며 생각합니다.

    ‘학교는 왜 가는 걸까?’

    다음 장면부터 꼬마가 왜 이런 질문을 던지는지 알 수 있는 그림들이 나타납니다. 선생님한테 감시를 받고, 나쁜 형들한테 돈을 뺏기고, 친구들은 경쟁자라 도와주지 않고, 체육 시간엔 공한테 얻어맞고, 수업시간에는 대답을 못해서 놀림 받고, 친구와 싸우고, 선생님한테 벌 받고, 급식은 맛이 없고, 졸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또 혼나고. 꼬마는 도대체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학교가 끝나면 꼬마는 더 바빠집니다. 피아노 학원에 가서 야단맞고, 미술 학원에 가서 장난치다가 또 혼나고, 태권도 학원에서는 오른쪽 왼쪽을 헷갈려서 나쁜 형이랑 시비가 붙습니다. 그리고 또 보습학원에 가야 합니다. 그야말로 불쌍한 인생입니다.

    이렇게 불쌍한 꼬마에게도 한 가닥 희망이 있습니다. 꼬마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이 가여운 꼬마의 꿈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과연 꼬마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돼지꿈

    보통 돼지꿈은 꿈에 돼지가 나오는 꿈을 뜻합니다. 그리고 돼지꿈을 꾸고 나면 재물이나 행운이 찾아온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림책 『돼지꿈』에서 돼지꿈은 돼지가 나오는 꿈이 아닙니다. 그럼 어떤 돼지꿈일까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에 반하는 돼지꿈! 이것이 바로 그림책 『돼지꿈』의 첫 번째 반전입니다.

    그런데 정작 책을 읽는 독자들은 ‘돼지꿈’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곧 ‘돼지꿈’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리게 됩니다. 고단한 학교생활과 방과 후 과외활동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꿈에 돼지가 나온다는, 초자연적이고 순진한 ‘돼지꿈’은 끼어들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꼬마에게는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이자 돌파구로서의 꿈이 필요합니다. 학교를 왜 가는지도 모르겠고 방과 후에는 더 바쁘고 괴로운 주인공 꼬마의 꿈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도 궁금하시겠지만, 인류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 역시 꼬마의 꿈을 궁금해 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찰리 채플린, 마이클 잭슨,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세종대왕,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에이브러험 링컨, 빌 게이츠, 마하트마 간디, 빈센트 반 고흐… 김성미 작가는 이 장면에 수많은 위인들을 등장시켜서 독자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자신의 아이가 유명인이 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욕심을 그대로 풍자한 것입니다. ‘그래서 네 꿈이 뭔데?’

    하지만 정작 주인공 꼬마가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순간, 세계의 위인들은 경악하고 맙니다. 주인공 꼬마가 이야기하는 장래 희망으로서의 꿈은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아주 황당한 꿈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장래 희망으로서의 꿈, 이것이 그림책 『돼지꿈』의 두 번째 반전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 세 번째 반전이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에이브러험 링컨, 마하트마 간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모든 위인들이 경악할 때, 단 한 사람만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누구일까요? 바로 한국의 위인, 세종대왕입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주인공 꼬마는 우리 대한민국의 어린이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세 가지 반전이 모두 한 장면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돼지꿈의 상식을 뒤엎는 반전, 장래희망의 상식을 뒤엎는 반전, 그리고 모든 외국인들이 경악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의 슬픈 현실이라는 반전입니다.

    제도를 바꾸면 현실이 바뀝니다!

    김성미 작가의 『돼지꿈』을 보면서 한국의 독자들은 웃다가, 웃다가, 놀라고, 놀라고, 찡하고, 다시 웃게 될 것입니다. 분명 그림책 돼지꿈은 탁월한 코미디입니다. 하지만 주인공 꼬마의 현실이 곧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사실은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교육을 받습니다. 그런데 교육제도 때문에 우리 아이와 가족이 꿈을 잃고 불행해진다면? 그런 이상한 교육 제도는 당장 바꿔야 합니다. 왜 이런 이상한 교육제도를 바꾸지 않는 걸까요? 왜 이렇게 나쁜 교육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상한 교육을 받고 자라서 이 제도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조차 잊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어린이와 어른이,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바로 이 이상한 교육제도 때문에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 너무나 불행해서 어떤 아이들은 자살을 선택합니다. 성적과 대학 입학을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제도는 분명히 비정상적이고 살인적인 교육제도입니다.

    바꿉시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꿈을 이뤄주고 행복하게 만드는, 정상적인 교육제도를 만듭시다. 그것이 그림책 『돼지꿈』의 주인공 꼬마와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들을 살리고 모든 가정을 구하는,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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