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인 해체 중 사망사고
    ‘외주화’가 사고 주요원인
    타워크레인 노동자 올해 12명 사망
        2017년 10월 11일 11: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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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하던 중 크레인이 추락하면서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월 남양주 사고 등 올해만 벌써 12명의 크레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위험의 외주화, 규제완화, 안전검사 미흡 등이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날인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낙양동 민락2택지개발지구 내 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2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쓰러졌다. 이 사고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크레인을 지탱하는 각종 볼트와 너트 또는 쇠줄 등 연결부의 부식, 마모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수칙 준수 여부나 기계 결함 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5월 22일 경기도 남양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윗부분이 부러져 3명이 목숨을 잃었고, 같은 달 1일에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남양주에 이은 이번 의정부 사고에 대해 “예견된 인재”라고 규정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작업 중 하나인 타워크레인 작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분별한 ‘외주화’가 사고의 주요 원인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재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을 진행하는 설치·해체 팀은 건설현장에서 철저히 외주화된 노동자들”이라며 “외주화 속에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업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만 하면 기본적인 교육만으로 누구나 할 수 있게 되어있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전문성이 결여된 이들이 간단한 교육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장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작업에 투입되는 것으로 사고의 위험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또한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팀들은 전국의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속도전을 통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10년 간 타워크레인 노동자로 근무한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도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타워크레인은 설치·해체 절차만 잘 지켜도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업무를 빨리빨리 하라고 하거나, 다음 날 다른 현장에 공사가 잡혀 있으면 속도전 작업을 하다 보니 작업절차를 안 지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크레인 노동자들이 모두 외주화된 것 또한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20년 전만 해도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설치·해체 작업자를 다 보유하고 있었고 자기 회사 장비이기 때문에 그 장비의 기계적 특성이나 노후화 여부를 너무나 잘 알아서 바로바로 교체가 되고, 조치가 됐다”면서 “지금은 규제완화가 많이 되면서 모두 (설치·해체 노동자들을 모두) 외주화로 돌려 버렸다. 원청이 크레인 임대업체와 계약을 하면 설치·해체 작업은 개인사업자들이 외주를 받아서 떴다방 식으로 돌아다니면서 이것만 한다. 그분들은 하루 가서 그것만 해 주기 때문에 장비 어디에 이상이 있는지를 모르고 미리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일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치·해체 노동자들은) 연달아 스케줄이 잡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기기가 고장이 난다거나 하면 그 다음 날 잡혀 있는 현장의 설치·해체 계획이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기계에) 문제점이 있어도 지적할 수도 없고 또 지적한다고 하면 업체들이 ‘왜 저 팀은 이상하게도 까다롭냐’면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직접 고용하지 않고 외주화는 사고의 간접적 요인으로 많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안전검사도 정부가 민간업체에 위탁

    여러 사고 원인 중 연결부의 노후화가 사고 원인일 경우 안전검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검사는 국토교통부가 민간업체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건설노조는 지난 수년간 타워크레인에 대한 안전검사와 완성검사 등은 국가기관에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국토교통부에 요구했다. 지난 남양주 사고 당시에도 안전검사의 중요성을 주장했으나,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소극적이던 와중에 다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타워크레인 대형 인명 사고는 다시 발생할 것”이라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정치권도 이번 의정부 사고를 계기로 철저한 조사 등을 거쳐 산업재해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1일 오전 상무위에서 “산재사망률 OECD 부동의 1위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또 확인됐다”며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안전수칙은 지켜졌는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원청이 일정상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은 아닌지, 모든 가능성을 따져 묻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현장에서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거두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타워크레인 업체 퇴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는 장관은 10일 저녁 사고 현장을 방문해 “반복적으로 사고를 내는 타워크레인 관련 업체는 업계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통해 인명 사고를 낸 크레인 관련 업체가 3년 이내 또 사고를 내면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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