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집배노동자
연평균 37명 사망...‘열악한 노동환경’
OECD 연평균 노동시간 1763시간, 한국 2069시간, 집배원 2531시간
    2017년 10월 11일 11: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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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중 최악의 산업재해 사업장으로 꼽히는 우정사업본부 집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정본부 소속 노동자는 연 평균 37명이 사망하며 질병과 자살이 주요 원인이다.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이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218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4년, 2016년엔 38명이 사망했고, 올해는 9월까지 이미 32명이 사망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분류한 사망원인 중엔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로 인한 사망이 34명으로 뒤를 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은 29명, ‘익사’ 4명, 추락사 2명 순이다. 그 외에도 ‘감전사고’, ‘저체온증’, ‘압사’ 등으로 인한 사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사망자 중 ‘순직’으로 인정된 경우는 고작 24명이었다. 순직자 중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가 14명이었고, 질병이 8명, 압사와 추락사가 1명씩이었다.

최 의원은 “모든 사망의 원인을 업무와 연관 지을 순 없지만 한 사업장에서 매년 사망자가 37명 정도 발생하는 것은 우정사업본부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떼어놓고 이야기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경기도 가평우체국 휴게실에서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한 한 집배원의 사망 원인은 ‘질병’으로 분류됐다. 이 집배원은 사망 전날 늦게까지 비를 맞으며 일했고, 사망 당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출장준비를 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대구 달서우체국 소속의 또 다른 집배원의 경우 화물차와의 충돌로 사망했다. 이 집배원은 당시 자신의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으로 ‘겸배(업무 중 결원이 발생했을 때 다른 집배원들이 배달 몫을 나누는 것)’를 가다 사고를 당했다.

지난 9월 5일 서광주우체국의 집배원은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라는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오토바이로 집배 업무를 하다 중앙선을 침범한 자동차와 부딪혀 부상당한 상태에서 회사의 출근 압박을 못 이겨 자살했다.

집배노동자의 잦은 산재 사망사고는 살인적인 초장시간 노동 때문으로 보인다.

최 의원이 우정사업본부에서 받은 ‘집배업무 종사자의 평균 근로시간’ 자료를 보면, 2016년 우정본부 집배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531시간이다. 월평균 초과근로시간이 50시간에 달한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6년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 노동시간(1763시간)보다 306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 그런데 우정본부 집배노동자들은 이보다도 462시간이나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하고 있는 것이다.

최 의원은 “우정사업본부는 노동계가 선정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공공기관으로 유일하게 해마다 포함될 정도로 이미 악명이 높다”며 “열악한 근로환경의 집배노동자 처우개선과 근로시간 축소는 물론 창구업무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와 각종 마케팅 영업 내몰리는 내근직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의 사망 원인을 면밀하고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재발방지의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물론 조금이라도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경우 적극적인 피해보상과 명예회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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