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 우려 커져
리용호 "미, 우리에 선전포고한 것"
    2017년 09월 26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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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국이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이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날 숙소인 뉴욕 맨해튼의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서 “유엔 헌장은 개별 성원국들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리 외무상은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며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히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유엔총회 성원국 대표단을 포함해서 전 세계는 이번에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더 오래가는지는 그때 가보면 알게 될 것”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인 23일(미국시각) “꼬마 로켓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겨눈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지난 23일 밤 괌에서 전략폭격기 B-1B를 발진해 북한 동해 국제공역을 비행하며 무력시위 비행을 벌인 것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북미 간 ‘말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한반도 위기감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서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은 26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지금 한 마디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돈다는 느낌”이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이고, 군사적인 옵션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얘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계속해서 군사적인 옵션 가능성에 있어 한미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언제든지 자신들이 위협에 빠지면 ‘독자적 물리적인 공격 하겠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사 이래 북한 지도자와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설전을 계속해서 벌인 적이 없다”며 “결국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가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태경 같은 당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실제 전쟁 상황이라고 간주해야 한다”며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가 북한 상공을 날았고, 리용호 외무상 발언을 보면 북한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 더 강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지금 거의 (북미가)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의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날이 갈수록 그 수위를 높여갔던 북미 간의 대립은 험한 ‘말 대 말’의 싸움을 넘어 미국 B-1B폭격기의 북한 공해 위협과 북한의 자위권 발동선언으로 ‘행동 대 행동’으로 나아가는 양상”이라며 “조금의 자극도 물리적인 대결로 이어질 위기”라고 진단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 또한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리 외무상은) 다분히 감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얘기들을 하고 있다”면서도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계획된 전쟁도 있지만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게 훨씬 더 많다. 북한과 미국이 절제된 언행을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우리 정부가 미국이 전략폭격기를 북방한계선까지 위협 비행하도록 허용하는 등 북미 간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 원내대표는 “미국의 B-1B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한 공해로 위협비행을 한 것에 문재인 정부가 동의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실제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이러한 행동을 용인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UN총회 연설에서 밝힌 입장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정부는 북미 양측의 긴장고조 행위에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양측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도 “미국이 B-1B을 최북단까지 비행했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꼭 그것을 강행하도록 방관했어야 했는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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