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라 이름이 인디아?
    [인도 100문-18]신두에서 인두까지
        2017년 10월 01일 04: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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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이름은 한국어로는 한국이고 영어로는 코리아다. 인도는 인도어로 바라뜨Bharat고, 영어로는 India다. 그래서 이 나라를 부르는 이름은 통칭 ‘인디아’다. 이 인디아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나라 이름은 한국이라 부르기 전에 여럿이 있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조선’이 있고, 가장 오래된 것 가운데 하나로 ‘해동’이 있다. 모두 자체적으로 우리 선조가 지은 이름이 아니고 외부인 즉 중국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다. ‘조선’은 인위적인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고, ‘해동’은 발해 동쪽이라는 뜻이니 자연스러운 지리적 위치에 따른 이름이다.

    인도 땅은 그 자체로 어머니 여신이다 @이광수

    인도의 경우 ‘인디아’라는 이름이 바로 이러한 지리적 위치에 따른 이름이다. 인도는 위로는 히말라야 산맥과 아래로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어서 예로부터 바깥 세상과 그리 활발한 교류가 있던 곳은 아니었다. 그 교류 가운데 실제적으로 가장 큰 것은 서아시아 지역을 통째로 장악해버린 페르시아 제국과의 교류였다.

    페르시아 제국은 인도아대륙을 부를 때 지리적으로 경계가 되는 신두Sindhu강을 기준으로 삼았다. 인도아대륙을 지칭할 때 신두 강 유역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듣기로 페르시아어로는 s 발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발음을 하면 h 음가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신두’는 자연스럽게 ‘힌두’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페르시아 제국을 대체하여 그보다 더 큰 제국을 형성한 알렉산드로스의 헬레나 제국도 인도와 접촉을 가졌다. 인도는 고래로 황금이 많은 땅으로 그들에게 널리 아려져 있었기 때문에 서아시아 제국들은 항상 인도에 눈독을 들였었다. 알렉산드로스 제국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그리스어다. 그리고 그리스어는 h 발음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한다. 프랑스어에서도 그 발음은 묵음이 되어 버리는데, 그런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신두’는 ‘힌두’를 거쳐 ‘인두’가 되어버렸다.

    그 ‘인두’가 영어로는 India가 되고, 중국어로는 印度가 되었다. 혜초가 부른 천축(天竺)도 같은 음가를 가차한 것이다. ‘天竺’을 중국어로 읽으면 ‘신두’와 비슷한 것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서구 사람들이든 중국과 동아시아 사람들이든 인도라는 나라를 대략 히말라야 남쪽이면서 서쪽으로 인더스 강을 경계로 하고 나머지 삼면을 바다로 하는 땅을 하나의 단위로 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중에 한참 나중에 콜럼버스는 인도로 간다면서 난데없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갔다. 그는 카리브해에 흩어져 있는 여러 섬나라들을 인디아의 일부로 알고 있었고 한참 뒤에까지 그 일행은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그곳을 인디아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보니 진짜 인디아가 아시아의 남쪽에 있었다. 그래서 서구 사람들은 카리브해 쪽 나라들을 서인도, 진짜 인도를 동인도라고 불렀다.

    이런 걸 보면 서구 사람들은 참 뻔뻔하다. 잘못 알았으면 그 말을 쓰지를 말든지, 아니면 고쳐서 부르든지 해야 하는데 엄연히 존재하는 인도를 느닷없이 서인도와 동인도로 나눠버렸다. 하긴 그렇게 따지면 통일신라 시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의 위상을 높이려고 음차어 라서 둘로 쪼개 사용할 수 없는 ‘천축’을 둘로 쪼개 자기들을 동축, 진짜 인도를 서축이라 불렀다. 하여간 인도는 가만히 있는데, 한 번은 동아시아 사람들에 의해 서인도가 되었다가, 한 번은 서구 사람들에 의해 동인도가 되었다가 한다.

    인도라는 나라가 잘 나가다 보니 생긴 일이다. 운명이려니 해야지 어쩌겠는가? 그 잘 나간다고 하는 게 다름 아닌 부유한 나라여서 남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중국이나 동아시아 사람들은 그 인도의 풍부함을 종교나 학문 등에서 찾아 그들과 교류를 함으로써 인류 유산을 발전시킨 반면 서구 사람들은 그것을 오로지 물질적 차원에서만 봐 침략과 착취의 대상으로만 삼았다.

    이제 21세기 인도에 간 한국 사람들은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 인도라는 나라가 갖는 비(非)서구적이고 비(非)이분법적인 세계관도 배우고, 비즈니스도 잘 해 인도도 좋고 한국도 좋은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 못 사는 나라라고 무시하지 말고 마음 문을 열고 많이들 배워 오시라.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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