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노조,
    비정규직도 조합원 가입 규정 통과.
    현중지부와 현중사내하청지회 통합 가속화
        2017년 09월 26일 07:2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조선소 노조 가운데 처음으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통합을 결정했다.

    26일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조선하청대책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21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노조 가입이 허용됐던 노조 규정을 사내하청 노동자와 사무직까지 정규직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안건은 이날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 132명 중 88명이 찬성(66.7%)해 극적으로 통과됐다. 노조 규정에 따르면 대의원대회에서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앞서 2차례나 대의원대회에서 같은 안건이 상정됐지만 가결 정족수를 넘기지 못한 바 있다.

    현대중공사내하청지회가 현대중공업지부 산하로 편재되기 위한 규칙을 개정하고, 미조직노동자 조직화 시행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신분보장, 선거 등 세부적인 논의내용을 마련하면 본격적인 통합노조가 출범하게 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통합노조 결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아자동차 정규직노조가 1사1노조 규정을 바꾸고 비정규직 노조를 분할하기로 하면서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현대중공업지부 결정은 이런 오명을 조금이나마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통합 결정을 내리기까지 현대중공업지부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002년 어용노조가 들어선 이후 노조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연대가 아닌 탄압에 앞장서왔다. 그 과정에서 2004년 사내하청 노동자 박일수 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고, 정규직 노조는 분향소를 부수고 하청노조를 탄압하다 결국 민주노총에서 제명됐다.

    2013년 들어 ‘노사협조주의 심판 연대회의’의 민주파 성향의 정병모 후보가 12년간의 어용노조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4년 대의원 선거에선 어용노조의 대의원들이 대거 떨어지고 민주파 대의원들이 당선되면서 정규직노조는 매일 출퇴근 시간에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비정규직 노조 가입 운동을 벌였다. 이후 2016년 76.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재가입했다.

    통합노조 결성은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사태로 인한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저지 투쟁이나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는 2015년 8월말 기준 37,809명이었으나, 2017년 8월말엔 18,396명으로 줄었다. 2년 사이에 무려 19,413명이 해고된 것이다.

    조선하청대책위는 “지금도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배가 진수돼 뱃고동을 울리며 출항할 때마다 수천 명씩 해고되고 있다”며 또한 “해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바다에 빠져죽고, 철근에 맞아주는 등 10여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비정규직 조선소, 죽음의 공장이라는 악명을 떨쳤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