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의 ‘일본 우경화’,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가나
    [책소개] 『아베는 누구인가』(길윤형/ 돌베개)
        2017년 10월 14일 05:47 오후

    Print Friendly

    일본의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결국 중의원을 해산을 단행해 일본은 10월 22일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아베와 대결 구도를 펼칠 야당 대표는 지난 7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을 누르고 도쿄 도지사에 오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다.

    북핵 위기론을 계기 삼아 ‘꼼수’ 총선을 이끌어낸 아베와 ‘반反아베’를 외치며 보수통합당인 ‘희망의당’을 창당해 지지율 높이기에 여념 없는 고이케. 그들의 우향우 행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건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의 총선은 안보, 핵, 영토 문제에 있어 북한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까지 얽혀 있는, 동아시아의 변화를 추동하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그렇다면 현재 일본은 2012년 시작된 ‘아베의 일본’의 끝자락에 서 있는가? 아니면 아베 3차 정권의 알리는 또 다른 문을 열어젖힐 준비 중인가?

    『아베는 누구인가』는 아베와 그간의 아베 정권의 일본을 본격적으로 비평하는 책으로, 크게 두 가지를 담았다.

    첫 번째는 아베의 어린 시절부터 아베가 일본의 우익 총리로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아베의 가계도를 비롯해 아베의 주변 인물도를 분석하고, 일본의 정치 변화 및 동아시아의 정세가 어떻게 청년 아베에게 기회로 작용했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는 2012년 총리 집권 이후 아베가 시행했던 정책들을 살핀다.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며 외할아버지인 기시의 꿈이었던 개헌을 실현하기 위해 밀어붙였던 강압적인 정책들, 디플레이션 회복을 내세우며 등장한 아베노믹스의 성과와 실패 지점, 아베 정권 이후 중국, 북한, 한국, 미국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예민한 사안들을 나열하며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해본다.

    이 책의 바탕에는 2013년 9월부터 3년 반 동안 도쿄 특파원 생활을 하며, ‘아베의 일본’을 현장에서 목도하고 당시 상황을 한국에 전달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저자의 경험이 자리한다. 그때 기사화하지 못했던 자료들을 모아 일본을 좀 더 깊게 볼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아베를 중심으로 일본 현대사회를 읽는 책으로 완성하게 됐다. 따라서 이 책에는 저자가 현장에서 보고 듣고 기록한 것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에는 모두 실지 못했지만 일본 지식인들을 만나 아베 정권에 대해 묻고 들었던 인터뷰뿐 아니라 일본 기자들에게 들었던 생생한 이야기들, 아베가 반대를 무릅쓰고 정책들을 밀어붙일 때 보였던 일본 시민들의 반응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한 아베에 대한 국내 및 일본의 자료들을 두루 살피며 아베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베를 다루지만 아베를 평가하거나 판단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건 일본 그리고 아베 정권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껏 여러 겹으로 덮여 있던 한일 관계에 대한 오해와 무관심에서 비롯한 무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평범하고 착한 아이’가 일본의 우익 총리가 되기까지,
    아베의 정치 입문 스토리

    이 책은 아베의 우익적 사상이 어떤 배경에서 연유하는지 찾는 작업에서 시작한다. 저자가 먼저 주목한 것은 아베의 친할아버지이자 일본 총리를 역임했던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다. 그는 보수 통합정당인 ‘자민당’을 창당하는 데 큰 공을 세웠고 개헌을 자신의 정치 과제로 삼았던 인물로, 1960~70년대 ‘나쁜 정치인’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아베는 자신에게 늘 좋은 할아버지였던 기시가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 늘 의아했다고 한다. 아베는 어렸을 때부터 기시와 가깝게 지내며, “안전보장, 국가의 역할, 국가와 국민의 관계” 등에 대해 듣고, 기시 주변의 우익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며 보수 성향을 키웠다. ‘착하고 평범했던 아이’가 주변 어른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인의 꿈을 키우고 그들의 욕망을 체화해나갔던 것이다.

    본문에는 이와 관련된 일화가 여럿 등장하는데 저자는 이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베가 기시에게 받은 영향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바로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 ‘천황 중심주의’, ‘독특한 반미주의’, ‘역사 수정주의’(61~63쪽)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시에게 받은 영향이 여전히 유효해 아베 정권의 주요 입장과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는 데 있다.

    또한 저자는 아베와 일본 및 동아시아의 정세와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1960~90년대 일본에서는 전후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반성하는 내용이 담긴 고노 담화(1993년)와 무라야마 담화(1995년)가 발표됐으며, 조세이 탄광 수몰사건,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며 한국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곧 일본 내 우익의 반격이 시작됐고 이때 아베가 우익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젊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3장),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중국과의 갈등(5장) 양상은 기이하게도 아베를 거듭 정치의 중심부로 호명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개헌, 역사 수정주의부터 안보 정책과 아베노믹스까지
    ‘아베의 일본’은 어디까지 왔는가?

    2012년 총리직에 올라 ‘아름다운 나라’를 꿈꿨던 아베는 제대로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1차 정권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를 만회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2차 정권을 시작했다. 이때 아베가 내걸었던 중요한 키워드는 ‘개헌’과 ‘경제’였다. 1946년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강요한 일본국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와 계획을 강하게 밝히며 2012년 개정 초안을 발표하는가 하면(6장),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 9조의 해석을 밀어붙였다(10장). 이전에 발표된 담화들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아베 담화’를 발표해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으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8장). 또한 1967년 이래 유지해왔던 비핵3원칙을 무시하는 행보가 과감 없이 나타난다(13장).

    그러나 아베의 이러한 일방통행에도 불구하고 아베 지지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 아니다. 모리모토 학원과 가케 학원 스캔들과 각종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중에도 35퍼센트 내외를 유지했다. 저자는 이것이 가능한 이유를 2기에 걸쳐 진행된 아베노믹스에서 찾는다. 아베는 ‘세 개의 화살’, ‘1억 총활약 사회’ 등의 구호로 내걸고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과감하게 펼쳤다. 이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낳아 실제로 대기업의 실적이 올라갔고, 실업률이 낮아졌다. 또한 출산·육아 대책과 여성과 노인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아베 정권의 안보 정책이 극우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면, 경제 정책에서는 “영미식의 시장 만능주의와 전혀 다른 독특한 보수”(429쪽)의 모습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는 2017년 10월 22일 총선에서 여러 측면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베 정권과 동아시아에 남겨진 과제

    아베 정권 이후 동아시아와의 외교 관계는 여러 변화를 맞이했다. 동아시아는 안보, 영토, 핵 문제와 관련해 여러 사안을 공유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있어 늘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9장, 11장, 12, 15장은 각각 미국, 북한, 중국,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주목한다.

    일본과 중국과는 2014년 9월, 관계 회복을 위한 ‘4개 항목 합의’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군사기지화를 추진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문제까지 겹쳐 난항에 봉착했다. 또한 북한과는 납치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안을 해결하고 국교정상화를 모색하기 위한 스톡홀름 합의를 체결했으나 각 국의 동상이몽은 현재진행 중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일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고 이것이 동아시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예민한 상황이다. 아베가 총리로 취임했던 직후만 해도 아베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틀 안에서 유지됐다. 그러다 박근혜 정권과 아베 정권이 공존하면서 한일 관계는 여러 부침을 겪었다. 2016년 일본에서 발간한 『외교청서』에는 아예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이웃’이라고 칭했고, 2015년 12월 28일 일본의 완벽한 승리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12·28합의)는 한일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문재인 정권은 일본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진부하지만 중요한 이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