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길연 집배원 유족
“합의 이행된 이후 장례"
집배노동자 올해만 과로사, 과로자살로 15명 사망..."정부 나서야"
    2017년 09월 25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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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주우체국 집배노동자 고 이길연 씨의 유가족들은 우정사업본부가 순직 인정 등 합의내용을 실제 이행하기 전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길연 씨는 업무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정사업본부의 거듭된 출근 독촉을 받다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고 이길연 집배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명예회복을 위한 광주지역 대책위’, ‘과로사 OUT 대책위원회’,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와 추혜선·윤소하 정의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유승희 의원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합의결과 입장 발표 회견(사진=집배노조)

유가족과 대책위는 “합의가 온전히 이뤄지기 전에는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일의 계기로 다시 우정사업본부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과 대책위가 우정사업본부와 지난 22일 합의한 내용은 이렇다. ▲우정사업본부장 및 서광주우체국 관련자들의 담화문, 서면사과 발표 ▲유가족과 대책위가 요구한 인원으로 진상규명 ▲산재은폐 출근종용 책임자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처리에 대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등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아들인 유가족 대표 이동하 씨도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순직 인정을 위해 우정사업본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길 요구했다. 이 상식적인 약속을 받기까지 무려 17일이나 걸렸다. 하지만 아직 약속일뿐이며, 합의문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언론에선 사건이 해결된 것처럼 보도하지만 아직 끝난 것 아니다. 우정사업본부로부터 답을 완전히 받지 못했다”며 “아버지의 순직이 인정되는 것이 적폐덩어리인 우정사업본부를 바꾸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제 아버지는 자살을 하신 게 아니다. 사회적 타살로 돌아가셨다. 업무상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공상 처리되지 못하고 일반병가로 쉴 수밖에 없었고 반복된 출근 종용에 극단적 선택을 하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이야기를 목이 터져라 외쳤고 길바닥에 분향소까지 차렸지만 서광주우체국장은 그런 유가족을 경찰에 업무방해로 신고했다. 싸울수록 아버지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셨는지 상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순직을 인정받고 아버지와 같이 억울한 대우를 받는 집배원이 사라질 때까지 우정사업본부의 변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15년차의 집배노동자 이 씨는 지난 5일 오전 5시경 광주 서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불에 탄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됐다. 집배노조 등에 따르면, 그가 남긴 유서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사망 1달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몸이 완쾌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빨리 출근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출근 예정일인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자가 이러한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음에도 서광주우체국은 이 씨의 죽음에 대해 “개인의 기량 문제”라는 식의 항변을 해왔다.

유가족과 대책위 측은 2주가 넘도록 이 씨의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우정사업본부에 공식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순직인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유가족과 대책위는 고인의 시신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했고 그때서야 우정사업본부 측은 대화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이러한 합의 과정에 대해 전하며 “우정사업본부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런 마음이라기보다는 관을 메고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합의한 모양새”라면서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 하나 받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어야 하나”라고 규탄했다.

집배노동자는 올해만 과로사, 과로자살로 15명이 사망했고, 지난 5년 동안 75명의 집배노동자들이 같은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 집배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추혜선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 할 권리를 말하고, 노조 가입을 권유하고 있지만, 일하는 사람을 사람 취급 안하는 관행들은 여전하고 급기야는 일하는 분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우정본부에서 돌아가신 고인들의 사용자는 정부다. 정부를 사용자를 두고 있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목숨을 잃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동하 씨도 “문재인 대통령께 요구한다. 후보 시절부터 집배원 노동조건에 관심을 많이 보였던 것으로 안다”며 “집배원의 삶이 나아지길 바란다면 서광주우체국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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